그룹 광고 물량 의존 해외선 제 역할 못해
한남동 제일기획 건물 전경. 박은숙 기자
매체대행은 다량의 TV 광고시간대(Slot)를 선불(Upfront)로 싸게 구매해서, 광고주들이 원할 때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거래하는 광고주가 적으면 사전에 다량 구매를 할 수 없고, 광고주는 원하는 시점에 싼 값에 광고를 집행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제일기획 대신 퍼블리시스그룹 자회사인 스타콤(Starcom)을 매체대행사로 쓰는 이유다.
제일기획 인수자로 유력한 퍼블리시스(Publicis)는 글로벌 3위 광고대행사로 2015년 영업총이익 96억 유로(약 13조 원)다. 세계 지역별 비중은 북미 54%, 유럽 27.8%, 아태지역 11.1%, 남미 4.3%, 중동·아프리카 2.9%이다.
광고는 제품에 담겨진 철학과 회사의 장기 전략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비밀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서, 광고대행사와 광고주의 계약은 통상 장기간 지속된다.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 지분을 인수할 경우 글로벌 광고주인 삼성전자의 매체대행을 지속하고, 물량을 더 늘릴 수 있다. 반면 매체대행을 위해서 굳이 제일기획 경영권까지 인수해야하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삼성의 제일기획 지분율은 30%로 시가 6000억 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 제일기획은 어차피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이 제한되고, 그룹의 핵심 미래사업도 아니다. 전자와 금융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 하는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곳도 아니다”며 “이 기회에 매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