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판박인데 지문 달라…혈족관계 의혹 솔솔
최근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고 풀려난 조희팔 닮은꼴 ‘칭다오 조희팔’이 친형 조희필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조희팔. 일요신문 DB
지난 1월 <일요신문>에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한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조희팔을 만났다는 한 최측근으로부터 조희팔의 근황을 접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희팔 최측근인 A 씨로부터 조희팔이 친형 조희필과 함께 중국 산둥성 일대에서 은신 중이며, 은닉자산 관리를 조희필이 담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중국 공안에 붙잡힌 조희팔 추정인물이 조희필이 아닌지 의심되니 확인해 줄 수 있겠냐”고 요청해왔다.
그동안 조희팔 사건과 관련된 조희팔의 친인척은 조희팔의 아들 조 아무개 씨(31), 친형 조희달(72)과 조희일(66), 조희관(62), 조희달의 아들 조영호, 생질 고 유 아무개 씨(41) 등이다. 제보자가 지목한 조희팔의 친형 조희필은 조희팔 사건에서 많이 거론되지 않던 인물이다.
조희팔은 8남매 가운데 일곱째로 추정된다. 실제로 셋째 형인 조 아무개 씨(68)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희팔에 대해 “막냇동생”이라고 밝혔으며, 부산·경남 챌린 법인에서 센터 국장직을 지낸 친여동생의 존재가 알려지기도 했다. 조희팔 은닉자금과 관련된 조희달과 조희일, 조희관은 각각 첫째, 넷째, 다섯째로 추정된다. 또한 유 씨는 조희팔의 둘째 누나의 아들로 추정된다. 제보자를 통해 연락이 닿은 A 씨는 “조희필은 조희팔 바로 윗 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조희필은 8남매 가운데 여섯째로 추정된다.
조희팔과 6촌 관계인 조 아무개 씨를 지난 16일 경남 김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조 씨는 “6촌지간이긴 하나 나이대가 비슷한 데다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랐으므로 유년시절까지는 왕래가 잦았다”며 “조희필이 조희팔의 친형이긴 하나, 얼굴이 많이 닮았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들 형제들 대다수가 짙은 쌍꺼풀과 탈모가 있어 덩치만 비슷하다면 닮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조희팔 사건의 주임검사인 대구지검 단성한 검사를 지난 17일 검사실에서 직접 만났다. 우선 기자는 조희팔의 최측근이었던 A 씨의 제보 내용을 전한 뒤 검찰이 조희필 관련 수사를 진행할지 여부를 물었다. 그렇지만 단 검사는 “A 씨가 직접 제보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기자를 통해 건네 들은 내용만으로는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조희필이 은닉자산을 관리한다는 혹은 조희팔과 함께 지낸다는 증거물을 들고 오면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자는 제보자를 통해 그 사실을 알렸지만 A 씨는 “은닉죄로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마당에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 나설 처지가 못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최근 중국 공안부에 붙잡혔다가 풀려난 일명 ‘칭다오 조희팔’은 실제로 조희팔의 친형인 조희필일까. 단 검사는 ‘칭다오 조희팔’의 중국 신분증에 있는 이름은 조유환이라고 밝혔다. 지금껏 조유환은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용하는 가명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중국 공안에 검거된 ‘칭다오 조희팔’은 실제로 조유환이었다. 그렇지만 조유환은 조희팔이 아닌 조희팔과 닮은 사람일 뿐이었다. 이로 인해 조희팔과 닮은 조유환이 조희팔이라고 잘못 알려졌던 것이다. 그런데 조유환은 그의 실제 한국 이름은 아니고 중국에서 신분을 세탁해 새롭게 만든 신분증의 이름이었다. 단 검사는 “조유환이 중국 공안에서 한국 이름을 밝혔고 이를 바탕으로 그의 한국인 신분증을 확인했는데 그 신분증의 지문과 조유환의 지문은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조유환의 한국 이름이 조희필일까. 그것 역시 아니었다. 단 검사는 “조유환은 조희필이 아니다”라며 “조희필뿐 아니라 조희팔과 형제 관계인 인물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외모는 조희팔과 조유환이 상당히 닮아 있다. 그렇다면 형제 관계가 아닌 사촌 등 친척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조유환이 조희팔의 형제는 아닐지라도 친인척 관계일 가능성은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 검사는 “조유환의 한국 이름이 무엇인지 등은 개인정보라 더 이상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에게 들은 내용을 기자에게 알린 제보자는 “조희팔 추정인물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을 때 면회 신청을 했더니 거절당했다”면서 “당시 공안은 한국 검찰이 조희팔 추정인물에 대한 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 했다고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황상 조희팔 추정인물이 조희팔과 닮은 친인척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희팔 추정인물인 일명 ‘칭다오 조희팔’은 중국 SNS인 웨이보를 통해 조희팔 사진을 접한 중국인들이 ‘조희팔과 닮았다’고 중국 공안에 신고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와 맞선 형태의 가정부 채용 면접을 봤다는 조선족 여성 두 명 역시 그를 ‘조희팔’로 지목했었다. 그렇지만 조희팔과의 지문 대조 결과 다른 사람으로 판명나면서 그는 결국 석방됐다. 중국 공안 조사 당시 그는 자신을 비자 연장이 안 돼 불법 체류자 신분을 지내온 한국인 사업가라고 밝혔다고 한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