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으로…아들 없는 집으로…때론 싱글맘이 인터넷에 판매글 올리기도
광둥성의 샤오차화는 2007년 다섯 살 아들을 잃어버렸다. 그는 가게를 접고 밴을 구입해 중국 전역을 돌며 아들을 찾고 있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와 영국의 <BBC> 등 서방 언론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중국의 아동 납치 현주소를 소개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연 사라진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중국 산시성이 고향인 우싱후는 7년 전부터 고향을 떠나 밴 하나를 몰고 중국 전역을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고 있다. 그가 이렇게 고향을 떠난 이유는 다름 아닌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서다.
도무지 믿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았던 사건은 7년 전 어느 날 한밤 중에 일어났다. 당시 돌이 갓 지났던 아들은 방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순간 어둠 속에서 아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놀란 우싱후는 잠에서 깨 아들의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 방에서 자고 있어야 할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활짝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자동차 한 대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어둠 속으로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속옷 차림으로 집밖으로 뛰쳐 나갔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우싱후는 “내 생애 최악의 순간이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눈앞에서 아들이 납치당하는 모습을 본 그는 직접 아들을 찾아 나서기로 작정했다. 그와 아내는 먼저 고향인 산시성을 샅샅이 찾아 다녔다. 하지만 아들을 찾지 못하자 결국에는 밴을 구입해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부모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3000명가량의 부모들과 연락을 하고 있는 그는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는 생각에 자신의 아들을 찾는 김에 다른 아이들까지 함께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자신의 밴에 아들의 사진뿐만 아니라 실종 아동들의 사진을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아들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행인들에게 실종 아동들의 사진을 나눠주고 있는 우싱후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혹시 이 사진 속의 아이들을 본 적 있습니까”라고 묻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기 위해서 그는 간혹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기도 한다.
광둥성 후이저우의 샤오차화는 2007년 춘제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당시 다섯 살이던 아들을 잃어버렸다. 아내와 함께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아들이 모퉁이 구멍가게에 과자를 사러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지만 아들을 찾지는 못했다. 지역 TV 방송국에 5만 위안(약 950만 원)을 내고 아들을 찾는 광고를 내보았지만 이 역시 허사였다.
답답한 마음에 오토바이를 타고 광저우를 헤매고 다녔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그는 결국 가게를 팔고 밴 하나를 구입해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티벳 고원부터 대도시, 시골 마을까지 그가 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들을 품에 안지 못한 그는 현재 ‘납치반대운동단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의심스런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는 인터넷 제보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는 것.
한번은 커다란 성과도 있었다. 천식이 있다는 이유로 납치범들에 의해 버려진 후 고아원에서 생활하고 있던 아이가 사이트에 올라온 실종 아동의 사진을 본 고아원 직원의 도움으로 부모를 찾은 것이다.
현재 우싱후나 샤오차화처럼 자식을 잃어버린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의 부모들은 매년 수만 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납치되고 있는지 정확한 수치는 알려진 바가 없다. 중국 정부는 매년 1만 명가량의 아이들이 납치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독일의 <포쿠스>는 미국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매년 2만 명, 혹은 매주 400명의 아이들이 납치되고 있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미국의 <글로벌포스트>는 이보다 많은 7만 명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국영라디오방송은 이보다 열 배인 20만 명가량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기도 하다.
보통은 가난한 집 아이들이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납치된 아이들은 가능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팔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범죄 조직에 의해 팔려 나가는 아이들은 적게는 3만 위안(약 570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위안(약 1900만 원)을 받고 다른 곳으로 넘겨진다. <포쿠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렇게 납치된 아이들은 아들이 없는 집에 양자로 팔려가는 경우가 가장 많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행방불명된 아이들을 되찾을 수 있는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첫째, 피해 부모가 가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를 찾기 위해서는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해야 하는데 사실 그럴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둘째, 서로 다른 관할 구역을 핑계로 지역 경찰들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가 들어올 경우에도 재빨리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대부분은 이미 범죄 집단이 아이들을 먼 곳으로 이동시킨 후이기 때문에 행방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지역에서는 아예 지역 경찰이 범죄 조직과 공모를 하기도 한다. 가령 2013년 초 푸젠성 가족계획부의 한 관리는 인신매매 브로커가 갓난아기 넷을 팔아 넘기는 것을 도왔다는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으며, 또 어떤 관리들은 납치된 아이들이 불법 고아원에 팔리도록 서류를 위조해준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었다. 이 고아원에서는 납치된 아이들을 돈을 받고 미국이나 폴란드 등 서방 국가로 입양시키고 있었다.
현재 중국에서 아동 납치는 엄연히 불법이다. 중국 당국은 여러 해 전부터 납치예방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납치범들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2014년의 경우 중국 경찰은 4만 3000명의 납치된 아이들과 젊은 여성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매년 사라지고 있는 아이들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 도대체 이토록 많은 아이들이 납치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한 자녀 정책’ 때문이다. 아들을 간절히 원하는 부모가 아들이 없는 경우, 혹은 둘째를 낳을 경우 물게 되는 막대한 벌금을 피하기 위해 암시장을 기웃거리는 것이다. 가령 2013년에는 딸만 셋을 두고 있는 허난성의 한 부부가 8000달러(약 990만 원)를 주고 갓난 사내아이를 사들였다가 적발된 적도 있었다.
이밖에 사회적인 문제도 있다. 다시 말해 돈을 주고 아이를 산 ‘구매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아동 납치범들의 경우에는 보통 사형 또는 징역형에 처해지지만 아이를 불법으로 구매한 부모들은 법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 사람들은 “파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에게 더 가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의 오랜 전통이 있다. 즉 ‘다른 집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 게 좋다’라는 관습 때문에 알고서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런 까닭에 버젓이 이웃집의 아이가 납치된 아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쩌면 아동 납치가 막대한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이를 팔 때마다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심지어 의사까지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들의 수입이 그다지 많지 않은 중국의 경우 의사들이 유혹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2013년 산시성의 한 산부인과 여의사는 신생아를 2500달러(약 310만 원)에 팔아넘긴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었다. 수사 결과 이 여의사는 부모에게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라고 거짓말하는 식으로 7년 동안 돈벌이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간호사로 분장한 한 여성이 몰래 병원의 신생아실에 들어와 갓난아기 하나를 훔쳐 달아난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병원 측은 갓난아기가 사라진 사실을 까맣게 몰랐으며, 아기의 할머니가 병원을 방문한 후에야 아기가 사라진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돈 때문에 간혹 인터넷을 통해 자식을 파는 부모도 있다. <BBC>에 따르면 한 불법 사이트에는 “8개월 된 건강한 딸을 20만 위안(약 3700만 원)에 팝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자신을 딸 셋을 둔 싱글맘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마음은 아프지만 딸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내놓았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BBC>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팔려는 부모들이 많다고 전하면서 병원에 설치한 몰래카메라를 통해 이와 같은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 의하면 해당 병원의 의사는 부모가 버리고 간 아기를 다른 부모에게 팔기 위해서 다리를 놓고 있었다. 그 의사는 “한 자녀 정책을 위반하고 딸을 낳은 경우에는 대부분 팔아 버린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아동 납치가 널리 알려진 것은 12년 전이었다. 당시 광시성의 경찰이 버스 뒤에서 28명의 아기가 담긴 나일론 가방을 발견하면서였다. 당시 납치범들은 아기들이 울지 못하도록 약을 먹여놓은 상태였다. 이 가운데 아기 하나는 이미 질식사한 상태여서 더욱 충격을 안겨 주었다. 당시 납치범들은 체포됐고, 불법 인신매매 조직의 두목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충격적인 사건 후 경찰은 대대적인 인신매매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4년 2월, 경찰에 검거된 범죄조직은 모두 네 개였다. 당시 이 작전으로 1094명이 체포됐고, 382명의 아이들이 구출됐다. 당시 범죄 조직들은 대개 인터넷 사이트나 채팅방을 통해 불법 입양을 알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신붓감 구하기 별따기…여아 납치 신종 트렌드 중국 전역을 돌면서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있는 우싱후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신매매 시장도 점차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간 ‘한 자녀 정책’으로 여아들이 낙태되면서 이제는 ‘남초 현상’이 벌어지자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붓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돼버리자 이제는 오히려 여아를 납치하는 일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납치된 여아들은 사창가에 팔리거나 혹은 강제 결혼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며,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경우도 많다. 드물긴 하지만 ‘영혼식’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총각 귀신으로 죽은 아들이 외롭지 않도록 불법으로 여자 시체를 사들여 곁에 묻어주는 것이다. 20년 전부터 사라진 딸을 찾고 있는 허쉬화란 여성은 “부디 딸이 최소한 다른 집에 입양됐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실제 많은 납치범들이 젊은 처녀들을 납치해 살해한 후 송장으로 팔아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정저우에서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루리는 딸을 잃어 버린 후 현재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고 있다. 2년 전, 당시 여섯 살이었던 딸아이에게 길건너 가게에서 간장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보냈건만 그 길로 딸이 영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마지막으로 딸의 모습을 목격했던 옆가게 주인의 말에 따르면 딸은 두 명의 낯선 남자와 함께 자동차에 올라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루리의 사연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얼마 전 분명히 딸로 보이는 한 여아의 사진이 실종 아동을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광저우의 한 시민이 제보한 이 사진 속의 딸은 한 손에 장미꽃을 들고 있었으며, 차림으로 보아 거리에서 꽃을 팔고 있는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 속의 여자 아이가 딸이 맞다고 확신했던 부부는 곧장 광저우로 달려 갔지만 아직 딸을 찾진 못한 상태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