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규모 견줘 감당 가능한 물량이라는 게 중론…지속적 출회 땐 주가 상승폭 제한 가능성도

이날 폭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우려가 꼽혔다. 6월 말을 끝으로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가 만료되면서 국민연금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320조 9000억 원의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시장 충격 완화 목적으로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는 자산을 목표 비중에 따라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채권 등에 투자를 하고 있다. 만약 자산 가치의 변화로 목표 비중에서 벗어나면 생기면 리밸런싱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당초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였다. 여기에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 범위 ±3%p와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 범위 ±2%p를 합산한 ±5%p를 반영해 19.9%까지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21.0%를 기록하면서 허용 범위를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결국 지난 5월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5.9%p 상향 조정했다.
SAA 허용 범위도 기존 ±3%p에서 ±6%p로 상향 조정했다. TAA 허용 범위 ±2%p를 반영하면 목표치에서 ±8%를 추가로 운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은 최대 28.8%까지 비중을 유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리밸런싱 거래일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려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코스피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주식의 비중이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신영증권이 지난 25일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코스피가 8175 이상일 경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최대 SAA와 TAA까지 반영한 허용 범위인 28.8%를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5일 기준 코스피 종가가 8930.30이다. 리밸런싱 물량이 출회할 가능성이 높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넘어서면 74조 원의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 1만 선을 돌파하면 시장에 출회하는 물량은 1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7월부터 제한적으로나마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우려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리밸런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장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에 국민연금이 50조 원 이상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면 미리 매각을 단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자산 가격 하락을 감수하면서 매도하거나 매수한 적은 없다”면서 “지난해 6월부터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매도세를 유지하면서 리밸런싱을 계속해왔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정리해야 할 물량이 역시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루 코스피 거래대금이 50조~60조 원 수준이고 리밸런싱 거래일을 20일로 늘렸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장이 열린 118거래일 동안 연기금이 순매수한 거래일은 32거래일에 불과했다. 이 기간 하루 평균 748억 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최근 1년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매수 주체로 나서지 못한 시기는 이미 꽤 됐다”면서 “코스피 등락에 국민연금의 수급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견조한 점도 리밸런싱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민연금의 매도물량에 대해 “국민연금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코스피 상승을 견인한 AI(인공지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코스피의 방향성을 바꿀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3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6%이지만 대형주 위주로 많이 갖고 있어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돈만 버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민간 투자자라면 대거 물량을 내놓거나 저가 매수하겠지만, 국민연금은 시장 충격 최소화 원칙에 따라 굉장히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국내 주식 비중을 매년 0.5%p씩 축소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일시적 요인이 아닌 증시 체질 개선 등 구조적 변화 등을 반영해 연말에 다시 판단의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국민연금 리밸런싱이 지수 하락으로 이어질 정도로 충격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매도 물량이 나올 경우 주가 상승의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리밸런싱 계획과 파급력을 묻는 질의에 “국민연금 정책 상 기금운용 관련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