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주도권 강화 위해 생산능력 확대…글로벌 자본시장과 접점 확대, 기업가치 재평가 노려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전액 시설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극자외선(EUV) 장비 투자 등에 쓰인다.
앞서 6월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에서 “5년 내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핵심인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8%로 1위였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각각 21%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2025년 1분기 69%에서 올해 1분기 58%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3%에서 21%로, 마이크론은 18%에서 21%로 점유율이 올랐다.
SK하이닉스의 자본적지출 규모는 2024년 15조 9455억 원에서 2025년 27조 5189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자산은 54조 3298억 원, 총차입금은 19조 3177억 원으로 35조 121억 원의 순현금 상태였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연 매출의 30% 수준에서 투자를 집행하는 원칙을 유지해온 것으로 안다. 최근에는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크게 늘고 있어 당장 투자 확대가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메모리반도체는 업황 변동성이 큰 사이클 산업인 만큼, 향후 투자 부담이 커질 경우 안정적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증권신고서에서 “미국 자본시장의 기관투자자 중엔 자국 자본시장 상장 종목 또는 ADR 형태로 미국에서 거래되는 종목에 한해 직접 투자가 가능한 경우가 있어, 한국 자본시장에 한정된 상장 구조에서는 동 투자자군의 직접 접근에 일정한 제약이 있었다”며 “ADR 공모는 단순 일회성 자금조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사가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보다 유연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ADR 상장으로 기업가치 재평가도 기대할 수 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ER)은 6.97배다. 반면 미국에 상장한 마이크론은 9.46배, 샌디스크는 10.47배였다. 권영화 서울기독대 글로벌AI융합대학 교수는 “같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데도 미국보다 한국에선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 국내 주식도 재평가받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ADR 가격이 한국 주식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면, 한국에서 매수한 SK하이닉스 주식을 ADR로 바꾸려는 차익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어서다. ADR과 국내 SK하이닉스 주식은 서로 전환이 가능하다. 한국 주식 1주는 ADR 10주로 전환될 수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시장 평가가 우호적인 곳에서 주가를 재평가받고 이를 코스피 본주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