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과세’를 미끼로 고객을 모집하지만, 결국 은행 등 금융기관의 배만 불려주게 될 것이란 우려가 가장 많다.
ISA 계좌에는 연간 2000만 원 한도로 예금, 적금,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을 담아 운용하고, 5년 뒤 손실을 모두 합친 순이익 200만~250만 원까지 비과세한다. 비과세 허용한도를 넘어서는 수익도 9.9%로 분리과세 된다. 단 중도인출이 불가능해 5년간 자금이 묶인다.
최대 장점인 비과세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 예·적금만 담아서는 불가능하다. 투자위험이 있는 ELS나 펀드 등을 담을 수밖에 없다. 펀드의 경우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부작용이 드러났고 투자자들의 실망도 커 인기가 없는 상태다. 때문에 ELS 등 파생결합증권은 예·적금이나 채권형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기대 수익률이 높아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ISA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특히 부족한 파생상품 판매 인력 확충을 위해 온라인 교육을 허용하기로 했다. 파생상품 투자 권유 자격 취득 과정에서 요구되는 집합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오는 3월 14일 ISA 판매 개시일이 다가오고 있으나, 은행들에 ELS 등 파생상품 판매 권유 자격증을 가진 임직원 수가 부족한 데 따른 조치다. 은행권으로선 ELS 같은 파생결합증권을 끼지 않고는 증권업계가 파는 ISA와 수익률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실교육 우려가 있다며 온라인 교육을 허용해달라는 은행의 요구를 거부했다. 원래 파생상품투자권유인력 자격시험을 치르려면 사전에 반드시 서울과 각 지역 거점에서 직접 정해진 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해 업무를 병행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이 자격을 따려는 금융사 직원들에게 어려움이 많았다.
증권사의 일선 영업 직원들은 파생상품 판매 자격을 대부분 갖고 있지만, 은행권은 최근 ELS 등 파생결합증권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탓에 아직 이 자격증을 따지 못한 직원 비율이 높은 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지금껏 온라인 교육을 허용하지 않은 이유가 ISA 출시를 앞두고 갑자기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뜩이나 은행권에서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고객에게 ELS를 많이 팔아 문제가 됐는데 ISA 판매에서도 이런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직원들에게 ISA 계좌유치 ‘할당’을 강제하는 이른바 캠페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상당수 금융회사는 직원 1인당 100개 이상 계좌를 유치하도록 할당량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캠페인은 각 금융사의 ISA 운용역량보다는 개인적 친소관계에 의해 가입될 수밖에 없어 불완전판매 소지가 커질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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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1.22 09: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