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하느라 ‘하드’도 끊었어, 허허”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뇌경색을 딛고 제2의 지도자 인생을 펼치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김인식 감독(58)을 만나는 날, 개그맨 배칠수씨는 그답지 않게 잔뜩 긴장했다. TV를 통해 비친 김 감독의 모습이 결코 편한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 그러나 무뚝뚝하고 냉정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한없이 푸근하고 다정하며 가벼운 농담에 진지하게 응하는 김 감독한테 배칠수씨는 푹 빠져 버렸다.
배칠수(배): 감독님, 안녕하세요? 근데 저 만난 거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김인식(김): …
배: 담당 기자가 감독님 인터뷰한다고 해서 처음엔 안 오려고 했어요. TV 중계에서 보면 선수가 에러 냈을 경우, 보통 감독님의 표정을 클로즈업하거든요. 그때 입을 이렇게 앙 다물면서 인상 쓰시는 모습이 어휴, 정말 무섭더라구요.
김: 나, 그렇게 무섭지 않은데 허허.
배: 아직까진 믿을 수가 없어요. 감독님이 절 편하게 해주셔야 믿을 거 같아요. 자, 요즘 조성민 선수 때문에 관심들이 많아요. 그런데 조성민 선수의 재기에 대해 찬반양론이 분분하더라구요.
김: 조성민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건 아니야. 과거와 달리 요즘 선수들 수명이 굉장히 길어졌거든. 그런데 30대 초반의 선수가, 그것도 왕년엔 날고 기는 투수였는데, 그런 선수가 그냥 쉬고 있다는 게 안타깝더라구. 그래서 내가 ‘한번 해볼래?’하고 물었던 게 본인이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된 거지.
배: 감독님은 조성민 선수의 재기에 대해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계신가요.
김: 7월이면 선수 등록을 할 수 있는데, 글쎄, 그때까지 어느 정도 실력이 되살아나야 등록을 하는 거 아니겠어? 기간이 좀 짧은 게 흠이지만 본인이 아프지 않다면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해. 얼마 전에 물어보니까 아프지 않다고 말하더라구.
사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어느 팀이든 스타플레이어가 있어야 되거든. 물론 그 친구의 재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그 부분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지만, 우리한테도 조성민은 필요한 존재였어.
배: 감독님도 재활 훈련 하셨다면서요? 지난 번 쓰러지셨을 때 재활하느라 무지 고생하셨다고 들었어요.
배: 술, 담배도 끊으셨잖아요. 주위의 유혹이 만만치 않으시다면서요? ‘사탄’들이 한두 명이 아닐 것 같은데.
김: 허허. 참 신기한 게 다른 사람들은 죽어도 담배는 못 끊는다고 하더라구. 근데 난 담배는 (끊기가) 쉬웠어. 힘든 게 술이야. 술은 지금도 먹고 싶어. 물론 어쩌다 그런 자리에 가면 권유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나가질 않아. 고통스러우니까.
배: 한화 감독님으로 부임하신 후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김: 그랬지. 공격이 잘 안되니까 더더욱 그랬을 거야. 타선의 핵심이 이영우였잖아. 그 친구가 부상으로 빠지니까 아주 약해지더라구. 그런데 어차피 다 알고 들어온 것이고, 지금 바람은 다친 선수들이 부상에서 하루 빨리 회복하는 거야.
배: 그래도 김인철 선수가 이영우 선수만큼 받쳐주는 거 아닐까요?
김: 허허. 좀 모자라지. 그런데 올해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배: 정경희 선수도 아주 공이 좋던데요?
김: 우리 팀은 5회 이후에 나온 선수는 잘 던져요. 선발이 문제지. 그러나 한 달 정도 이렇게 가다가 또 변화를 줄 거라고. 그땐 좀 달라질 거야.
배: 야구계에선 감독님을 가리켜 ‘덕장’이라고 하던데 이게 말이죠, 은퇴 앞둔 사람한테는 다 ‘덕장’이라고 하더라구요. (김 감독의 반응을 쳐다보며) 이번에도 안 웃겼다. 감독님 웃겨드리려고 한 말인데. 언제까지 유니폼 입고 현장에 계실 것 같아요?
김: 날 써줄 때까지 있는 거지.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고.
배: 아, 참! 두산에 계실 때는 항상 아이스바를 즐겨 드셨다고 들었어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김: 아니. 그냥, 매니저가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놓은 걸 한두 개씩 먹다가 그게 습관이 된 거지. 그런데 그걸 먹다 보니까 시합 전엔 꼭 그걸 먹어야 돼. 이기고 지고에 상관없이 그걸 먹어야 마음이 편해지더라구. 허허. 지금은 재활기간이라 안 먹어.
배: 장에 안 좋은 차가운 ‘하드’를 들이대면 안 돼죠. 감독님! 옆에서 빨리 끝내라고 성화내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전 감독님이 ‘무서운 분’이 아니란 걸 알고 가는 것만으로 큰 수확인데요?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