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앙숙들 피가 끓는다
▲ 부산 사직구장은 연일 만원 관중을 기록하며 야구 중흥의 불을 당겼다. 지난 17일 롯데-삼성전이 벌어진 사직구장 전경. | ||
이렇게 야구장에 구름 관중이 모이는 요인이 뭘까. <일요신문>에서는 프로야구 특집 ‘Again 1995’를 준비하며 프로야구가 전국민의 흥행 스포츠로 부활한 요인들을 찾아봤다.
야구장에 관중이 꽉꽉 들어차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흥미롭고 다양한 라이벌 구도들이 예리한 각을 세운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 지난 3월29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감독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
시작은 LG와 삼성이었다. 동기생 스타인 삼성 선동열 감독과 LG 이순철 감독은 지난 겨울부터 다분히 의도적인 라이벌 의식을 첨예하게 드러내며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시즌 초반 LG의 부진으로 퇴색했던 라이벌 구도는 최근 LG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삼성 등 선두권 추격에 나서 다시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이다.
롯데와 두산의 약진도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케 한다. 만년 하위권이던 롯데의 급상승은 대결 때마다 새로운 라이벌을 만드는 형편이다.
일단 선두 삼성과 맞붙으면 영남권 라이벌의 짜릿한 대결이 시작된다. 예전의 일방적인 삼성 독주 체제는 사라지고 롯데가 매서운 전력을 과시하면서 대구와 부산의 팬들은 ‘신(新)라이벌전’에 열광하고 있다.
똑같이 하위권으로 예상되던 두산과 롯데의 대결은 구도 부산팀과 수도 서울팀의 격돌로도 흥미를 유발하지만 고려대 시절 1년 선후배로 투수와 포수로 호흡을 맞췄던 두산 김경문 감독과 롯데 양상문 감독의 대결 구도로도 흥미 만점이다. 두 감독은 워낙 막역한 사이라서 시즌 중에는 구설수가 싫다며 개인적인 만남을 사양할 정도로 두터운 정과 함께 팽팽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하위권인 SK와 기아도 대반격을 기대할만한 전력이고, 현대는 2년 연속 우승팀, 한화는 도깨비 방망이를 자랑한다. SK가 반격에 나서면 두산과의 라이벌 구도가 예상되고 기아는 삼성, 롯데와 영호남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팬 몰이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 스포츠가 팬 몰이를 하는 요인들에는 홈팀의 상승세와 스타플레이어, 그리고 역시 라이벌전이 톡톡히 한몫을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라이벌전은 항상 만원 사례를 이룬다.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라이벌전은 뉴욕 시절부터 1백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이젠 캘리포니아의 남북을 대표하는 내셔널리그(NL)팀으로, 양팀이 맞붙으면 당연히 만원은 물론이거니와 원정팀 팬들이 수천명씩 스탠드를 메워 치열한 응원전이 벌어진다.
다저스가 9년 연속 3백만 관중을 돌파하고, MLB 최고 기록인 19차례 3백만 돌파를 이룩한 배경에는 자이언츠는 물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구(舊)라이벌 구도에 샌디에고 파드레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신라이벌 구도를 적절히 이용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AL) 동부조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이벌 의식은 이제 양팀이 맞붙을 때마다 전 미국이 들썩거릴 정도며, 각 리그별로 첨예한 라이벌전들이 벌어져 팬몰이를 하고 있다. NL 중부조의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 커브스나, NL 동부조의 뉴욕 메츠와 애틀랜타, AL 서부조의 LA 에인절스와 오클랜드 에이스의 라이벌전도 늘 관중석을 꽉 메우는 빅카드 들이다.
게다가 메이저리그는 지난 1997년부터 ‘인터리그’ 제도를 만들어 또 다른 라이벌전으로 팬들에 어필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NL팀과 AL팀이 격돌하는 것은 1년에 한번, 월드시리즈가 유일했다. 그러나 인터리그라는, 시즌 중반에 다른 리그팀들끼리 맞붙는 라이벌전을 만들었는데, 일부 정통주의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흥행은 매년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뉴욕 메츠와 양키스가 맞붙고, LA의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격돌하며 시카고의 커브스와 화이트삭스가 정면 대결을 펼치는데 팬들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 라이벌전은 언제나 팬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