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연 부친 김용진씨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난 주연이가 잡을 줄 알았어요. 은근히 못 가게 만류할 것으로 기대했거든요. 서운하더라구요. 미국을 떠나오는데 마치 딸을 사막에 혼자 놔두고 온 듯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잠 한숨 안 자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차마 청주집으로 가질 못하겠더라구요. 그때 내 주머니에 5만원이 있었어요. 그거 가지고 버스 타고 서울 가서 소주 사다가 공원 벤치에서 들이켰죠. 그 벤치에 누워있는데 몸은 한국에 있어도 내 정신은 미국에 가 있는 거예요. 지금쯤 주연이가 뭘 하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김씨는 그 후로 골프기자, 골프 관계자들과의 연락을 뚝 끊고 산을 타면서 마음을 다스렸다고 한다. 딸이 자리를 잡을 때까진 그 누구도 만나지 않을 생각으로 잠수를 탔고, 그 당시 유일하게 만나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였다.
“지난해 말에 주연이가 Q스쿨에 통과한 후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는 1시간 동안 울었대요. 그 테스트를 통과하려고 갖은 고생을 다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거지. 우울증 걸려 죽을 뻔했다면서 말하는데 모녀지간도 울고, 나중에 그 얘길 들은 나도 울고, 완전 울음바다였죠.”
마흔아홉된 분이 기자 앞에서 눈물을 쏟아낸다. 술도 안 마셨고, 점심시간이었는데도, 한국 와서 처음으로 그때 얘기를 꺼낸다며 우는 부정(父情) 앞에서 기자도 눈물이 났다. 아마추어 시절 전성기를 구가했던 딸이 미국 진출 4년 동안 온갖 역경들을 겪어냈던 진한 사연들이 김씨의 얼굴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번에 우승했다고 해서 또 우승하란 법은 없잖아요. 당장 다음 대회에서 성적을 못 낼 수도 있어요. 그래도 난 전혀 걱정 안 해요. 내 딸이 김주연이기 때문이죠. 돈방석에 앉은 김주연이 아닌 골프를 통해 ‘성공’이란 단어를 쓸 줄 아는 김주연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