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모임 “조 목사, 횡령 의혹 또 있다” 강경 입장 선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전경.일요신문 DB
지난해 12월 기도모임은 조용기 원로목사에 대한 비리 폭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내용은 △조 목사와 그의 부인 김성혜 씨에 대한 추가 고발 △1차 고발(2011년, 조 목사의 배임 및 탈세 혐의에 대한 고발) 건의 재판진행 상황 △2013년 11월 14일 열었던 기자회견 내용 관련 후속 조치 △조 목사와 그 일가 및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한 요구 사항 등이었다.
이중 단연 핵심 내용은 ‘추가 고발’ 건이었다. 기도모임은 조 목사가 2004년부터 약 5년 동안 매년 120억 원씩 모두 ‘600억 원’의 교회 특별선교비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또 조 목사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200억 원’의 교회 자금을 퇴직금 명목으로 부당하게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기도모임은 이 같은 의혹을 종합해 검찰에 고발했다. 기자회견은 해당 의혹을 증거와 함께 폭로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 디데이는 12월 15일이었다. 그런데 당일, 기자회견은 전격 취소됐다. 취소 배경에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조 목사 측이 기자회견을 무력으로 막았다”는 전언이 흘렀다.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무력이 아니라 합의를 제안한 것이다. 기도모임 한 관계자는 당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 직전 조 목사 측이 합의를 제안해 조 목사를 직접 만났다. 합의가 거의 잘 돼가는 분위기다. 기자회견은 일단 잠정 중단이다”라고 전했다.
기도모임 측에 따르면 양측은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CCMM 빌딩 11층에서 조 목사의 거취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도모임은 조 목사가 여러 잘못을 저지른 만큼 교회 설교권을 내려놓고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조 목사 측은 기도모임이 제기한 고소, 고발 건을 취하할 것과 기자회견 취소를 조건으로 걸었다. 기도모임은 이 부분을 수용할 의사를 밝혔으며 합의는 상당 부분 진전되는 양상을 띠었다고 한다. 협상에 참여했던 기도모임 한 관계자는 “퇴진 등 우리의 요구 사안을 전달하니 조 목사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퇴진 후 조 목사 일가가 교회에 손을 떼고 잠시 외국에 나가 있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구체적인 기간까지 조율이 됐다”라고 전했다.
이제 조 목사 퇴진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기도모임 측에 따르면 면담 직후 양측은 추가 협의를 통해 조 목사를 각서인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와 이진남 장로회장을 합의인으로 하여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공증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다음날 반전이 일어났다. 이영훈 담임목사가 돌연 홍콩으로 출국한 것이다. 공증 약속은 유야무야됐다. 기도모임 측은 “이 목사가 사전 예고도 없이 출국했다. 귀국 후에도 공증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도모임이 기자회견을 강행할 경우 교회 성도 수백 명을 동원하여 기자회견 자체를 저지하겠다고 협박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순복음교회 측은 “담임목사님이 선교 일정으로 해외에 나가는 일이 많다. 이미 지난해 일정이라 해당 일에 출국을 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상황은 갑자기 긴박해졌다. 이영훈 담임목사가 합의인에서 사실상 빠짐으로써 합의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기도모임은 또 다른 합의인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장 측에 합의를 이행하라는 뜻을 전했다. 이어 12월 19일, 장로회장 측은 기도모임과 협의를 갖고 “기도모임의 요구사항에 대한 시행계획을 2015년 12월 말까지 통보하고 2016년 1월 15일까지 다시 합의를 도출하여 시행하기로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결국 합의를 다시 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그러나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장로회장 측은 협의 하루 뒤, 돌연 “문제가 되는 사항들을 당회(여의도순복음교회 최고 의결기구)에서 결정처리하기로 했다”고 기도모임 측에 일방 통보했다. 하루 만에 협의를 또 다시 전면 뒤집은 것이다. 이윽고 지난 1월 17일에는 이진남 장로회장 명의로 문서를 보내 “당회를 열어 해당 문제를 논의할 특별기구를 구성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문제는 특별기구에서 논의하고 해결되기를 원하며 특별기구가 설치되면 고소, 고발을 취하하고 기도모임을 해체하길 바란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이에 기도모임 측은 “조 목사 일가가 퇴진하지 않는 한 고소, 고발의 취하나 기도모임의 해체는 있을 수 없다”는 반박 입장을 전달했다.
조 목사의 비리 의혹 및 거취 문제를 논의할 특별기구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 2월 14일 특별기구를 구성할 당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열리지 않았다. 순복음교회 측은 “당회가 미뤄진 것은 맞다. 사유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기도모임 한 관계자는 “당회마저 제대로 열리지 않는데 특별기구가 제대로 구성될 수 있겠느냐. 조 목사 측근으로 구성될 것이 불 보듯 뻔하며 또 다시 문제를 무마하려는 전략이다”라고 주장했다.
기도모임 측은 이제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미 기도모임 내부와 교계 일각에서는 “조 목사에게 또 당했다”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기도모임이 기자회견을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일요신문 1231호 ‘조용기 목사 최대 위기 내막’ 참조). 애초 12월 초에 정해졌던 기자회견은 조 목사 측의 합의 제시로 계속해서 미뤄졌으며 정작 합의가 성사될 즈음이면 유야무야되는 패턴을 보였다. 기도모임 측은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교회와 조 목사 측이 기자회견을 저지할 목적으로 꾸민 기만전술로 판단한다”고 발끈했다.
기도모임은 3월 중 폭로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요신문>은 기도모임이 조 목사의 새로운 비리 의혹을 포착하고 고발을 준비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한 기관에서 조 목사가 수억 원대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핵심 골자다. 앞서 800억 원대 교비 횡령 의혹과 더불어 해당 사안이 추가 고발된다면 파장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도모임 내부에서는 이 사안을 막판 카드로 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기도모임과 조 목사 측의 합의 과정과 여러 의혹들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그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된 바가 없다. 딱히 얘기할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