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맘만 먹으면 3할 쳐요~”
▲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정수근은 언제나 ‘스마일맨’이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3할은 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배칠수(배): 내가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시기에 정수근 선수를 만나러 왔을까요?
정수근(정): 글쎄요. 아마도 ‘그거’ 때문 아니겠어요? 제가 이번에 1등 먹었잖아요.
배: 그러게 말예요. 어떻게 올스타 팬투표에서 1위를 했을까. 문제도 많았던 선순데….
정: 에이, 또 무슨 말씀 하시려구. 하긴 저도 잘 이해가 안됐어요. 이미지 면에서 훌륭한 선수 정말 많은데. 지난 번 잠실 게임 끝나고 나가는데 팬들이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구요. “이번 올스타전 때는 뭘 보여주실 거예요?”하고. 제가 뭔가를 보여줄 거라고 기대하셔서 투표로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배: 아, 그러니까 정수근 선수를 뽑아주면 뭔가를 확실히 보여줄 거라고 기대한단 말이죠? 그거 말 되네. 그런데 작년에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했는데도 올스타전에서 뭔가를 보여주지 못했잖아요. 하하 인상 쓰시긴, 자, 다음 질문 넘어갑니다. 야구선수 중에서 오지랖 넓은 선수로 유명한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정: 오지랖이란 말 많이 듣는데, 그거 정확한 뜻이 뭐예요? (배칠수씨의 설명을 듣고서는) 나쁜 얘기 아니죠? 흠, 오지랖 넓은 비결은 한 마디로 많이 쓰는 거죠. 전 정말 많이 써요. 물질적인 것도 그렇고,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도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그런 씀씀이가 대인관계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아요.
배: ‘오버맨’이란 타이틀로 두산 홍성흔 선수와 곧잘 비교되잖아요.
정: 성흔이랑 저하고는 ‘오버’의 색깔이 다르죠. 성흔이는 성흔이 덩치에 걸맞은 오버를 하는 거구, 전 제 스타일에 맞게 오버하는 거구요.
배: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에 정수근 선수 결혼했냐는 질문이 꽤 많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이 사람아, 자기랑 똑같이 생긴 아들이 지금 방망이 휘두르고 있어’라고 답글 올려 놓으려다 참았지. 유부남 티가 잘 안나요?
정: 아직도 하는 짓이 철없어 보이나 봐요. 하긴 제가 얼굴도 동안이고, 뭐 그러니까 올스타 최다득표도 했죠.
배: 잘 모르시네. 운동선수가 간이 동안이고, 위가 동안이어야지 얼굴은 무슨. 에이, 그래도 올스타 최다득푠데 봐줘야겠다. 참, 최근 성적을 보니까 2할대 후반이더라구요? 올시즌 들어서 한때 3할 넘는 타율을 자랑하길래 좀 무리한다 싶었어요.
정: 왜 이러세요? 저도 한번 맘 먹으면 3할 쳐요. 맘을 잘 안 먹어서 그렇지. 재미없으면 잘 안하려고 하구. 3할로 잘나가다 최근 다섯 경기에서 많이 까먹었어요. 비도 오락가락하고 경기도 중단되거나 연기되고 하니까 리듬을 잃게 되더라구요. 전 비 오면 절대 훈련 안 해요. 그냥 무조건 쉬어요.
▲ 지난 13일 구단 버스에서 내려 잠실야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 ||
정: 은근히 절 볶으시네. 오늘 인터뷰 그만할까요?
배: 원래 이런 스타일이 ‘생생인터뷰’ 컨셉트인 거 몰랐나? 자, 진정하시고 지금까지 정수근 선수를 가장 괴롭힌 투수가 있다면 누굴까요?
정: 다 힘들었어요.
배: 반대로 정수근 선수가 가장 괴롭힌 투수는 누구죠?
정: 다들 괴로워하던데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타석에 서면 다들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제가 꼭 한방을 터트리니까 위기 상황에서 절 상대하는 투수들은 좀 괴로울 거예요.
배: 작년에 시련을 좀 겪었겠어요?
정: 말도 마세요. 사고 친 다음 한달 반 정도 시합이 남았는데 솔직히 그냥 건성으로 했어요. 그러다 시즌 끝나고 성적표를 보니까 정말 후회스럽더라고요. 팀 성적이 아무리 안 좋아도 자기 성적은 지켰어야 하는데. 그 당시 살도 많이 쪘어요. 그러다 한 13kg쯤 뺐죠.
배: 지난 번에 동생 정수성 선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어요. 형에 대한 부러움도 크지만 원망도 많았더라구요.
정: 그랬을 겁니다. 제가 좀 냉정하게 대했거든요. 친동생이지만 다른 야구 선수들과 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력 없으면 2군으로 내려가는 것이고, 실력이 좋아지면 1군으로 올라오는 거라고 한발 빼고 지켜봤죠. 그런데 수성이가 정말 ‘악바리’예요. 그러니까 9년의 무명 생활을 버틴 거죠.
배: 직접 보니까 ‘하드웨어’는 형보다 훨씬 낫더라구요.
정: 그럼요. 어휴, 아주 죽여줘요.
배: 아직 은퇴하려면 멀었지만 은퇴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정: 2천 안타요. 지금까지 1천 3백개 정도 쳤는데 그 기록만큼은 꼭 이뤄보고 싶어요.
배: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요즘 컨디션도 안 좋으신데 이렇게 재밌는 시간 갖게 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