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땅엔 기름 줄줄...캠퍼스 내부만 안전?
해당 부지는 지난해 3월 미군으로부터 국방부로 반환됐다. 반환된 기지는 동두천 ‘캠프캐슬’로 동쪽캐슬, 서쪽캐슬, 북쪽캐슬 등 3군데로 나뉘어있다. 지난 2013년 5월 환경부의 ‘캠프캐슬 환경오염조사 및 위해성평가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동쪽캐슬과 서쪽캐슬의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 수치가 각각 6만 3829ppm, 2만 1418ppm이었다. 이는 토양환경보전법상 1지역(학교, 공원, 주거지역 등) 토양오염우려기준인 500ppm의 최대 127배가 넘는 수치다. TPH에 오염된 토양에서는 식물의 생존이 불가능하고 인체에도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해 4월부터 환경오염 정화사업을 실시했으며 현재는 동쪽캐슬과 서쪽캐슬의 오염토 굴착 및 제거가 완료됐다는 입장이다.
동양대학교 북서울캠퍼스 공사현장. 주민들은 공사 시작 이후 기름냄새가 더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동양대학교 북서울캠퍼스는 동쪽캐슬과 서쪽캐슬이 위치했던 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학교 부지와 맞닿은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정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마당에서 기름에 오염된 흙과 지하수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3일 <일요신문>은 현장을 방문했다. 문제가 된 지역은 동쪽캐슬 남쪽경계와 바로 맞닿은 곳이었다. 진입로에서 피해 주민들의 집 마당까지 깊이 2.5m, 폭 40m가량이 굴착돼 있었다. 굴착한 곳은 군데군데 검푸른 흙이 뭉쳐있었으며 고여 있는 지하수에는 기름띠가 형성돼있었다. 이 지역은 국방부에서 오염 확인을 위해 굴착한 곳이다. 지난해 12월 주민들이 인근의 기름 냄새로 인해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있다며 국방부에 신고한 것. 그러나 국방부는 굴착만 했을 뿐 이후 조치 없이 방치해 두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현수막까지 걸어놓고 항의하고 있었다.
캠퍼스 공사현장과 바로 맞닿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검푸른 흙(위)과 기름띠가 형성된 지하수(아래).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녹색연합은 이미 지난달 이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동행한 김한승 건국대학교 교수는 “자연스러운 토양 색깔이 아닌 외부 유류·유기성 물질로 인해 땅속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났을 때 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경험상 허용기준치를 상당히 넘긴 오염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조사 결과 이곳 TPH 최대 농도는 1만 500ppm으로 기준치의 20배가 넘었다.
국방부 측은 캠퍼스 내부는 오염에서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관계자는 “내부는 정화 작업을 마쳤고 기관을 통해 검사까지 받았다”며 “외부 지역은 아직 정화가 안 된 것이 맞으며 이번 달 환경부에서 조사가 끝나면 바로 정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방부에서는 감정평가를 통해 인근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줬으나 생각에 못 미치는 보상금을 받아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불평했다.
과연 캠퍼스 내부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그렇지만 기자는 모두 현장 관계자들의 제지로 캠퍼스 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지난달 이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녹색연합 측 역시 같은 이유로 캠퍼스 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에 김한승 교수는 “내부에 있는 오염토를 외부로 퍼내는 공사를 했다면 그럴 수 있다”고 인정했다. 주민들 역시 공사가 시작된 이후 유류물질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여전히 캠퍼스 내부에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유류물질이 대기나 지하수를 타고 캠퍼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며 “직접적인 급성 독성의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악영향은 당연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 기준치를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보통 이런 오염물질은 자연적으로 잘 제거되지 않는다”며 “그러면서도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통해서도 인체에 흡수될 수 있으니 한시라도 빨리 외부 정화작업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외부정화작업에 대한 정확한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앞서의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달 나오는 환경부 조사 결과를 보고 정화 설계를 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일정은 그 때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동양대학교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동양대 관계자는 “경계에 콘크리트 차단벽을 깊이 심어놔서 지하수 유입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학교 측도 열심히 알아봤는데 우려가 좀 과장된 것 같아 현재는 안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니까 국방부에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조치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양대학교 신입생들은 이번 논란으로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정화작업을 담당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2017년 12월 31일까지 정화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설령 캠퍼스 내부정화가 완료됐더라도 학생들은 2년간 학교 옆에서 오염토 정화 사업을 지켜봐야한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오염문제가 불거진 원인은 올해 3월 동양대학교 북서울캠퍼스를 개교하겠다는 목표에 맞춰 환경오염 정화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해당 부지를 빨리 매각하고 싶은 국방부, 낙후 지역 개발을 원하는 동두천시, 수도권으로 이전을 원하는 동양대의 이해가 맞닿아 개발 계획이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서울캠퍼스는 본래 이번 달 개교 예정이었으며 신입생도 약 400명 선발했다. 그러나 아직 캠퍼스 공사조차 완료되지 않아 개교는 4월로 미뤄졌고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최대한 정화를 마치고 환경적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개발되는 것이 맞다”며 “그럼에도 정화부터 개발까지 동시에 추진하다보니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