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남 계열사 대표 내정…윤석금 회장이 막후 경영 총괄할까
윤형덕 웅진에버스카이 대표(왼쪽)와 윤새봄 웅진씽크빅 대표.
2세경영이자 형제경영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승진과 이동은 웅진그룹으로서는 남다른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을 맡고 있던 장남 윤 전무가 터키 정수기렌탈 법인 웅진에버스카이와 화장품 판매법인 웅진투투럽 대표를 동시에 맡는다는 것은 웅진그룹의 신사업을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윤 전무는 또 웅진이 국내 화장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1월 설립한 웅진릴리에뜨 경영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태양광사업을 하고 있는 웅진에너지에도 사내이사로서 경영진에 이름을 올린다. 웅진 관계자는 “임원으로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지 여러 계열사를 전부 경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무로서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것이 이상할 건 없다”고 말했다.
차남 윤새봄 전무가 그룹 지주사인 ㈜웅진 기획조정실장에서 웅진씽크빅 대표로 이동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웅진은 재무·관리 분야에 강점이 있다고 알려진 윤 전무에게 그룹의 주축이자 근간이 되는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맡긴 셈이다. 즉 장남 윤형덕 전무가 그룹의 신사업 추진을 담당하고 차남 윤새봄 전무가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윤석금 회장의 두 아들이 동시에 대표이사에 선임됨으로써 웅진그룹의 2세경영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회장이 그룹 재기 분위기에 맞춰 앞으로 사업과 경영을 두 아들에게 맡기겠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웅진그룹의 재기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무르익었다. 방문판매와 렌탈서비스 등 윤석금 회장과 웅진의 강점이 살아나면서 지주회사인 (주)웅진을 비롯해 웅진씽크빅 등의 실적이 늘어났다. 때마침 태양광산업에 훈풍이 불면서 웅진에너지 역시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영업이익을 거두기 시작했다.
실적 개선으로 탄력을 받은 웅진은 웅진에버스카이, 웅진투투럽, 웅진릴리에뜨 등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터키 정수기사업과 화장품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번에 윤형덕 전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계열사들이 대부분 이와 관련 있는 곳이다. 또 웅진씽크빅과 ㈜웅진 등 웅진그룹의 근간이 됐던 계열사들의 체력도 강해지고 있다.
비록 재계 30위권에 올라 있던 시절과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그룹의 13개 계열사가 탄탄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웅진 측 설명이다. 웅진 관계자는 “해마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법정관리, 계열사 매각 등의 영향으로 정확한 수치를 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서 윤석금 회장이 웅진의 새 출발을 아들들에게 맡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 일부에서는 윤 회장이 두 아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막후에서 경영을 총괄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즉 윤 회장의 ‘수렴청정’이라는 시각이다. 아직 30대에 불과한 두 아들이 전무로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는 점, 비록 윤 회장이 올해 나이 만 71세가 되지만 여전히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는 점 등이 ‘수렴청정’의 설득력을 더한다.
1000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윤 회장은 지난해 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음으로써 경영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등기임원을 맡지 못하는 데다 웅진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과정에서 사재를 대부분 출연해 지분도 없는 상태다. 게다가 주요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매각 등 웅진그룹이 쓰러지는 데 책임도 있어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웅진이 움직일 때마다 윤석금 회장으로 시선이 집중될 텐데 아들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면서 시선을 분산시키고 새출발한다는 식으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경영을 전부 아들들에게 맡기겠다는 뜻은 분명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금 회장은 지주사 ㈜웅진의 서울 인의동 본사와 경기도 파주의 웅진씽크빅 본사를 수시로 들러 사업와 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웅진 관계자는 “회장으로서 그룹 전반에 걸친 사업을 총괄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계열사별로 세부 사업들은 각 대표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