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노조 “사모펀드에 자금지원 형식 가능성” vs 새마을금고 “검토조차 안 했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의 자구안에 따라 현대증권 재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의 자구안에 따라 현대증권 재매각이 시작됐다. 인수전의 흥행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현대증권 매각주간사인 EY한영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마감된 예비입찰에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한국금융지주, KB금융지주, LIG그룹 계열사 LK파트너스, 글로벌원자산운용, 파인스트리트, 홍콩계 사모펀드 엑터스 등 총 6개사다.
특히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는 일찌감치 현대증권 인수전을 준비하면서 실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현대증권 인수전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바로 새마을금고의 참가다. 새마을금고의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처음 대두된 곳은 지난 2월 27일 열린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 현대증권지부(현대증권 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다. 증권업계와 현대증권 노조 등에 따르면 이동열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대증권 인수전에 새마을금고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앞서 공개된 인수의향 6곳의 기업 목록에는 새마을금고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동안 새마을금고가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표한 적도 없다. 실제 지난해 진행됐던 현대증권 매각 작업에도 새마을금고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동열 위원장 역시 새마을금고가 직접 인수주체로 참여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새마을금고가 인수의향을 밝힌 사모펀드 중 한 곳에 자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특히 대의원 관계자들은 “이 위원장이 노조 측에서 새마을금고를 세 차례 찾아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에 대해 “생각없다” “생각은 있다”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증권업계에서도 새마을금고 입장에서는 현대증권 인수전이 증권업 진출과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노조가 새마을금고의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제기했다.
새마을금고는 총 자산이 120조 원에 달하는, 금융기관 중에서도 ‘큰손’이다. 새마을금고의 신종백 회장은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 계획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에 따라 새마을금고는 막강한 자금력을 발판으로 그동안 증권사 M&A가 진행될 때마다 단골 잠재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 당시에도 새마을금고는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설에 대해 새마을금고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는 검토조차 안 했다”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이어 “현대증권 노사와는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노조 측에서는 인수전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상황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대응책을 세우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이에 대의원대회에서 참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우리 노조 측에서는 참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새마을금고는 증권사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새마을금고 관련자들을 접촉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새마을금고와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새마을금고 측에서 인수의향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며 “결국 인수 참여는 신종백 회장의 의중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집행부 측은 새마을금고의 인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 회사로 넘어가게 되면 최악의 경우 현대증권의 자본금만 빼내가고 직원들은 내보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고 나서부터는 장외투쟁을 위해 뛰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앞서 한 언론을 통해 모든 인수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사모펀드의 경우 국내 자본이면 수용할 수 있지만 외국계나 차입금이 많은 자본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오릭스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수 후보보다는 해당 자본의 주체와 금융 구조를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현대증권 임직원에게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금융지주일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한국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면 전면전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증권 매각을 위한 새 주인이 결정돼도 매각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편 현대증권 인수전에 6개사가 인수의향을 보임에 따라 EY한영은 실사 마감일인 오는 18일에 맞춰 본입찰 일정을 오는 24일로 확정하고, 관련 내용이 담긴 2차 제안서를 인수 후보자에게 송부할 계획이다.
따라서 본입찰 과정에서 새마을금고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참여를 하게 될지, 또한 현대증권 노조가 인수전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