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아가 휘말렸던 성매매 사건과 여가수 A 등이 연루된 이번 성매매 사건의 공통점은 브로커가 동일하다는 부분이다. 수사기관이 브로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연루 연예인을 밝혀냈다는 점도 같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예기획사 대표 강 아무개 씨(41)와 직원 박 아무개 씨(34) 등을 체포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강 씨가 바로 성현아 사건 당시의 브로커다. 지난 2월 24일 경찰이 강 씨 등을 체포했다고 밝혔을 당시만 해도 성매매 여성은 단역 배우 최 아무개 씨와 연예인 지망생 이 아무개 씨 등 두 명뿐이었다. 성매수자는 재미 사업가 M 씨 한 명이었다. 최 씨가 배우이긴 하지만 무명의 단역 배우인 터라 연예인 성매매 사건으로 보기에는 애매함이 있었다.
여성 실루엣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더욱 충격적인 부분은 여가수 A와 성매매를 한 성매수남이 두 명이라는 부분이다. A는 우선 지난해 4월 즈음 강 씨 소개로 재미교포 사업가를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이를 위해 여가수 A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재미 사업가 M 씨를 만나 성관계를 갖고 3만 달러(약 3500만 원)를 받았다. 또한 지난해 7월에도 강 씨 소개로 주식 투자가를 소개받아 서울 모처에서 1500만 원을 받고 성관계를 가졌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씨에게 두 명의 남성을 소개받았다는 부분 역시 성현아와 공통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확연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성현아의 경우 첫 남성과의 만남은 성매매 정황이 드러나 1,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그렇지만 두 번째 남성과의 만남은 재혼을 위해 강 씨에게 소개받은 것으로 실제 결혼을 했다. 따라서 검찰과 1, 2심 법원은 첫 남성과의 만남만을 문제 삼아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번째 남성과의 만남이 재혼을 위한 소개였음을 감안해 첫 남성과의 만남 역시 성매매 목적이 아닌 재혼 목적의 만남이라고 봤다. 결국 대법원은 이로 인해 무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여가수 A의 경우 두 남성 모두 성매매를 목적으로 만남을 가졌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여가수 A가 성매매를 하게 된 계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경찰은 강 씨가 지난해 3월 여가수 A에게 500만 원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지난해 별다른 활동이 없던 여가수 A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 강 씨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강 씨는 연예계 활동이 미진한 여가수 A에게 스폰서를 소개해주겠다며 “사귀면서 돈도 갚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고 알려졌다.
영화 <노리개> 스틸 컷.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지난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가장 큰 의미 가운데 하나는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성매매 여성들이 선불금에 대한 우려, 사법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성매매 업주를 신고하지 못한다는 부분을 중시했다. 이로 인해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관련 채권을 무효로 하고 성매매 피해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었다.
경찰은 강 씨가 여가수 A에게 빚을 갚으라는 독촉과 함께 성매매를 제안했다고 보고 있다. 빚 독촉을 하며 성매매를 제안했다면 500만 원의 빚은 일종의 선불금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여가수 A의 성매매가 빚 독촉에 의해 부득이하게 이뤄진 것이라면 ‘비자발성을 띤다’고 볼 수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여가수 A의 성매매가 비자발성을 띠고 있음이 법적으로 입증될 경우 검찰의 불기소나 법원의 무죄 판결 등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여가수 A의 몫이다. 실제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의 단체는 스스로 비자발성을 입증하는 과정에 쉽지 않아 사법처벌을 받는 성매매 여성들이 많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두 번째 성매매 혐의다. 지난해 4월 즈음 미국에서 이뤄진 재미 사업가 M 씨와의 성매매 혐의는 빚 독촉에 의한 비자발적인 성매매로 볼 수도 있지만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이뤄진 두 번째 성매매는 성격이 다르다. 이미 빚을 다 갚은 상황이라면 자발적인 성매매로 볼 수도 있는 것. 다만 이 과정에서도 브로커인 빚 독촉과 유사한 강 씨의 압력이 있었다면 여가수 A는 사법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브로커 강 씨는 성현아 등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 당시 홀로 움직인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함께 구속된 박 씨, 불구속 입건된 알선책 3명 등과 함께 일을 벌였다. 보다 규모를 키우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경찰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성매매 연루 연예인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