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라고요? 마음만은 메이저리거!
▲ 최근 사회인 야구단 붐을 타고 수도권에만 2천 팀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DaliGO’의 회원들. | ||
사회인 야구 관련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팀 창단과 선수 모집 글이 수십 개씩 올라올 정도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사회인 야구팀은 수도권에만 2천 개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인 야구의 발전과 함께 이제는 리그도 다양해졌다. 퍼펙트, 덕아웃, 밤섬, 미즈노, 쥬신, 야코 등 일반 리그와 경기도공무원, 경찰, 금감원 등 관공서 리그와 여러 직장 리그 등 리그만 해도 수십여 개에 이른다. 여기에 각 리그는 실력에 따라 1~3부 또는 루키 리그까지 산하에 두고 있어 하나의 리그에만 30~60여 팀이 참가하고 있다.
# ‘봉황대기’ 선수 기준
그렇다면 사회인 야구 수준은 어느 정도 될까. 리그에 참가하는 팀의 경우 선수 출신의 숫자에 따라 1, 2부에 등록된다. 이 때 선수 출신이냐 아니냐의 판정은 봉황대기고교야구가 기준이 된다. 고등학교 1학년을 기준으로 이 대회 출전한 경험이 있다면 선수 출신이 되는 것. 많은 고교대회 중에서 유독 봉황대기를 근거로 삼는 이유는 모든 학교들이 예선을 거치지 않고 출전할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이 대회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일반인과 다른 취급(?)을 받게 된다.
3부 리그에서는 선수 출신이 거의 없는 반면 2부에서는 3명 안팎의 선수 출신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부에서는 절반 이상이 선수 출신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 시합 자체가 박진감 있게 진행된다. 하지만 2부 팀이라 하더라도 중학교 선수들과 시합해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 2~3부 팀에서 잘 던진다는 ‘에이스’가 보통 110~120km/h대의 공을 뿌리는 반면, 중학생 투수들의 경우 130~132km/h의 속도가 나오기 때문. 사회인 야구팀을 지도하고 있는 정영식 배명중 학교 코치는 “중학교 선수라 하더라도 몇 년 동안 야구를 배워왔기 때문에 본 것만 많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과 실력 차이는 크다”고 설명했다.
# 몸 조심…마누라 조심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조심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바로 몸조심(?)이다. 마음 속에서는 메이저리그나 프로에서 본 화려한 플레이가 연상되지만 현실은 곧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야구를 좋아하다 처음으로 글로브를 끼고 외야수를 보기 시작한 김동후(BG DaliGO) 씨는 최근 볼을 잡다 코를 수술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김씨는 “펑고 훈련을 하다가 조금 멋을 부려본다는 것이 그만 볼을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며 머쓱해했다. 이 외에도 어깨, 허리, 발목 등은 사회인 야구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단골 부상 부위로 알려져 있다.
만약 기혼일 경우에는 몸조심과 함께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아내의 매서운 눈초리다. 휴일에 마치 자신이 프로 선수인양 유니폼을 입는 것부터 꼴불견이지만 시합 후 뒤풀이까지 이어질 때에는 귀가 시간도 늦어지기 때문. 최근 창간한 프라우디 야구팀의 1루수를 보고 있는 이준영씨는 “실력이 좀 늘면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나오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눈치보고 있는 중”이라면서 “가장 미안할 때에는 흙이 잔뜩 묻은 유니폼을 벗어놓을 때”라며 웃었다.
# 에이스·홈구장 소원
팀이 어떤 관계로 형성되었는가에 따라서 팀 분위기도 확 달라지는 것이 사회인 야구팀의 특징이다. 친한 친구나 동료 등으로 구성된 경우에 팀워크는 상당히 좋지만 그라운드에서 다소 시끄러운 것이 옥에 티라면 티. 반면 직장 선후배나 동호회에서 만들어진 경우에는 플레이의 완성도는 높지만 분위기는 무거운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사회인 야구팀이 자존심을 내세울 수 있는 경우는 믿을 만한 에이스가 있거나 고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홈구장(?)이 있을 때다. ‘투수놀음’이라고도 하는 야구에서 투수의 가치는 사회인 야구팀에서 더욱 커진다. 또한 급속도로 늘어나는 팀에 비해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은 제한되어 있다 보니 훈련할 수 있는 운동장이 있는 팀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