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본인 거주지 관할 동주민센터에 무료 이발 재능기부 의사 밝혀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우와! 우리 아버지, 열 살은 어려지셨네.”
평창동에 있는 경로당에는 요즘 웃음꽃이 피어난다. 평창동 경로당 전속 이발사 이형복씨(67세) 덕분이다. 이씨는 돈은 받지 않고 무료로 봉사하는 전속 이발사다.
종로구(구청장 김영종) 평창동주민센터에서는 매월 2회 『사랑을 나누는 행복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평창동에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이씨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재능기부로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무료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평창동의 「사랑을 나누는 행복이발소」는 올 1월부터 시작되었다.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제때 이발을 못하는 저소득층 어르신들, 65세 이상 경로당 이용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발이 진행되는 동안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는 건 당연한 서비스다.
‘머리 깎는 일이 재밌다’며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이 머리가 마음에 들어서 밝은 표정으로 나갈 때 기분이 좋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발 봉사를 하고 싶다’는 이씨는 은퇴를 하고 더욱 의미 있는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무료 이발 재능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발 봉사를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직접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관할 주민센터를 찾아 무료 이발 재능기부 뜻을 밝혔다.
평창동주민센터에서는 이씨의 재능을 기부 받아 「사랑을 나누는 행복이발소」란 이름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봉사할 장소를 물색 하던 중 어르신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당에서 하기로 결정한 후 평창동에 있는 경로당 2개소를 번갈아 가며 운영하고 있다.
동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행복이발」 운영 홍보를 해주고 있으며 이발 시 필요한 의자 등을 구비해 놨다.
행복이발소가 열리는 날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모이고 무료 이발을 받으신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2월 이씨에게 이발을 받은 이춘산 어르신은 “이발도 부담되어 제때 머리를 다듬지 못했는데, 가까운 경로당에 마음 놓고 이발을 맡길 수 있는 훌륭한 이발사가 찾아와서 너무 고맙다”며 “좋은 친구가 생긴 기분이다.”고 말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멀리 있는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웃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주는 사람도 도움을 받는 사람도 좀 더 보람과 기쁨을 느낄 거 같다.” 라며 “앞으로도 지역주민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지식 등을 재능기부로 이웃과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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