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어보니 영향력 ‘꽝’…광윤사 지분만 일부 보유한 데다 법적 부부도 아냐
신동주·신동빈 두 형제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하쓰코 씨와 그 가문의 영향력은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윤사 지분 역시 신동주 회장이 이미 절반을 보유하고 있던 상태로 밝혀졌다. 광윤사 지분은 장남 신동주 회장이 50%, 차남 신동빈 회장이 38.8%, 시게미쓰 하쓰코 씨가 10%, 신격호 총괄회장이 0.8%, 일본롯데재단이 0.4%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쓰코 씨의 지분이 생각보다 적은 데다 광윤사 최대주주를 뒤바꿀 수도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광윤사 이사회가 신 총괄회장 지분 중 1주를 장남 신동주 회장에게 넘기는 매매계약을 승인함으로써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 지분 ‘50%+1’를 보유, 광윤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최대주주 지위를 앞세워 롯데홀딩스 장악에 나섰으나 지난해 8월에 이어 지난 6일에도 신동빈 회장에게 잇달아 패했다. 광윤사 지배가 곧 롯데홀딩스와 그룹 지배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다.
비록 광윤사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과반이 아닌 28.1%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 외에 종업원지주회 27.8%, 관계사 13.9%, 임원지주회 6%, 투자회사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 10.7%, 오너 일가 등이 13.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신동주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 지분과 본인 지분을 합한 30% 정도로 롯데홀딩스를 장악하기는 힘들었던 것. 신동주 회장이 종업원지주회를 잡기 위해 애쓴 이유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6일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롯데홀딩스 상장과 종업원지주회 직원 1인당 25억 원의 상장 차익을 약속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음에도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 편에 서면서 주총에서 완패했다. 이 과정에서 하쓰코 씨와 그 가문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욱이 하쓰코 씨가 신격호 총괄회장과 법적 부부가 아닌 ‘사실혼 관계’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하쓰코 씨와 그 가문의 역할과 지위는 더 떨어졌다. 한일 롯데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던 두 형제의 친어머니임에도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도 최근에 알았다”며 “사실혼에 머문 이유에 대해서는 총괄회장님만 아신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리에서 하쓰코 씨는 성년후견인 후보 자격이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성년후견인 후보와 법적 혼인 여부는 관계가 없어 하쓰코 씨 역시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후보로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사실혼 관계인 탓에 훗날 상속 문제가 불거지면 하쓰코 씨는 불리한 입장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하쓰코 여사는 (신동주·동빈 형제 중) 누구 편도 들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설사 움직인다 해도 현재 경영권에 변화를 주거나 구도를 뒤집을 위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