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LA행이 최상의 ‘변화구’
▲ 그래픽=김상석 기자 kss@ilyo.co.kr | ||
우선 김병현은 FA로 풀려 새로운 보금자리를 모색하고 있다. 올 시즌 5승12패에 방어율 4.86의 성적은 겉으로는 부진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내용면에서는 선발 전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선발 투수로서 김병현의 성적은 5승9패에 방어율 4.37이었으며, 타선 지원만 있었다면 승패는 확실히 달라질 수 있었다. 특히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에서 4승7패에 4.50의 방어율로 능력을 발휘한 것은 높이 살만하다.
콜로라도가 김병현을 잡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몸값이다. 올해 6백57만5천달러의 연봉을 받은 김병현은 2백만달러 이하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는 콜로라도와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어느 팀으로 가도 올해 연봉만큼 받을 가능성 역시 없다고 봐야하므로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적어도 콜로라도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가 김병현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는 등 분명히 ‘투수 김병현’을 원할 팀들은 있다. 팀 선정에 신중함을 보여야 하는데 콜로라도 이상으로 투수들에게, 특히 오른손 투수에게 불리한 텍사스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상황에서 LA 다저스에서 관심을 두고 있다는 기사는 김병현에게 좋은 뉴스거리다. 가능하다면 투수들에게 유리한 다저스타디움에서 뛰는 기회를 잡는 것이 최적이기 때문이다.
계약 성사 여부는 ‘몸값’이다. 그러나 당장 돈보다는 선발로 자리를 확실히 굳힐 수 있는 팀으로 옮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1~2년 더 좋은 활약을 펼치게 된다면 ‘대박’ 주인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의 경우는 기회를 준 콜로라도에 잔류할 확률이 높다. 우선 몸값이 저렴한 데다 ‘쿠어스필드에서 완투승’이라는 강인한 인상을 남기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게 큰 영향을 남겼다.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방출된 김선우는 콜로라도 이적 후 8~9월에 5승1패의 기세를 올렸다. 특히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올해 4승1패 4.28의 방어율로 충분히 잠재력을 과시했다. 콜로라도에서 내년에도 기회를 주기만 한다면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쿠어스필드가 부담이 되지만 그곳에서 성공한다면 아무 팀에서나 성공할 수 있다는 보증수표가 된다.
김선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선발 기회를 잡는 것이므로 올 겨울 피나는 훈련으로 내년에 콜로라도에서 성공 시대를 열어야만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스프링 캠프의 자리다툼에서 생존해야 하고, 4,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꾸준한 면을 보인다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내년 시즌이 김선우에게는 선수 생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희섭에게도 올 겨울은 변화의 계절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폴 디포데스타 단장이 해임되면서 최희섭 트레이드설이 솔솔 흘러나오더니 구체적으로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그리고 다저스가 네드 콜레티 신임 단장을 임명하면서 최희섭뿐 아니라 팀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콜레티 신임 단장은 취임 일성으로 “트레이드나 FA 시장을 통해 팀의 전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변혁 의지가 강하는 뜻이다. 또한 콜레티 단장은 ‘1, 3루와 선발 투수, 외야수’ 부문을 보강해야할 약점이라고 밝혔다. 결국 최희섭의 자리도 변화가 올 수 있음을 직접 시사한 셈이다. 최희섭의 입장에서 트레이드가 꼭 나쁘지는 않다. 이미 다저스에서는 반쪽 선수라는 인상이 강하게 박혀 있으므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젊은 유망주가 너무 자주 트레이드 된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면 당연히 트레이드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어떤 식의 트레이드가 이루어질지는 예측할 수도 없을 뿐더러,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불안한 겨울이 예상된다.
느긋하지만 내년 시즌 거취를 예측할 수 없기는 서재응 역시 마찬가지다. 서재응의 경우는 트레이드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그만큼 상품 가치가 높다는 소리다. 메츠는 장래성을 확실히 보여준 서재응을 구단이 나서서 트레이드할 의사는 전혀 없지만 거물을 영입하는데 상대 팀이 먼저 요구한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당장 보스턴 레드삭스의 거포 매니 라미레스의 영입이나 템파베이의 오브리 허프와의 트레이드에도 계속 서재응의 이름이 언급됐다. 그만큼 서재응을 원하는 팀들이 많다는 의미다.
한때 메츠에서 완전히 마음이 떠났던 서재응은 트레이드가 돼도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뉴욕과의 깊은 인연을 들어 남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한 메츠는 전력 보강을 통해 내년 시즌 조 우승을 노려볼만한 위치에 있다. 서재응이 갈등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는 트레이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므로 서재응 역시 의외의 트레이드 통고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박찬호 역시 본인이 원한다면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장기 계약의 중간에 트레이드된 선수에게는 시즌이 끝나면 트레이드를 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내년까지 계약이 남은 박찬호는 샌디에이고에서 계약 마지막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일만 남았다.
이제 막 시작된 스토브 리그, 박찬호를 제외한 나머지 빅리그의 한국 선수들에게는 질풍노도의 겨울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스포츠조선 야구부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