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정보 수집하는 ‘제3 업체’ 정체는?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음성 인식 기능이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TV 프라이버시 정책에 ‘(스마트TV 시청 시) 개인적인 정보나 다른 민감한 정보가 담긴 내용을 언급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그 정보는 다른 목소리 정보와 함께 저장되고 문자로 변환돼 음성인식시스템을 통해 제3자(a third party)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도청 악용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에 미국 시민단체들이 연방무역위원회(FTC)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미국 CNBC 방송, 영국 BBC방송 등의 주요 외신들도 잇따라 인용 보도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측은 “우리는 소비자 정보보호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스마트TV의 음성 인식 기능은 사용자가 동의를 해야만 사용이 가능하고, 사용자의 음성 정보를 제3자에게 무단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정책에서 언급된 ‘제3자’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사이버테러방지법이 지난 2일 새누리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마저 높아지는 있는 가운데 <일요신문>은 음성 인식 기능이 내장된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사용설명서를 직접 살펴봤다.
삼성전자의 스마트TV는 SUHD·UHD·SMART·LED의 네 종류로 총 18개 모델이 있다. 이 중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모델은 SUHD와 UHD의 10개 모델이다. 10개 모델의 사용설명서에는 모두 ‘음성 문자 입력 기능이란 리모컨이나 TV에 연결된 마우스 또는 키보드의 조작 없이 사용자의 음성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기능입니다’, ‘음성 문자 입력 기능과 스마트 검색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자는 음성 인식 기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3의 업체에 자신의 음성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해야 합니다’고 명시돼 있다. 즉 우리가 TV 앞에서 나누는 개인적이거나 민감한 문제의 대화 내용이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문자로 입력돼 저장되고, 이 내용이 제3의 업체에 제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TV 성능 향상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TV 사용설명서에는 사용자가 음성인식 기능을 활성화하면 입력된 음성이 제3의 업체에 전송될 수 있다고 고지돼 있다.
삼성전자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수집된 목소리 정보를 저장하거나 되팔지 않는다”면서 “TV 설치 시 자동으로 음성인식 기능이 실행되지만 사용자가 원치 않을 경우에는 음성인식 기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TV가 인식할 수 있는 목소리는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시청자 한 명이 스마트TV에 뭔가 명령을 내리는 개인 음성과 여러 명의 시청자가 대화하는 대화형 음성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음성을 두고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가 따로 적용된다. 사용설명서에 ‘대화형 음성 인식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약관에 동의를 해야 합니다’, ‘뉘앙스(Nuance)의 음성인식기능 서비스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라고 기재돼 있다. 대화형 음성 인식은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가 이뤄지는 것. 반면 개인 음성은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여기서 언급된 ‘뉘앙스’는 정보수집업체를 지칭한다. 음성인식기능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외신에서 먼저 이 부분을 문제 삼자 삼성전자는 뉘앙스가 음성 정보를 제공되는 제3자(a third party. 한국 사용설명서에서는 제3의 업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개인 음성의 경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가 이뤄지지 않아 ‘제3의 업체’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에 ‘제3의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요청했으나, 삼성전자 측은 아무런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서비스 고객센터 상담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제3의 업체에 대한 내용은 고객센터 상담원이 알지 못한다”고만 알려왔다.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사용설명서에서 또 다른 문제점도 발각됐다. SUHD TV JS7200 모델과 UHD TV JU6800 모델에 음성인식 기능이 없음에도, 사용설명서에는 음성인식 기능과 관련된 설명이 기재돼 있어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 두 모델의 스펙에는 음성 인식 기능이 없지만 실제 구매해서 포장을 뜯고 상품설명서를 보면 음성 인식 기능이 공개돼 있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합 설명서 사용으로 괜한 오해를 사게 됐다”며 “두 모델에는 음성 인식 기능이 없으며,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스마트TV에도 음성 인식 기능이 있다. 그럼에도 아직 도청 의혹에 휘말리진 않았다. 특히 LG전자 스마트TV 사용설명서에는 음성 인식 기능의 조작 방법만 명시돼 있을 뿐 입력된 음성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와 관련된 내용이 일체 언급돼 있지 않다. 실제로 LG전자 스마트TV의 상품설명서에는 음성인식 기능과 관련해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네트워크 연결을 해야 합니다. 1.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세요. 2. TV 화면에 음성 표시 창이 활성화되면 원하는 것을 말하세요’라고만 명시돼 있다. 또 상품설명서의 모델 스펙에는 ‘음성 인식’ 대신 ‘매직 음성’이라는 문구로 대신 표기하고 있다. LG전자는 울트라HD TV와 스마트+ 3D TV의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전 모델에 음성 인식 기능이 적용돼 있다.
LG전자 스마트TV 상품설명서에는 음성 인식 기능과 관련해 조작 방법만 설명하고 있을 뿐 입력된 음성 정보의 수집 및 이용 동의와 관련된 내용은 언급돼 있지 않다.
보안전문기업 하우리의 최상명 서트실장은 “스마트TV에 대한 도청 악용 가능성보다는 해킹에 의한 도청 가능성을 대비한 보안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라며 “LG전자의 스마트TV 플랫폼인 웹OS는 코드분석이 쉬워 악성코드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해킹에 의한 도청이 쉽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마이크가 장착된 스마트TV에 인터넷 선만 연결돼 있다면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한 해킹에 의한 도청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제조사에서 보안 기능을 탑재하거나 백신앱을 자동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안 플랫폼인 녹스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와는 달리 아직까지 LG전자 측은 명확한 보안 대책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LG전자 측은 이를 거절했다.
한편 스마트TV에 대한 보안 위협에 대한 지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지난해 11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소비자협회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무단 수집·전송한다는 이유로 프랑크푸르트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한 2012년에도 외국에서 LG전자 스마트TV에 백신이 설치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제로 논의가 수차례 이뤄지기도 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