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축구협회 신임 전무로 취임하면서 내세운 일성은 ‘실무를 챙기는 전무’였다. 협회 주위에서는 잘못된 인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김 전무는 “축구를 아끼는 마음이야 다들 마찬가지”라며 의욕을 보였다. 조중연 부회장이 전무 시절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던 것처럼 김 전무도 협회 내에서 입지를 넓혀나갈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www.fifa. com)의 회원국 축구협회 소개를 보면 김 전무의 실망감은 엄청날 듯하다. FIFA의 대한축구협회 영문 소개란에는 축구협회 ‘사무총장(General Secretary)’에 가삼현 현 축구협회 사무총장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가 총장이 사무총장란에 이름이 올라간 것이 언뜻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인사가 나기 전 사무총장란은 노흥섭 전무의 이름이 선명했다. 김동대 사무총장이 있었지만 분명 노 전무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실제로 김동대 총장은 협회 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전무가 사무총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실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정설이었다.
FIFA에서 관리하는 홈페이지는 각국의 축구관계자들이 열람하는 관계로 축구협회의 공식입장을 대변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FIFA 홈페이지의 순서를 따른다면 대한축구협회 내의 임원 서열은 정몽준 회장-조중연 부회장-가삼현 사무총장 순이 된다. 김호곤 전무의 기대와는 무관하게 서열이 매겨진 셈이다.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는 현장 지도자 3백75명을 대상으로 한 축구협회 인사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0%인 3백 명이 김호곤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전무이사로 임명한 조치가 잘못된 인사라고 답했다. 김 전무가 주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을 제대로 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권한을 지니고 있는지 FIFA 홈페이지를 보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