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신화’ 축구에도 있다
첫 데뷔전인 UAE전에서는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으나 지난 25일 핀란드와의 경기에서는 공·수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장학영은 늘 작은 체구(170cm, 63kg)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빠른 발, 90분을 종횡 무진 누빌 수 있는 체력과 성실한 훈련 태도가 높이 평가됐지만 작은 신체 조건이 늘 걸림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중동고 선배인 박동규 감독에게 눈에 띄어 경기대에 입학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회 때마다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맹활약했지만 프로팀 스카우트들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고 한다. 장학영은 입학하자마자 주전으로 뛸 정도로 팀에서는 보배 같은 존재였다. 주로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윙백으로 팀 공격과 수비를 조율했다. 입학 첫 해 2001년 추계대학연맹전에서는 작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중앙 수비수로 나서 골까지 성공시키며 약체인 팀을 준결승까지 올려놓았다.
준결승에서 고려대에게 1-3으로 패하긴 했으나 동갑내기 이천수와의 1대 1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아 박 감독이나 고려대 조민국 감독이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박 감독은 “그해 고려대와 두 번 경기를 했었는데 그 때마다 학영이가 천수를 완벽히 틀어막았다”며 “당시 대학 무대에서 천수의 스피드를 이겨낸 선수는 학영이가 유일했다”고 전했다.
대학 4학년 때도 주장을 맡아 성실한 활약을 보였지만 역시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때도 작은 체구가 발목을 잡았다. 박 감독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프로 구단 관계자들을 설득했지만 장학영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아끼는 제자가 실업자가 되는 것을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던 박 감독은 평소 “아버님”이라 부르는 차경복 전 성남 감독에게 “돈 안줘도 좋으니 입단만 시켜달라”고 읍소했고 그 덕택에 장학영은 연습생 신분으로 성남에 입단하게 됐다.
지난 2004년 컵 대회부터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장학영은 성실한 플레이로 전북에서 이적한 고참 서혁수를 밀어내고 성남 포백의 왼쪽 주전 자리를 꽤 찼다. 특히 지난해 아드보카트 감독이 오고 나서는 이영표도 부럽지 않을 만큼의 활약을 선보여 구단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