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과정과 회계 처리 석연찮아 ‘정·관계 로비, 비호설’로 번져
주로 해안가에 위치하는 석탄발전소가 산간 내륙에 지어지게 됐는지도 의문이다. 사진 왼쪽은 STX에너지가 작성한 석탄발전소 조감도, 오른쪽은 석탄발전소가 설립되고 있는 경기 포천시 장자산업단지 2블럭 전경이다.
서장원 포천시장은 지난 2011년 9월 7일 이병호 당시 STX에너지(현 GS이앤알) 사장 등과 ‘집단에너지사업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석탄발전소 건립은 ‘장자산업단지’에 스팀(증기)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됐다. 집단에너지 시설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회수에 긴 시간이 걸리지만 ‘독점적’이란 장점 덕분에 대기업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점에서 금융권 감사 출신인 이원석 포천시의회 의원은 대기업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 사업은 원래 지역 LNG공급 업체 D 사가 산업단지에 관로를 개설해 ‘청정연료’를 공급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이후 사업비(80억 원)가 부담스러워 D 사가 ‘공급 불가’ 통보를 한 건 맞지만 이 경우 사업자 공모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설 수의계약을 따낸 업체는 STX에너지였다. STX에너지는 2014년 2월 28일 GS그룹에 편입돼 사명이 GS이앤알로 변경됐다. GS이앤알은 2014년 12월 포천발전소 사업권을 자회사 GS포천열병합발전으로 넘겼다. 회사 설립으로부터 1년 뒤 GS포천열병합발전은 GS건설에 석탄발전소 시공을 맡겼다.
포천시는 MOU 다음해인 2012년 5월 발전소 연료를 LNG에서 유연탄으로 바꾸고, 발전소 부지를 확장하는 등의 ‘산업단지계획 변경 신청’을 경기도에 제안해 승인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도 전기위원회의 의견을 받아 2013년 2월 18일 STX에너지에게 집단에너지 사업허가를 내줬다.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과 담당 주무관은 지난 9일 “인허가 과정을 살펴봤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인허가의 ‘숨은 실권자’인 환경부는 당초 강한 부정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환경부는 2013년 6월 12일 포천시장 앞으로 비공개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서 환경부는 “다량의 유해 대기오염물질이 추가 배출돼 본 시설 인근에 다수 분포하고 있는 학교 등 인근 주민의 건강영향이 우려되므로, 사용 연료를 천연가스로 선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랬던 환경부가 돌연 2014년 1월 28일 입장을 바꿔 산업부에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내용’을 통보했다. 이 공문에는 석탄발전소 건립을 긍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환경부 국토환경평가과 담당 서기관은 지난 9일 “다양한 검토 의견을 수렴해 절차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답했다.
포천시는 MOU 이후 발전소 연료를 LNG에서 유연탄으로 바꾸는 등의 ‘산업단지계획 변경 신청’을 경기도에 제안해 승인받았다. 하지만 환경부는 당초 강한 부정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상단 왼쪽에서 세 번째가 서장원 포천시장이다.
포천 석탄발전소 사업비 규모도 들쑥날쑥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13년 6월 12일자 환경부 비공개 공문(포천 집단에너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의견 알림)을 보면 STX에너지는 포천 집단에너지 시설 사업비로 3845억 원을 적시했다. 그런데 2013년 7월~2014년 12월 사이 GS이앤알 ‘투자설명서’와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 발전소 사업비로는 1380~1500억 원이 각각 책정됐다. ‘미정’이란 단서가 있지만 당초 알려진 사업비보다 2000억 원가량이 적은 것이다.
GS이앤알 측은 “사업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1380억 원은 사업비 개념이고, 3845억 원은 투자비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GS이앤알은 2015년 하반기 산업은행 등 11개 금융기관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약정을 체결해 사업비 5200억 원을 추가 조달했다. 예상 사업비가 착공 전후 큰 폭의 증감을 반복한 셈이다.
또한 GS이앤알이 2013년 말 기준 기투자액으로 지출한 50억 원도 ‘미스터리’다. 2014년 8월 GS이앤알은 자회사 GS포천열병합발전 주식 전부(70만 주)를 취득하며 350억 원을 지출했다. 기투자액 50억 원과 합쳐 총 400억 원이 투자된 것이지만 GS이앤알은 350억 원의 투자 내역만을 공개했다. 남은 50억 원에 대해 GS이앤알 측은 “주로 용역비로 사용됐으며, 일부는 회계상 지출이 아닌 자산으로 잡았다. 주주도 아니면서 왜 따지느냐”고 반발했다.
한 공인회계사는 “외주를 줬으면 비용 처리를 하는 게 맞고, 비용 처리가 투자인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일반인이 생각하는 투자 개념과 회계상 투자 개념은 다르다. 현금이 지출되지 않은 자산 처리도 투자가 될 수 있다. 감가상각 등 손실도 어떤 의미에서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주로 해안가에 위치하는 석탄발전소가 산간 내륙에 지어지게 됐는지도 미스터리다. 이원석 시의원은 “사업계획서도 없는 상태에서 포천시는 MOU를 맺었고, 인허가 권한이 있는 중앙정부는 대기업에 편의를 제공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석연찮은 인·허과 과정으로 인해 포천시 안팎에선 ‘서 시장과 STX에너지가 정·관계 로비와 비호 속에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들이 정치권 연결고리로 지목한 새누리당 중진 A 의원은 서 시장과 함께 선조의 제사를 지내온 사이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서 시장의 측근인 공무원 권 씨는 “A 의원이 2012~2013년 몇 차례 시장님을 찾아뵌 적은 있지만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A 의원 보좌관도 지난 10일 “서 시장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선을 그었다. 서 시장은 개인전화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직 STX 최고위 임원 B 씨 역할론도 나온다. B 씨는 산업부 고위 관료를 역임했으며, 이른바 TK(대구·경북) 출신이다. 이에 대해 GS이앤알 측은 “우리가 그때(STX에너지 시절) 조 단위 사업도 있었는데 이 정도(포천 사업) 가지고 말(로비)을 했겠느냐”며 “그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