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특별사면’ 장쾌한 골로 보답
▲ 김진규 | ||
김진규는 원래 공격수 출신이다. 경북 영덕 강구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저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선수라는 평가만 받던 평범한 선수였다.
이러한 김진규의 가능성을 엿본 것은 안동고 최건욱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안동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영덕의 김진규 집에 일주일간 머물며 포철공고 진학으로 마음을 굳힌 부모님을 설득, 끝내 안동고로 그를 스카우트했다.
한 학기 동안 김진규의 플레이 스타일을 눈여겨본 최 감독은 2학기가 되자 본격적으로 수비수 훈련을 시켰다. 몸의 중심이 높고 세밀한 면이 부족해 공격수로서는 적합하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좋은 체격 조건과 슈팅 능력을 갖추고 있던 김진규는 수비수 훈련을 통해 헤딩과 순발력까지 보강되면서 명실 공히 고교 최고의 수비수로 탈바꿈하게 됐다.
김진규는 수비수임에도 A매치에서 세 골을 넣었다. 정식 A매치가 아니었지만 지난 미국과의 비공개 연습 경기에서도 장쾌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가공할만한 중거리 슈팅과 헤딩 능력은 그야말로 일품. 아드보카트 감독도 수비수이면서도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고 있는 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실제 고교 재학 시절에도 그는 ‘골 넣는 수비수’로 불렸다. 진면목을 보여준 대회는 지난 2002년 부산MBC 전국 고교 축구대회. 중앙 수비수인 김진규는 이 대회에서 헤딩으로 세 골과 프리킥으로 세 골을 성공시키며 득점 2위에 올라 축구 전문가들을 경악시켰다.
이처럼 잘나가는 김진규도 시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월드컵이 열리기 두 달 전인 지난 2002년 4월 열린 대구 MBC 주최 고교 축구 선수권 대회. 원래 성격이 다혈질인 김진규는 예선 첫 경기에 심판한테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회는 곧바로 최 감독과 김진규에게 각각 자격 정지 1년을 내렸다.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는지 국가대표팀이 2개월 뒤에 월드컵 4강에 오르자 축구계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고 대한축구협회는 화합 차원에서 김진규의 징계를 풀어주었다고 한다.
지도자들이 말하는 김진규의 강점은 성격이다. 매사에 적극적이라 지도자들이 매우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선후배들과의 관계도 너무나 원만하고 특히 팀을 장악하는 리더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00년 당시 고1이었던 김진규가 백록기 대회에서 경기중 감독이나 코치처럼 선배들에게 고함으로 작전을 주문하고 프리킥 등을 혼자 전담하자 대학이나 프로 감독들이 김진규를 고3으로 알고 최 감독에게 접근했다는 일화는 그의 적극적인 성격을 잘 대변해준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