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 위해 6000만원 사용하고 남편 외에는 누구와도 사회관계 안 맺어
계모는 반성의 기미 없이 ‘빳빳이’ 고개를 들고 ‘덤덤하게’ 경찰 조사를 받았다. 원영 군 누나가 친할머니 댁으로 간 이후 원영 군은 ‘긴’ 겨울을 보냈다. 가해자의 진술이 있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이를 증명했다.
국과수는 “사인은 기아와 다발성 피하 출혈 및 저체온 등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이마에서는 피부가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이 발견됐다. 이는 표백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원영 군의 위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며칠 동안 밥을 아예 주지 않은 것이다. 평택경찰서 박덕순 형사과장은 “유치원에 다닐 땐 건강한 상태였으나 사체는 ‘아사’의 단계로 지방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암매장 사실이 드러나기 전 실종 상태에서 경찰이 공개한 신원영 군의 신상. 사진제공=평택경찰서
계모 김 씨에 대해서 박 과장은 “평범하진 않다. 머리나 옷차림을 봤을 때 일반 가정주부와 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원영 군 친부가 법적으로 이혼하기 전부터 동거를 시작했다”며 “신 씨는 회식 자리에서 김 씨를 만나게 됐다. 김 씨는 이전에 노래방 도우미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에게 정신적 문제는 없었다. 최종학력은 고졸이다”라며 김 씨의 과거 행적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남편 이외에는 가족, 친구, 친척 그 누구와도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점이다”며 남편 이외에 타인과 통화 기록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박 과장은 “김 씨의 소비를 분석해보니 주로 게임 머니에 엄청난 소비가 있었다”며, “8개월 만에 게임 머니, 게임 아이템 등에 6000만 원가량을 썼다”고 밝혔다. 신 씨가 평택의 항만회사에 일하며 월수입 500만 원 정도를 번 것을 감안할 땐 상당한 지출내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원영 군 생전에 신 씨에게 “이 XX 빨리 고아원에 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평생 이 꼴로 살 것이다. 저 XX 갖다 버려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도 밝혀졌다. 또한 신 씨 부부는 원영 군이 숨진 다음날 “원영이 잘 있지”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는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또한 블랙박스에 “원영이는 잘 있겠지? 오줌 잘 가리는지 모르겠네. 이사하면 같이 잘 살자”라는 내용을 일부러 녹음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원영 군이 숨지자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것에 대비해 알리바이를 남겼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심지어 김 씨는 원영 군을 암매장한 뒤에도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책가방과 신발주머니 등도 구매했다.
범행 이유에 대해 김 씨는 “화가 날 때, 또한 아이가 없으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학대를 했다”고 진술했다. 친부인 신 씨는 줄곧 범행 인지 사실을 부인해오다 “자신이 관여하면 아들을 더 괴롭힐까봐”라며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인했다.
한편 경찰을 원영 군 친부와 계모를 아동 학대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 혐의를 적용해 지난 16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