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에 태클 걸지 마!
지난달 2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기자회견 때 잠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 기자로부터 선수 기용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포백(4-back) 중앙 수비수 최진철과 김진규(이와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데 그들을 계속 테스트하는 이유는 뭔가. 더 나은 김영철(성남)을 기용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라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통역을 통해 질문을 접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표정은 굳어졌고 ‘선수 기용은 나의 권한’이라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아드보카트 감독과 언론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아드보카트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언론도 우리 팀의 일원”이라며 협조를 당부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언론 사이의 가벼운 긴장은 지난 1월 중순 시작된 해외 전지훈련 때부터 조금씩 감지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평가전 직후에 나온 반응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UAE와의 경기에서 0 대 1로 패한 직후 한 기자로부터 “불운한 워밍업(unfortunate warming-up)”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순간 아드보카트 감독은 “우리가 오늘 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찬스를 만들었는지 아는가”라고 되물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시리아와의 2007 아시안컵 예선 직후에도 아드보카트 감독은 기자들로부터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다소 비판적인 질문을 받은 뒤 반박조의 답변을 한 적이 있다.
최근 불거진 대표팀 미디어담당관에 대한 비판적 기사에 대해서는 통역을 통해 ‘전말’을 보고받고 ‘그런 기사를 쓴 기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알려 달라’며 적잖이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독일월드컵이라는 큰 격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팀워크를 해치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것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언론에 대한 요청으로 보인다. 2002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 역시 비슷한 주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폴란드전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한 스포츠신문에 ‘최용수 항명 의혹’ 기사가 실려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이 해당 언론사에 강하게 항의한 적도 있었다.
조상운 국민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