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수업으로 학점 따고…지도교수는 사외이사로…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재직 중 바쁜 일정에도 강원대학교에서 9학기 연이어 재학하며 석, 박사 과정을 따내 의문이 인다. 사진은 새마을금고중앙회 건물.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신종백 회장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터줏대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1년 중앙회에 이사로 발을 들여 2006년 퇴임했다. 이후 2010년 제15대 중앙회장으로 선출돼 2014년에 재선에 성공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전국적으로 대략 1400곳에 달하는 단위 새마을금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현재 새마을금고의 총 자산은 120조 원을 넘어 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중앙회가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산만도 40조 원을 웃돈다. 때문에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금융회사들은 모두 중앙회의 먹잇감으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중앙회는 은행법만 개정해 준다면 우리은행을 통째로 인수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이토록 거대한 물적‧인적 자원을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다보니 업무량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신 회장 스스로가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라 없는 일도 찾아서 한다는 평을 받는다. 비서실 관계자는 “회장님께서는 지방에 내려가 지부회의에 참석하시는 등 항상 바쁘시다”며 “때로는 오후에 잠깐 회사에 들러 결재만 하고 가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제15대 회장 재직 중 석‧박사 학위를 따낸 것을 보면, 숨 가쁜 일정도 신 회장의 향학열을 막지는 못한 듯하다. 만약 대학원에 야간과정이 설치되어 있다면 바쁜 업무를 극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강원대 철학과 관계자는 “일반대학원에는 야간과정이 없다”고 답했다. 강원대 대학원지원팀 관계자 역시 “야간과정은 경영대학원이나 최고위 과정 등에나 있는 것이지 일반대학원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의 학위 취득에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강원대 일반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철학과 관계자는 “석사과정은 4학기 동안 24학점을 수료하고 학위논문제출자격시험에 합격해야 비로소 학위논문청구심사요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지원팀 관계자는 “4학기 만에 석사 학위 또는 5학기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간혹 그렇게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새마을금고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이 교수는 18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신 회장과는 대학원에서 처음 알게 됐다. 그가 재학 중 회장에 당선됐는데, 나에게 사외이사를 제안했다. 내가 예전에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를 했던 경력을 듣고 부탁한 것 같다”며 “아마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정부 부처 등 외부 기관의 감사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장과의 관계 때문에 내부감사를 소홀히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회장의 대학원 수업에 대해서 이 교수는 “신 회장은 수업에는 아주 철저했다.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며 “당시 토요일에 수업을 몰아서 했기에 가능했다. 대학원 재학생 중 대다수가 직장인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편의를 위해 교수들이 희생을 한 부분”이라며 “일반대학원이지만 서울에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정도나 되면 모를까 지방은 실정이 다르다. 재학생 수가 줄면 교육부에서 학과 폐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주말 수업은 학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일종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 24일 중앙회 이사회가 열린다. 회장을 포함한 임원 21명이 참석한다. 이 교수의 감사위원회 위원 임기는 지난 3월 14일로 끝났다. 중앙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 교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임원이 연임될 것이 확실하다”고 귀띔했다.
대학원지원팀 관계자도 “학생들과 교수가 서로 협의하면 주말에 수업을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 교수와 강원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은 재학기간 대부분을 주말 수업만으로 학점을 이수한 셈이다. <일요신문>은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신 회장과 중앙회 측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중앙회 측은 ‘회장님 학위’ 설명을 두고 홍보실과 비서실이 서로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회 홍보실 관계자는 “학위 문제는 회장님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홍보실 차원에서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회 비서실 관계자는 “(학위 문제가) 회장님 개인적 사안이기는 하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라는 직책이 언급될 수 있기에 결코 회사와 무관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며 “먼저 홍보실을 통해서 답변을 들으라”고 답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