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급속충전시설 100기 설치 …아이오닉 완충 시 주행거리 169Km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올해 제주도 전기차 공모에서 65% 점유율을 차지하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2016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최초로 선보였다. 현대차는 2010년 9월 국내 최초의 전기차 ‘블루온’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공공기관 납품용으로 한정 생산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 본격 양산된 최초의 전기차는 이듬해인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레이 EV’다.
레이 EV는 경차인 데다 완충 시 주행거리가 90㎞ 이하로, 본격 전기차 시대를 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패밀리카 수준의 본격 전기차는 2013년 11월 출시된 르노삼성 ‘SM3 Z.E.’다. 2015년 11월까지 1604대가 팔리며 한때 국내 ‘누적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도전장을 내민 모델은 2014년 4월 출시된 기아차 ‘쏘울 EV’다. 쏘울 EV는 2015년 1166대(2014년 414대)가 판매되며 1043대(2014년 309대)에 그친 SM3 Z.E.를 추월했다.
2015년 판매 3위는 367대(2014년 170대)의 ‘BMW i3’, 4위는 198대(2014년 202대 판매)의 레이 EV, 5위는 151대(2014년 70대)의 쉐보레 ‘스파크 EV’, 6위는 100대(2014년 16대)의 닛산 ‘리프’다. 여기에 현대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 비해서는 아직 미미한 수치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82만 대, 전기차 판매는 3025대로 약 0.16%에 그친다. 그러나 성장세는 156%(2015년)로 가파르다. 국내 자동차 판매 1위의 현대차가 도전장을 내민 만큼 시장의 판도는 다시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4일 마감된 제주도 전기차 지원금 민간공모 1차 신청에서 아이오닉은 전체 7개 전기차(승용 기준) 중 6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015년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한 기아차 쏘울 EV(위·2014년 4월 출시)와 2015년 말 전기차 누적판매 1위를 기록한 르노삼성 SM3 Z.E.(2013년 11월 출시).
SM3 Z.E., 쏘울 EV는 전기차 모델에 앞서 가솔린 모델이 존재했기 때문에 출시 당시 주목도가 낮았다. 반면 아이오닉은 올해 1월 하이브리드 모델이 먼저 나오긴 했지만 거의 신차급이다. 아반떼 섀시를 기반으로 했기에 패밀리카로 이용하기도 충분하다.
전기차를 사려 해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가정에서의 충전이다. 현재 환경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구매 시의 1200만 원 외에 별도로 가정용 완속충전기 설치비 400만 원이 책정돼 있다. 가정용 충전기는 전용 주차장이 확보된 단독주택이어야 설치가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국내에서 선호되는 주거형태인 아파트라면 공용 충전기를 설치하면 되지만 설치 사례는 미미하다. 지난해 서울 45대, 창원 6대, 제주도 2대 등 3개 지자체에 53대가 보급돼 있을 뿐이다. 환경부는 올해 안으로 8개 지자체 300대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요금은 대당 월 4만 원(단말기 사용요금 1만 원, 전기요금 3만 원) 수준을 부과하고 있다. 개인이 단독으로 아파트 주자창에 설치할 경우는 공용전기를 사용하는 데다, 주차장 자리를 맡아놓는 셈이라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어 보급률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
한편 전기차 실구매가는 거의 내연기관급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덕분이다. 정부는 올해 총 8000대(100대는 전기버스)의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당 1200만 원(승용 및 상용차 기준)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대수를 지원하는 곳은 제주도로 총 3963대에 각 700만 원을 지원한다. 정부에서 책정한 지원 대상의 절반 이상이 제주도다. 대당 가장 많은 금액이 책정된 곳은 전남 순천으로 800만 원을 92대에 지원한다. 서울은 500만 원씩 총 510대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 선정은 지자체별로 선착순(제주도 등) 또는 공개추첨으로 결정한다.
보조금 외에 전기차 구매 시 추가로 최대 400만 원의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내역은 개별소비세(공급가의 3.5%) 최대 200만 원, 교육세 최대 60만 원, 취득세(공급가의 7%) 최대 140만 원으로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N 모델의 경우 공급가는 4260만 원이지만 개소세 200만 원, 교육세 60만 원이 감면돼 판매가는 4000만 원. 여기에 정부보조금 1200만 원, 지자체 보조금 700만 원(제주도)을 받을 경우 2100만 원에 구매 가능하며, 취득세까지 140만 원 덜 내 아반떼 가솔린 모델 구매 시와 큰 차이가 없다.
정부·지자체 보조금 지원이 가능한 전기차는 총 8종으로 레이 EV, SM3 Z.E., 스파크 EV, i3, 쏘울 EV, 리프, 아이오닉 일렉트릭, 라보 피스(파워프라자)다. 지자체별로 전기차 지원금 공모 기간이 다르므로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면 된다.
전기차는 낯선 존재지만 마니아들에게는 매력적인 자동차다. 모터는 전기가 통하는 순간 최대토크에 도달하기 때문에 가속이 내연기관보다 빠르다. 실제로 레이 EV를 몰아보면 가솔린 버전을 몰 때의 답답함이 사라질 정도로 재빠르다. 충전 문제만 해결된다면 전기차는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게 될 것이다.
우종국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