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서능욱 등 28명 7개 팀 격돌…우승상금 3000만 원 전문가들 ‘3중 4강’ 내다봐
개막식에서 대회장 김인 9단은 “시니어바둑리그는 우리 바둑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회”라면서 “연령대가 너무 차이나는 상대를 만나면 거북한 면이 있는데 같은 시니어 상대라면 왕년의 투혼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패했지만 세계의 이목이 한국 바둑에 쏠린 한 주였다. 이제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주목을 끌자”고 말했다.
2016 한국기원 총재배 시니어바둑리그 개막식에서 선수와 관계자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위). 아래는 임전 소감을 밝히고 있는 영암 월출산 팀의 주장 조훈현 9단(왼쪽에서 세 번째).
지난 3월 4일 선수 선발식을 통해 첫 발을 내디딘 ‘2016 한국기원 총재배 시니어바둑리그’(한국기원 총재 홍석현)는 7개 팀이 출전한다. 부천 판타지아(감독 양상국), 상주 곶감(감독 천풍조), 영암 월출산(감독 한상열), 인천 예림(감독 유병호), 음성 인삼(감독 박종열), 전북 한옥마을(감독 정동식), 서울 충암학원(감독 허장회)이다. 지역색 물씬 풍기는 팀명이 눈길을 끈다.
선수 선발식부터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졌다. 연고제를 택한 시니어바둑리그는 영암이 조훈현, 인천이 서능욱, 전주 최규병, 충암이 유창혁을 주장격인 제1주전으로 사전 지명했다. 연고가 없는 팀은 셋인데 아무래도 서봉수 9단에게 눈길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남은 3팀의 감독들이 추첨으로 지명권을 행사했는데 상주 곶감의 천풍조 감독이 1번을 뽑아 서봉수 9단 영입에 성공했다. 부천 판타지아가 김일환 9단을, 마지막 남은 음성 인삼이 김수장 9단을 지명하면서 제1주전 선발이 완료됐다. 이후는 차례대로 지명됐으며 각 팀 선수 현황은 표와 같다.
전문가들은 올해 시니어리그를 3강 4중이라고 점친다. 영원한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이끄는 영암 월출산과 서봉수 백성호 9단이 앞장서는 상주 곶감, ‘한국바둑의 전설’ 우승자 유창혁과 막강 화력 정대상 9단이 버티고 있는 서울 충암학원 팀이 우승을 다툴 만하다고 보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중후한 기풍들로 구성된 부천 판타지아, 내실 있는 기사들로 팀을 이뤘다는 인천 예림도 충분히 우승을 넘볼 만한 다크호스.
시니어리그가 한국바둑리그나 여자바둑리그와 다른 점은 오더 발표대로 무작위로 대국을 갖는 게 아니라 오더 없이 각 지명자들끼리 대국을 치른다는 점. 즉 제1주전 선수들은 1주전끼리, 2주전은 2주전, 3주전은 3주전끼리 대국을 치르도록 해 상위랭커의 활약에 따라 팀 순위가 결정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17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우승컵의 향방을 두고 치열한 설전이 있었다. 타 팀들에 경계대상 1호로 꼽히는 영암 월출산 한상렬 감독은 “이 멤버를 갖고도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감독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우승을 자신한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전주 한옥마을 정동식 감독은 “우리 팀은 재수가 없어도 2등은 할 것이라 생각한다. 바둑 만큼은 전주가 저력이 있는 곳이다. 또 우리 나이쯤 되면 실력이 다 똑같아진다. 이젠 거기서 거기다. 조금이라도 젊은 것이 낫다. 우리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충암학원의 제1주전 유창혁 9단은 “저도 오십이 넘었는데 시니어리그에 오니 제일 어린 기사가 됐다. 20~30년은 젊어진 것 같다. 바둑리그에서 신진서 선수가 막내라면 시니어리그에선 내가 막내다. 신진서의 기분을 알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최근 새누리당 비례대표 14번을 부여받아 당선 안정권에 들었다고 평가받는 조훈현 9단은 이 대회가 국회의원 전 마지막 대회다. 국회의원은 현행법 상 영리활동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임기 중에는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다. 조 9단은 당초 이번 시니어리그에도 불참을 고려했지만 고향 영암군의 간곡한 요청과 새로 출범하는 시니어리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어 출전했다고 한국기원 관계자가 귀띔했다. 대국료는 물론 상금도 받지 않기로 했다는 후문.
‘2016 한국기원 총재배 시니어바둑리그’의 대회 총 규모는 4억 1000만 원이며 우승상금은 3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1500만 원이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승자 50만 원, 패자 30만 원의 대국료가 책정돼 있다.
팀당 3명씩 출전, 각 지명 선수끼리 3판 다승제(각 30분, 40초 초읽기 5회)로 경기를 벌이며 7개 팀 더블리그로 상위 4개 팀을 가려낸 다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챔피언을 결정한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이 대회의 모든 경기는 매주 월~수 오전 10시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