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대도 두렵지 않다”
▲ 박지성(왼쪽), 이운재.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일요신문>에선 23명의 태극전사들을 대상으로 엔트리 발표 전후에 직격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미 승선이 유력한 선수들은 미리 인터뷰를 했고 경합을 벌였던 선수들은 발표 이후에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마지막까지 연결이 안돼 애를 태웠던 ‘카리스마 김’ 김남일(29)이 뒤늦게 전화를 해오는 바람에 최근 매스컴과의 접촉을 피했던 그의 속마음을 제대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김남일]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터진 열애설, 결혼설로 인해 적잖이 마음 고생을 했던 김남일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엔트리 합류에 대한 소감을 묻자 “마음이 아팠다”는 엉뚱한(?) 대답을 꺼냈다.
“(차)두리도 같이 갔음 했는데 탈락해서 많이 놀랐어요. 독일에서 뛰는 선수라 유리한 입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독일 축구를 잘 알고 누구보다 그라운드에 잘 적응할 것 같았는데…그래서 좀 마음이 심란했어요.”
송종국의 합류에 대해선 “당연히 뽑힐 줄 알았다”면서 크게 기뻐했다. “종국이의 부상이 100% 완쾌된 것은 아니지만 같이 독일에 갈 거라고 믿었어요. 사실 이번에 뽑힌 23명의 선수들 중에 가장 마음 고생이 심했을 선수가 종국이라고 봐요. 이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 때문에 그런지 갖고 있는 기량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더라구요. 사실 종국이가 월드컵에 가는 데에는 차범근 감독의 역할이 컸어요. 정말 많이 배려해주셨거든요. 다른 감독님이었다면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그냥 벤치에 앉혀뒀을 거예요.”
2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 소감에 대해선 ‘걱정 반 기대 반’이라고 토로한다.
“팬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 있어요. 선수 입장에서 과연 그 수준을 맞출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몇 백 억씩 받는 선수랑 몇 천만 원 받는 선수랑 어떻게 똑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냐구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봐야죠.”
첫 경기인 토고전만 잘 넘긴다면 16강 진출이 희망적이라는 김남일은 4년 전보다 월드컵 멤버가 더 좋기 때문에 자신감을 업그레이드시킨 후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기현] “(차)두리가 탈락해서 많이 놀랐어요. 두리는 같이 갈 줄 알았거든요.”
일찌감치 귀국해서 강릉 집에 머물고 있던 설기현(27) 역시 차두리의 탈락을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뒤 한동안 혼란스러웠다며 속내를 털어 놓았다. 영국에 있을 때는 체감을 못했는데 막상 한국에 들어와 보니 자신의 대표팀 내 입지가 상당히 불안하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
“소속팀에서 계속 주전으로 뛰었더라면 저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을 거예요. 컨디션은 물론 몸 상태도 좋은데 감독이 내보내주질 않으니까 정말 힘들더라구요. 울버햄프턴 감독을 굉장히 원망했어요. 만약 제가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그 감독 때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4년 전과 비교해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4년 전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오로지 패기만 가지고 들이댄 것 같아요. 그러나 지금은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매 경기에 다 출전할 수 있다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자신 있습니다.”
[이운재] 엔트리 발표 전까지 말을 아끼면서 결정의 순간을 기다려왔던 이운재. 어느 포지션보다 관심을 모은 부분이 골키퍼라 소감을 말하는데 무척 고심하는 눈치다.
“이젠 4년 전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 거잖아요. 옛일일 뿐이죠. 눈은 녹으면 사라지잖아요. 흔적조차 없이. 자꾸 4년 전과 비교해서 이번 월드컵의 기대치를 높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이운재는 최근 K-리그 경기에서 실점이 높은 걸 놓고 우려의 시선을 보낸 부분에 대해 “전혀 문제 없다”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최근 네 경기에서 골을 많이 먹었어요. 그러나 실점 상황이 제 문제만은 아니었거든요. 사람들 심리가 참 묘해요. 잘 안 되는 부분에 유독 집착하는 게 말이죠.”
대표팀 주장인 이운재는 주장이란 위치에 부담을 갖기보다는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이끌어 가고 독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6강, 8강 진출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단 한 명도 낙오자 없이 한마음으로 뭉친다면 걱정할 게 없다고 봐요.”
[이을용] “2002년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경험을 많이 쌓았잖아요. 자신감 있게 저만의 플레이를 펼친다면 월드컵 까짓것, 뭐가 두렵겠어요?”
터키의 이을용(31)은 누구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신뢰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터키리그에서 큰 경기를 많이 치르면서 쌓은 경기 감각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터키에서 3년간 지내면서 좋은 경험을 많이 했어요. 벤치 신세로 전락한 적도 있었고 경기 종료 1분 남겨 놓고 경기장에 들어가기도 했죠. 축구 자체가 인생 공부였던 것 같아요. 게임 못 뛰는 선수들의 심정도 이해가 됐구요. 유럽에선 성적 안 나면 제일 먼저 책임을 지는 사람이 용병 선수거든요. 그래서 자국 선수들보다 더 땀나게 뛰어야 해요.”
유럽 생활을 통해 쌓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많이 전해주고 싶다는 이을용은 원정 경기로 치르는 독일월드컵에 대해 우려가 컸다.
“막연히 상상한 것과 진짜 경험하는 것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어요. 월드컵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이 일방적인 응원이 펼쳐지는 경기장에 들어서면 정신이 혼미해질 지도 몰라요. 저나 정환이, 기현이 등의 역할이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표팀 소집 이후의 시간들이 정말 중요할 거예요. 독일 가기 전까지 얼마만큼의 조직력을 완성해 놓는지의 여부가 16강 진출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지성은 “유럽 축구를 경험하면서 부쩍 성장했다”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올 시즌을 잘 보냈기 때문에 월드컵에서도 큰 문제 없이 팀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스널 전에서 기록한 골이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골 순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박지성은 “좋은 찬스를 많은 골로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했다.
월드컵 예상성적에 대해선 이렇게 풀어냈다.
“당연히 16강에 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그러나 예상 외로 토고 경기가 가장 어려울지도 몰라요. 토고전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나머지 두 경기가 달라질 겁니다.”
토고의 피터 오스터 감독이 “유럽의 정상급 선수인 아데바요르와 박지성을 비교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박지성을 평가절하한 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다”며 대수롭잖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표] 지난 5월 9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영표는 각조 상대국의 전력, 특히 같은 조에서 만날 공격수인 프랑스의 앙리와 토고의 아데바요르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14일 파주에 들어갈 때 따로 얘기하겠다”고 귀엣말을 남겼다. 프리미어리거로서의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소속팀인 토트넘 동료들이 “어느 팀에 돈을 걸어야 하냐”고 물을 때 “한국에 베팅하라”며 압력을 넣었다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월드컵 출전 32개국 중 16강에 들 자격이 있는 팀은 단 16팀만이 아니에요. 32개팀 모두가 16강에 들 자격이 있거든요. G조에선 프랑스와 한국이 16강에 올라갈 것입니다.”
이영표가 내세운 필승 전략은 “실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영표는 특히 “항상 상대 공격수에 대해 2 대 1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며 협력 수비를 강조했다. 기자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영표에게 이제 협력 수비의 전도사가 되는 것이 어떠냐고 농담 삼아 묻자 이영표는 “대표팀 수비수들은 모두 협력 수비의 신자가 됐다”며 능숙하게 맞받아쳤다.
[박주영] ‘축구 천재’ 박주영(21)은 자신의 엔트리 합류 소식에 여유로운 반응을 나타냈다. “다른 형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토고전이 제일 힘든 경기가 될 것 같아요. 프랑스전은 개인적으로 꼭 한 번 출전해 보고 싶어요. 스위스전까지 뛴다면 너무나 좋겠죠.”
박주영도 베스트 11에 뽑히는 부분에 대해선 은근히 걱정이 많다. “장점을 최대한 살려봐야죠. 희망을 갖고 있어요.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 경기에서 연속 골이 터진 것도 고무적인 일이구요. 재미있게 하다보면 잘 되지 않겠어요?”
박주영은 독일에 가는 선수들이 가지 못하는 선수들 몫까지 해줘야 한다는 어른스러운 면도 보였다.
[김진규] 선배 유경렬과 자리 경쟁을 펼쳤던 김진규(21)는 자신의 발탁 확률을 50:50으로 봤다고 말한다. 김진규는 엔트리 발표 전날 울산 현대의 이호랑 전화 통화를 하면서 서로 믿는 신에게 기도를 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둘 다 합류가 됐다며 흥분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수비에 대해 걱정이 많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런데 축구는 수비수 4명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11명이 같이 하는 거지. 조직력만 완성된다면 수비에서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보기완 달리 좀 당차고 ‘꼬장’ 부리는 면도 있거든요. 경기장에서만 보이는 부분이에요. 월드컵 때 한성질 하려구요. 상대 선수와 기 싸움에서 지면 안되잖아요. 심판 몰래 성질 좀 부려보겠습니다. 하하.”
[김영광] 올 초 대표팀의 해외 전훈 중 부상을 당했던 김영광(23)은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한다. 그동안 대표팀 코칭스태프 앞에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제 이름이 불리기 전에 먼저 (김)용대 형이 호명되는 바람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제가 탈락된 줄 알았거든요. 골키퍼 주전은 (이)운재 형이에요. 물론 경기를 뛰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 무대를 생생하게 체험해 보고 배우고 싶어요. 운재 형을 뒷받침하면서 ‘넘버 2’가 될 수 있도록 몸을 불사를 거예요.”
김영광은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마당발’. 대표팀 명단 발표하는 날 김남일과 이호, 조재진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기자의 전언에 “광양에 있다보니 나만 ‘왕따’가 된다”며 뾰루퉁한 목소리가 된다.
“대표팀 형들이 너무 좋아요. 그러다보니 분위기도 상승돼 있구요. 월드컵 첫 경험이 단순히 경험으로 끝나지 않게 애쓸 테니 꼭 지켜봐 주세요.”
[송종국] ‘돌아온 황태자’ 송종국(27)은 대표팀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접한 뒤 기도부터 올렸다. 그러나 차두리의 탈락이 사실로 드러나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애매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엔트리 발표 당일 한 인터넷 매체에서 ‘송종국 탈락, 차두리 발탁’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는 바람에 송종국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몸이 완전치는 못하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에 100%의 컨디션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4년 전에는 정신 없는 상황에서 월드컵을 뛰어다녔는데 이번에는 너무나 간절한 심정으로 기다렸거든요.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면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일단 커트라인에 통과해서 대표팀 문을 열고는 들어왔지만 송종국이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너무 많다. 그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송종국은 ‘이번 기회를 마지막이라고 여기고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 4년 전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맨위),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를 무찌르고 8강 진출(가운데),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 ||
그러나 경기 출장 수가 줄어 들고 경기 감각마저 떨어지자 한동안 위기감이 맴돌기도 했지만 정작 안정환은 단 한 번도 자신이 월드컵에서 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지난 12일 일시 귀국한 안정환은 “절 누구의 ‘대안’으로 보셨다면서요? 좀 섭섭했지만 세상살이가 원래 그런 거잖아요. 잘 풀어가야죠.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니까 남은 기간 동안 잘 채워가려구요.”
[최진철] 홍명보와 김태영이 빠진 한국 축구 수비의 대들보 최진철(35)이 굳은 각오를 밝혔다. 최종 엔트리 발표 전날 벌어진 전북-수원 전 직후 라커룸에서 만난 최진철은 “어느 팀과 붙어도 두려움은 없다”며 특히 2002년 월드컵 직전 맞붙은 프랑스와의 대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경기 전 조원희가 손등에 키스한 것을 두고 “장난치는 것 같아서 살짝 때려줬다”고 밝게 웃어 보이면서도 지난 2002 월드컵 때와는 다르게 조원희처럼 어린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점이 상당히 신경 쓰인다고 한다.
최근 앙리(프랑스)나 아데바요르(토고)가 뛰는 아스널 경기를 유심히 보며 상대 스트라이커들의 장단점을 분석했다는 최진철은 “절정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라고 (이)영표가 이 선수들 얘기를 많이 해요. 이제부터는 집중해서 들어야겠네요”라고 전했다.
[김상식] ‘식사마’의 개그가 독일 땅에서 울려 퍼진다. 걸쭉한 입담으로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김상식(30)이 최종 엔트리에 선발돼 첫 월드컵에 출전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김상식은 “본프레레 전 감독이 물러나기 직전이던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 때 대표팀에서 잘려(?) 월드컵은 포기해야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왔어요.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패스, 그리고 멀티 플레이어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라며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부상으로 중도하차한 이동국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상식은 “동국이에게 2010년 월드컵에 함께 나가자고 얘기할 것”이라며 이참에 이동국 세리머니를 준비해야 되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좋은 아이디어”라고 반색했다.
[이 호]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로 최종 엔트리에 합류한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 “선발되든 안 되든 크게 개의치 않으려 했다”는 이호는 그래도 조마조마한 마음에 TV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했다고.
이호는 평소 우상이었던 프랑스의 지단 얘기만 꺼내놓으면 술술 답이 나온다. 이호는 “그동안 TV로만 보고 우상으로 여겼던 지단이나 비에이라(이상 프랑스) 등 톱스타들과 같은 포지션에서 맞붙을 수 있게 돼 그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내가 유학을 다녀온 브라질만 피하면 어떤 팀이든 자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경호] 유일한 현역 군인 정경호도 참으로 어렵게 통화가 됐다. 언론사의 전화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전화를 받자마자 “휴대폰 소리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팠다”며 하소연을 한다.
“옷을 모두 벗어 던진 듯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심정을 밝힌 정경호는 “워낙 공격진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 주전으로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부상당한 발목이 좀처럼 낫질 않는 점이 고민스럽다는 정경호. 하루빨리 부상에서 회복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그 다음 올 초 전지훈련에서의 컨디션을 유지해 공격진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정경호의 2차 목표라고 한다.
[조원희] 최종 엔트리 발표 전날 전북과의 경기에 출전한 조원희는 최진철 손등에는 키스를 했고 이운재와는 경기 후 진한 포옹을 나눴다. 조원희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되돌아온 답은 “너무 좋아서”였다. 하늘 같은 이운재, 최진철 선배와 월드컵 무대를 함께 밟는다는 게 도대체 믿기지가 않아서 직접 두 선배를 만져본 것이었다고.
배재고 선배면서 대표팀에서 경쟁을 해야 할 송종국이 최종 엔트리에 선발된 것도 그에겐 너무나 큰 행복이다.
조원희는 “존경하고 있는 종국이 형과 함께 명단에도 들고 월드컵에도 나갈 수 있어 꿈만 같다”며 “형이 최대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서로 경쟁을 해야 한다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종국은 조원희가 급성장하는 것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한다. 후배가 선배를 자극했고, 고교 선후배가 같은 포지션에서 주전 경쟁을 펼치는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중이다.
[김용대] 김병지를 제치고 극적으로 대표팀에 승선한 김용대. 참 어렵게 통화가 됐다. 축하 전화가 너무 많이 왔기 때문이란다. 예상을 뒤엎고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합류한 탓에 남보다는 배 이상으로 축하 전화가 걸려왔다고.
김용대는 “아예 생각조차 못했는데 대표팀에 뽑히게 돼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큰 기대를 버리고 K-리그 경기에 집중한 게 오히려 약이 된 것 같아요. 실수 없이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게 감독님께 크게 어필했다고 봐요.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욕심 내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주전은 아직 결정된 게 아니잖아요.”
이밖에도 J리그에서 득점 행진을 벌인 조재진(25)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골을 넣을 자신이 있다”는 소감을 밝혔고, 엔트리 발표 순간 예비군 훈련을 받느라 뒤늦게 소식을 접한 김영철(30)도 생애 첫 월드컵 승선에 감격을 표현했다. 발표 전날 최종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던 김두현(24)은 “10분을 뛰어도 모든 걸 쏟아내겠다”며 의지를 불살랐다.
마지막까지 탈락과 승선의 갈림길에서 마음 고생을 한 백지훈(21)도 “포지션이 겹치는 (박)지성이 형한테 주눅들지 않고 경쟁해 보고 싶다”고 말했고, 김동진은 소감을 열거하다가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토고전을 놓고 “토고전에 못 나가서 죄송하다”는 멘트를 날렸다.
[이천수] 월드컵 승선이 확실했던 이천수는 오히려 “마지막까지 불안했다”면서 “주위에서 토고전에 대해 걱정이 많은데 서로 잘 모르는 팀이니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