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 의한 지성을 위한 지성의 회사 세웠다
▲ 박지성 | ||
축구 선수들의 에이전트사 변경은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다른 선수도 아닌 박지성이 가족처럼 지냈던 에이전트사와 결별했다는 소식은 뉴스 중의 빅뉴스였다. 관심을 모으는 건 박지성이 독립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이에 대해 박성종 씨가 입을 열었다. 에이전트사와 결별을 발표한 이후 숱한 소문이 나돌고 있는 데 대해 직접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것. 그 내용을 들어본다.
박지성과 FS코퍼레이션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나돌았었다. 지난달 20일 월드컵 원정 응원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던 박 씨는 갑자기 귀국길에 올랐다. 원래는 스위스전까지 볼 계획이었는데 한국에 일이 생겼다며 서둘러 돌아갔다. 그 일이란 게 바로 에이전트 문제였다.
박 씨는 “지성이의 의지가 확고했다”면서 “오랫동안 함께 일했기 때문에 깊이 정이 들었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어쩔 수 없는’ 사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선수와 에이전트 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돈이 아닌 신뢰다. 신뢰가 한 번 깨지면 회복하기 힘들다.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된다면 더욱 어려워진다. 지성이가 여러 가지로 회사에 불만을 토로했고 실망감을 나타냈지만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박 씨는 월드컵을 앞두고 CF 촬영을 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박지성의 불만이 폭발했다고 토로했다.
“CF 요청이 봇물을 이뤘다. 많은 양의 CF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세 편을 고집했다. 그런데 촬영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세 편을 일요일 하루 동안 다 찍게 한 것이다. 아무리 광고 촬영이지만 선수는 연예인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선수 입장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서 하루에 세 편의 광고를 찍게 할 수 있나.”
박 씨는 광고주들에게도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한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찍는 광고인데 촬영 시간이 워낙 짧은 데다 재촬영을 약속해 놓고도 정작 선수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
선수가 유명해지면 자연스레 돈과 연관된다. 팀 이적이나 CF 촬영, 초상권 문제나 출판 인쇄물 등 ‘박지성’이란 이름값에 자석처럼 따라 붙는 돈의 규모와 액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돈에 대해선 박 씨나 에이전트 측 모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몇 가지 불미스런 일이 박 씨에게 노출됐고 박 씨는 회사 측에 큰 실망감을 안게 됐다고 한다.
▲ 박성종씨 | ||
박 씨는 이철호 사장과 97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박지성이 일본의 교토 퍼플 상가에 입단한 것이 이 사장의 첫 ‘작품’. 일본에서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때까지 박 씨는 이 사장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맨유 입단 초기 이 사장과 영국으로 취재 간 기자들 사이에 마찰이 벌어졌을 때도 박 씨는 이 사장을 옹호하며 지원 사격을 보냈을 정도다. 박지성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런저런 에이전트들이 거액의 뭉칫돈을 제시하며 손을 잡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도 박 씨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 사장과 맺은 인연을 평생 간직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그림자처럼 함께했던 사람은 FS코퍼레이션의 김정일 팀장. 회사와의 결별을 선언한 이상 김 팀장과의 관계도 애매하게 됐다. 이에 대해 박 씨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게 가장 아쉽다. 지성이가 친형처럼 따른 사람이고 지성이를 위해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돌봐줬다. 그러나 회사와 결별하기로 결심한 이상 지성이도 각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박 씨는 박지성이 축구 외적인 일로 인해 돈 버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광고 출연도 이런저런 관계와 이유들로 찍게 됐지만 CF 같은 데 나가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단 축구하는 데 더욱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란다.
“부모 입장에선 한두 편의 광고는 찍길 바라지만 지성이가 원하질 않는다. 축구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까지 힘들게 사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에이전트를 알아보지 않고 지성이만을 위한 새로운 에이전트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 7월 1일 우리금융지주를 중심축으로 한 ‘JS 리미티드’가 발족됐다. 한 선수만을 위한 전담 에이전트사가 설립된 것. 박 씨는 다른 소속사에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등의 행위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단 축구 유망주들을 발굴해서 성장시키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