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념물을 그 시대 ‘완전한 수’ 9의 배수로 끝나게 지어
밀림 속의 거대한 예술품인 앙코르 유적들은 사암과 라테라이트로 지어졌다. 사진제공=류태열 사진작가
섬세한 조각과 수많은 부조들. ‘천상의 세계’를 지상에 세우려던 크메르인들의 꿈은 사라졌지만 크메르 미술을 대표하는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남았습니다. 인간이 세웠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고 섬세하며 거대합니다. 앙코르와트의 건축기술은 몇 가지 ‘불가사의’를 남겼습니다. 우선 대부분 사암과 라테라이트로 지었는데 그 엄청난 양의 돌들을 어디서 가져왔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주변은 밀림뿐인데. 사암은 멀리 떨어진 프놈쿨렉산에서 코끼리와 뗏목으로 옮겼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또한 지반이 약한 습지에다 거대한 건축물을 어떻게 세운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천년이 지나도록 지붕의 돌들 사이로 물이 새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접착재료 없이 완벽하게 이어진 돌들의 결합. 이 공법은 돌에 네 군데 정도 홈을 파서 끼우는 방식을 썼고 또 아치형으로 돌과 돌이 서로 의지하도록 결합했습니다. 지붕은 기와처럼 돌을 이용하여 양쪽 돌에 홈을 파서 물이 바깥으로 빠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원건축에 동원된 많은 사람들을 이 밀림에서 어떻게 관리했을까도 궁금합니다. 사원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톤레삽 호수가 있어 풍부한 물고기와 비옥한 농토가 도움이 됐으리라 추정합니다. 또한 당시 이곳에 살던 약 100만 명의 크메르 사람들의 행방도 의문입니다.
앙코르톰의 바욘 사원. 사진제공=류태열 사진작가
앙코르와트는 힌두사원에서 나중에 불교사원이 된 곳입니다. 인도차이나에서 많이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는 곳입니다. 그것은 둘레가 5.6km나 되는 거대한 사원 안의 건축물들이 숫자와 연관되어 건축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인도차이나에서 오랫동안 불교 전문가이드로 일해온 구희창 씨와 그 숫자의 비밀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구희창 씨는 말합니다. “앙코르와트는 돌덩이로 세워졌지만 숫자를 통해 영원히 살아 있는 세계임을 표현했습니다. 마니카(Eleanor Mannika)라는 학자의 연구에서도 밝힌 바 있어요. 입구에서 중앙탑까지 거리는 큐빗으로 정확하게 나누어져 있어요. 이것은 인도의 4개 유가(Yuga)와 앙코르와트 내부의 거리가 깊은 연관이 있다는 뜻입니다.” 큐빗은 팔꿈치에서 손끝까지의 길이를 말합니다. 인간의 몸의 길이인 큐빗은 이집트 문명에서도 거리를 재는 자로 사용했습니다. 인간의 몸이 완벽한 황금비율로 구성되어서 팔꿈치에서 손끝까지의 길이로 돌을 잘랐습니다. 인류 최초의 ‘자’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키는 자기 큐빗 4개를 더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유가는 세상의 순환기를 4단계로 구분하여 그중 한 시대를 뜻합니다.
앙코르 왕국시대에는 큐빗을 사용했습니다. 사원의 다리 길이는 432큐빗입니다. 다리를 넘어서 도서관까지는 864큐빗. 도서관부터 앙코르와트 회랑 입구까지는 1296큐빗. 회랑 입구에서 중심부까지는 1728큐빗입니다.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정확하게 9라는 숫자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 시대에 9는 완전한 수를 의미합니다. 당시의 72, 108이란 숫자도 9가 있어야 연결이 됩니다. 72는 지구가 72년마다 1도씩 움직이는 수치이자 완전한 수로 생각했고 108은 새로운 경지의 세계를 뜻했습니다.
앙코르와트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둘레가 5.6km나 되는 거대한 사원 안의 건축물들이 숫자와 연관되어 건축되었다는 사실이다. 일출 무렵 연못에서 바라본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해자가 나옵니다. 길이 3.6km 직사각형의 넓은 못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멀리 중앙탑이 보입니다. 다리서부터 중앙탑까지 4개로 나누어 4개의 시대를 정확히 수치로 표현한 것입니다. 마지막 108이란 숫자. 번뇌가 사라진 완전한 세계를 표현한 수치이고 모든 숫자는 9라는 숫자로 끝이 납니다.
역사속으로 사라진 크메르 왕국은 문화유산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태국 아유타야 왕조가 캄보디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많은 유산을 가져갔습니다. 그후 미얀마가 태국을 침략하여 태국과 캄보디아의 문화유산을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크메르 왕국이 지상에 세웠던 미완의 건축물. 인간의 영원한 것에 대한 갈망은, 밀림속 거대한 예술품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