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티볼리·QM3 3파전에 기아차 니로 도전장
그간 소형 SUV 시장이 한국GM 트랙스, 쌍용자동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의 3파전이었다면 지난 3월 29일 기아자동차 니로가 참여하면서 4파전 양상이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한 묶음으로 본다면 모든 메이커가 다 뛰어든 양상이다. 시장 흐름이 지속된다면 현대차도 뛰어들지 모른다.
이들 4개 소형 SUV는 개성이 뚜렷한 만큼 취향에 따라 선택하기가 용이하다. 각 특징별로 4개 차종을 분류해 보았다.
# 동급 최강 파워-트랙스
국내 시장에 ‘소형 SUV’ 카테고리를 처음 선보인 모델은 2013년 3월 출시된 트랙스(한국GM)다. 트랙스는 1.6ℓ 디젤엔진, 1.4ℓ 터보 가솔린엔진을 장착해 모든 사양에서 동력성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트랙스 디젤의 최대토크는 32.8/2250(kg·m/rpm, 이하 단위 생략)으로 동급 최강이다. 경쟁차종인 니로(하이브리드카)는 합계토크 32.3(엔진 토크 15, 모터 토크 17.3)으로 트랙스와 비슷하다. 트랙스의 최저가는 1920만 원(1.4ℓ 가솔린 엔진)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전폭(1775mm)과 축거(2555mm)는 동급에서 가장 작다.
트랙스의 장점은 동급 최강 파워다. 하지만 동급에서 가장 작고 연비가 떨어지는 점이 단점이다.
# 가성비로 승부-티볼리
소형 SUV의 최강자이자 시장을 견인하는 모델로 지난해 이 분야 시장점유율은 55%다. ‘가솔린엔진+수동 변속기’ 사양의 최저가가 1606만 원(이하 부가세 포함)이다. 디젤엔진 사양 최저가도 2080만 원으로 경쟁력이 있다.
티볼리는 동급 최저가로 최강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그러나 성능이 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실내 인테리어에 공을 들여 고급스러운 질감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것이 인기 비결이다. 1.6ℓ 디젤 모델의 경우 최대토크가 30.6/2500으로 덩치에 비해 꽤 파워풀하다. 1.6ℓ 가솔린 모델은 동력성능보다 가격 메리트가 뛰어난 편이다.
# 최강 연비, 넓은 실내-니로
타사 대비 생산비가 높은 기아차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해법은 친환경차다. 하이브리드카로 분류되는 니로의 공급가는 2433만 원에서 시작하지만, 약 100만 원의 세제혜택을 받아 판매가는 2327만 원부터 시작한다. 또한 취등록세와 공채 할인에서 약 150만 원을 절감할 수 있어 소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기아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 니로로 소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생산비 절감에 한계가 있다 보니 친환경차 보조금과 세금혜택을 이용해 실구매가를 200만 원 낮춰보겠다는 의도다.
친환경차이니만큼 연비는 최강이다. 1ℓ 가솔린 연료로 20.1㎞(복합)를 달릴 수 있다. 다만 하이브리드카의 체감 연비는 운전습관에 따라 공인연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스페인산의 매력-QM3
2013년 말 출시된 QM3는 수입차라는 매력이 포인트였다. 스페인에서 생산해 유럽에서 판매되는 캡처를 국내로 수입해 판매했다. 가격 또한 유럽 현지 가격보다 500만 원이나 싸게 들여오면서 안 사면 손해인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됐다. 하이브리드카 니로가 나오기 전까지는 소형 SUV에서 가장 연비가 좋았다. 다만 경쟁차종들이 1.6ℓ 디젤엔진을 장착한 것에 비해 1.5ℓ 디젤을 적용하면서 동력성능이 다소 뒤지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QM3는 스페인에서 들여왔음에도 국내 판매가가 유럽 판매가보다 500만 원 싸다.
소형 SUV 시장을 보면 저가항공 사례와 비슷한 점들이 있다. 소형 SUV는 마진이 적기 때문에 대형 메이커들이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시장이다. 현대·기아차처럼 큰 업체들은 직원 연봉도 높기 때문에 마진율이 높은 비싼 차를 개발하는 것에 몰두한다.
저가항공 시장도 초기에는 대형 항공사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저가항공이 인건비 절감, 항공기 회전율 증가, 파격적 프로모션으로 자리를 잡자 대형 항공사들도 속속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소형 SUV 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하자 현대·기아차는 일단 신모델(기아차 니로)을 내놓고 시장 방어에 나섰다. 과거 경차 시장에서 마티즈(당시 대우자동차)가 선전하자 모닝(기아자동차)을 내놓은 것과 비슷한 경우다. 경차시장에 현대차가 뛰어들지 않은 것처럼 소형 SUV 시장에 현대차가 뛰어들려면 판매가 좀 더 확산돼야 할 듯하다.
만약 현대차까지 가세한다면 생산비 절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니로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적용해 친환경차 정부보조금과 세금혜택을 받으려 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은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시장에서 인지도와 지배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마진이 낮더라도 소형 SUV에 매진할 이유는 충분하다.
소형 SUV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기아차의 조사에 따르면 소형 SUV 구매 고객들의 차량 선택 기준은 △외관디자인(36.7%) △연비·유지비(33.8%) △차량가격(22.4%) 순이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제조사·브랜드’가 중요하다는 답변은 10위(8.6%)에 그쳤다는 것이다. ‘제조사·브랜드’는 그 자체로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가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고려사항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주요 고객인 25~39세의 젊은층이 ‘명성’보다 ‘실리’를 추구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또 주위 시선을 의식해 세단을 고집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자유분방한 소비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시장의 흐름에서 봤을 때 소형 SUV의 인기는 세 가지로 진단할 수 있다. 우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기 때문에 잠재된 소비욕구를 충족시켜줬다는 점이다. 큰 차는 부담스럽고, 작은 차를 타고 싶은 데다 다목적 용도로 쓰고 싶은 틈새시장의 고객들이 있었던 것이다.
둘째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지난 몇 년 사이 캠핑시장이 급속히 커졌는데, 최근에는 캠핑용품이 더 다양화되고 고급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캠핑 자체에 의미를 뒀다면 최근엔 캠핑의 질을 추구하므로 더욱 많은 물품을 실을 수 있어야 한다. 세단보다 적재공간이 크고 힘이 좋은 SUV가 필요한 이유다.
셋째로 SUV를 타고 싶지만 비싸서 못 산 고객들을 흡수한 것이다. 예전에는 SUV의 가격대가 높았다. 준중형급 SUV를 사려면 중형급 세단 가격을, 중형급 SUV를 사려면 준대형급 세단 가격을 줘야 했다. 즉 투싼을 사려면 쏘나타 가격을, 싼타페를 사려면 그랜저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반면 티볼리(쌍용차)는 아반떼(현대차)보다 싸다.
소형 SUV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시장을 간과했던 현대·기아차가 이 시장마저 장악하는 데 성공할지, 아니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메이커들이 소형 SUV를 발판으로 상위 카테고리까지 치고 올라갈지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