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검사 한다더니 차일피일 왜?
지난해 8월부터 용주사 앞에서 성월 스님 퇴출과 관련된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비대위를 상대로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과 신도회 강일석 회장이 명예훼손등금지가처분 및 방해금지가처분 소송을 신청했지만,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피신청인들(비대위)이 신청인(성월 스님)에 대해 제기하는 의혹 및 그 사실의 존재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들을 제출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신청인은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나 제출된 자료들의 신빙성을 구체적으로 탄핵하는 주장이나 반박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이를 부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위 행위는 신앙의 본질적인 내용으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종교적 비판의 표현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등이다. 결국 수원지방법원 31민사부는 성월 스님이 제대로 된 반박 자료를 제출해야 시위를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성월 스님은 대처승 의혹에도 제대로 된 반박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진 제공=정화불사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 측이 제출한 관련 근거 자료에는 용주사 부주지인 성무 스님과 비대위 소속 성견 스님의 전화통화 녹취파일도 있다. 성무 스님은 성견 스님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성월 스님의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이지만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내가 성월 스님이라고 해도 인정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도 그렇다. (성월 스님이 퇴출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월 스님은 지난해 10월 15일 ‘종단의 권위 침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과학적 검사를 비롯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모든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섯 달이 넘도록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어 의혹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정화불사비상대책위원회는 용주사 성월 스님 퇴출 요구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 제공=참여불교재가연대
비대위 관계자는 “김 씨 형제가 군 복무 중인 데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서 유전자검사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지 못했다고 성월 스님이 핑계를 대고 있다”며 “몇 달 뒤면 제대할 두 아들이 복학을 이유로 곧장 중국으로 넘어갈 텐데, 성월 스님은 또 다시 그들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유전자검사를 차일피일 미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은처와 두 아들에 대한 신상 정보 등의 자료는 조계종 제1교구본사인 조계사의 내부 자료였다”면서 “사실상 대처승임이 밝혀졌다고 봐도 무관하나 입증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5일 성월 스님의 은처로 지목되는 심 씨의 용인시 소재의 거주지에 직접 방문, 심 씨와의 만남을 시도했지만 7시간 동안 기다려도 심 씨를 만날 수 없었다. 다만 심 씨와 함께 살고 있는 심 씨의 부친(75)은 성월 스님과의 관계에 대해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으니 딸이 오면 물어보라”면서 기자와의 대면조차 거부했다.
하지만 심 씨 거주지 인근의 한 상가 운영자에게 성월 스님의 사진을 보여주자 “이 스님이 어쩌다 한 번씩 이 일대에 모습을 보이곤 한다”면서 “어렴풋이 두세 달 전 우리 가게에서 물건을 사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항상 가게에 홀로 찾아왔고,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성월 스님측은 퇴출 요구 시위에 대해 명예훼손 금지 소송 등을 제기했지만 반박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모두 기각됐다. 사진 제공=참여불교재가연대
성월 스님은 주지 선거 과정에서 선거권자인 스님 10명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실제로 용주사 주지 선거의 선거권자였던 스님 10명은 지난 2014년 8월 성월 스님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모두 3800만 원을 받았다면서 뒤늦게 양심선언을 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원지방검찰청은 ‘산중총회법’에 따라 내부적으로 징계하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공직선거법이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적용하는 선거 이외에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후보자나 유권자의 금품 수수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별도의 법률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나 호계원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용주사 출신”이라며 “진상조사를 해야 할 기관이 성월 스님의 의혹을 덮으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성월 스님이 대처승 의혹이 사실일 경우 주지에서 물러나겠다는 조건을 달며 주지 선거에 출마했지만, 주지가 된 이후 의혹을 회피하고만 있다”면서 “양심고백한 스님들을 제명시켜버린 성월 스님은 불교계의 깨끗했던 물마저 흐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조계종은 성월 스님의 대처승 및 주지 선거 과정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해 비판 기사를 보도한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으로 매도, 조계종단의 모든 기관의 출입·인터뷰·광고·접속 금지 등의 탄압을 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주사 관계자는 “비대위가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고 있어 성월 스님이 직접 입장을 밝힐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총무원이 무혐의 처분한 내용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한 비대위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설명했다. 친자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나, 성원 스님과는 전혀 무관한 김 씨 형제에게 친자 검사를 위한 준비물을 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