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신공항, 서울-속초간 고속철도 건설 등…정부 사업에 숟가락 얹거나 남의 공약 따라하기
교통망이 잘 갖춰진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의 공약을 조사한 결과 서울에 신설하겠다는 전철역이 최소 ‘6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 전철 관련 공약(노선 연장, 역사 신설 등)만 ‘70개’에 달하며 가장 많은 의석수가 달린 경기도의 경우 전철 관련 공약이 무려 ‘256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의 경우 고속철도 및 신공항 건설을 두고 서로 자신의 공약처럼 내세우는 경우가 상당하다. 대표적인 것이 ‘동남권 신공항’이다. 현재 부산, 경남권 후보들과 대구, 경북 후보들 사이의 공약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 경남권 후보들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될 수 있다 주장하고 있는 반면 대구, 경북권 후보들은 ‘밀양’에 건설된다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에선 입지선정 용역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 어느 곳에 확정될지 아직 미지수다. 그런데도 후보자들은 마치 자신이 주장하는 지역에 유치가 결정된 듯한 공약과 발언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공약 역시 ‘재탕, 삼탕, 짜깁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원도의 경우 많은 후보자들이 내세운 ‘서울-속초 간 고속철도’ 공약이 꼽힌다. 해당 공약은 30년째 선거 때마다 여야 공약으로 나오는 터라 정치권에서 ‘좀비 공약’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이 더불어민주당 공약으로 나온 경우도 있다. 더민주가 내세운 ‘동서고속철도 건설’ 공약은 박 대통령 대선 공약 중 강원지역 1호 공약인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사업’과 겹친다.
이밖에 포퓰리즘 공약도 빠지지 않는다. 서울 지역에 출마한 한 야당 후보는 ‘해피먼데이법’을 공약했다. 어린이날, 현충일, 한글날을 월요일로 옮겨 3일 연휴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야당 후보는 동네 노인에게 목욕비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반값 목욕탕’을 공약했다. 국민연금으로 SOC 사업을 하자고 공약한 한 지방 후보도 있다.
물론 공약을 만드는 데 있어서 여야 정책 담당자들의 고충도 있다. 한 여권 정책 담당 관계자는 “공약의 경우의 수와 가능성을 고려하는 데 있어 시간, 예산 등이 너무 부족하다. 공약을 내세워도 사실 주민들이 자세히 보진 않는다. 이미 ‘공약은 지키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래서 급한 대로 정작 필요한 공약보다 선거 홍보, 전략에 필요한 개발 공약에 치중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역 개발의 대부분은 지키지도 못할 ‘헛공약’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한 결과 지난 19대 총선 당시 당선된 지역구 후보들이 내놨던 건설 공약 106개 중 13개(12%)만 실행에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측은 “국책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인데 엉뚱하게 정치인의 표 몰이에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전 사업 타당성 검토 혹은 이를 제동시킬 수 있는 장치 등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