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창구’ 해외식당 경영난 시달려…북 정권, 귀환 요구 가능성 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북한식당에서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있다.
이번에 넘어온 인원은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 등 총 13명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은 4월 7일 서울에 도착했으며 병원 검진 결과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이 개별적으로 탈북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집단으로 탈북해 입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인도적 차원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며 “종업원들은 그동안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돼 탈북을 결심했으며 서로 마음이 통해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정부는 이들이 집단이탈, 장거리 이동에 따른 긴장감, 피로감 등을 호소해 충분한 휴식 후 절차에 따라 구체적인 귀순 동기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현재 북한 해외식당들이 UN의 대북제재와 한국 정부의 자국민 출입 자제령 이후 극도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집단 귀국은 의미가 깊다. 전 세계 130곳, 연간 최대 1억 달러의 외화벌이를 해왔던 북한의 해외식당은 최근 이 같은 제재 탓에 상당수는 문을 닫고 상납금을 채우지 못하는 식당 지배인 및 종업원들은 극도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지난 3월, <일요신문>이 방문한 태국 파타야의 한 북한식당 역시 교민들에 문의한 결과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곳곳에서 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집단 입국한 종업원들 역시 이러한 경영난 및 상납금 압박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집단 입국한 종업원들은 중국 선양(瀋陽)의 조선족 및 한국인 집단 상권이 자리잡은 서탑(西塔)거리의 한 식당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4월, 해당지역의 북한식당에 대해 조명해 보도(제1242호 참조)한 바 있다. 선양의 서탑거리는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자주 오가는 지역으로 이들 종업원들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한국인들과 잦은 접촉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자국민의 집단 입국을 허가한 한국 정부에 대해 북한의 향후 반응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북한 정권이 과거에도 그랬듯 ‘납치’를 운운하며 귀환을 요구할지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베트남에서 468명이 집단 탈북해 입국한 당시에도 북한은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귀환을 요구한 바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