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공해 민원·캠프간 부상 신경전·운전기사 사망사고까지…
“아무래도 경기가 어려우니까 경제 상황에 따라 타는 차가 후보들마다 다르다.”
지난 12일 선거 유세용 트럭 임대업 종사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후보자들은 아무래도 1.5t 트럭을 많이 선호한다. 보통 1.5t이나 1t의 가격은 1500만 원 내외고 2.5t 트럭은 2000만 원을 상회한다”며 “운전 기사도 다 딸려서 개조를 한다. 랩핑도 포함한 금액이다. 랩핑은 후보자 기호와 이름을 차에 입히는 작업이다.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선거 유세 트럭의 임대 기간은 법정 선거 운동 기간인 13일. 차량 임대료는 1000만 원부터 24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후보자들은 1.5t 트럭을 선호한다. 작으면 작을수록 좁은 골목까지 들어가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유세용 트럭이 골목가를 점령하면 인근 주민들은 울상을 짓는다. 후보자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쩌렁쩌렁’ 울리지만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선거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3월 31일, 포털사이트의 각종 게시판은 ‘선거 소음 공해’에 관한 글로 가득찼다. 한 누리꾼은 “선거유세 트럭 때문에 아침 7시부터 지금 저녁 8시 20분까지 계속 같은 노래만 수천 번 들었다”이라며 “노이로제 걸려서 정신병이 올 것 같다. 열 받아서 아침 7시에 112로 신고했는데 경찰이 와도 그때 잠깐뿐이지 소용없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선거 소음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것일까.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소음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은 없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공선법에 데시벨(dB) 제한이 없다. 캠프 측이 거리 유세를 할 때 음량을 크게 하더라도 선거법상 제한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단속이 어렵다”며 “민원이 너무 많아서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선거 유세는 집회시위가 아니다. 집시법의 소음 기준도 적용할 수 없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법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소음이 크면 좀 줄여달라고 한다.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보탰다.
유세용 트럭이 유발하는 선거 소음은 ‘양반(?)’이다. 트럭이 인구 밀집 지역의 비좁은 공간에 몰리면서 캠프 간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쟁적으로 유세를 하다보니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6일 오전 10시 반경 전남 무안군 일로읍 장터 사거리에서 박준영 국민의당 후보(전남 영암·무안·신안군)의 선거 유세용 트럭이 주영순 새누리당 후보 측 선거 운동원 A 씨에게 부상을 입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주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 후보가 유세를 하는 도중, 박 후보 측 운전기사가 흥분을 해서 트럭이 사람에게 돌진했다”며 “여성 운동원들이 꽤 다쳤다. 특히 한 명은 다리를 들기 힘들 정도로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 허리 쪽까지 아프다고 해서 입원 중이다”고 밝혔다. 이날 양측은 유세 차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화를 못 참은 운전기사가 여성 선거 운동원에게 고의적으로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 주 후보 측의 주장이다.
반면 박 후보 측은 “운전기사가 차를 50~60cm 정도 약간 돌려서 세우려고 했던 모양이다. 운전사도 자기도 뒤에 사람이 있었는지 감지를 못했다고 했다. 돌진을 해서 사람을 무자비하게 친 게 아니다. 돌진은 사람을 차 앞 범퍼로 쳐야 돌진이고 돌진할 장소가 돼야 돌진이다. 그런데 사거리의 모퉁이 공간에서 약간 차를 틀었던 것이 어떻게 돌진인가”라고 반박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주 후보 측 선거 운동원이 무안경찰서에 운전기사를 특수폭행과 특수상해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부상자가 119에 실려 와서 조사를 시작했다. 당과 당 문제라 좀 예민하다. 다른 한 분이 최근 조사를 요청해 수사과장이 TF팀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는 상황에서 과연 ‘진실’은 뭘까. 앞서의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을 확보했는데 트럭이 돌진한 것 같진 않다”며 “박 후보 측 트럭 운전자가 좀 빨리 가긴 했다. 2.5t 트럭이었는데 1단 출발해야 하는데 2단 출발하면서 일반 차량보다 빨리 갔다. 하지만 영상을 보면 그렇게 뭐 돌진이 아니다. 갑자기 트럭이 급발진해서 ‘웅’해서 간 것도 아니었다. 다른 분들은 피했는데 그분이 서 있다가 부상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부상을 넘어서 사망사건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지난 8일 김태흠 새누리당 후보(충남 보령·서천)의 유세차량 운전기사 B 씨가 차량 전복 사고로 숨졌다. 이날 오전 8시 55분경 서천군 마서면 일원의 한 농로에서 B 씨는 통신선에 걸린 유세 트럭을 빼내려다가 전복된 차체에 깔려 사망했다. 김 후보 측은 사건 당일, 확성기를 이용한 선거 유세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 “불의의 사고로 별세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에게는 위로와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