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건물 조화 용산판 ‘배터리파크’ 만든다
지난 6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용산4구역 정비계획 변경안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지난 6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연 서울시는 용산구 한강로3가 63-70번지 일대 ‘용산4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이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용산4구역은 지난 2009년 1월 철거세입자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용산 철거 참사’가 벌어진 곳이다. 이후 개발 사업은 경기 위축으로 발목이 잡혔다. 2011년에는 시공사가 계약을 해지하기까지 했고, 재개발조합은 2000억 원의 이자부담을 떠안으며 내부 갈등에 빠졌다. 그러던 중 8년 만에 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정비계획 변경안을 보면 사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미국 뉴욕의 배터리 파크나 독일 베를린의 포츠다머플라츠와 같이 대규모 공원과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주거·상업·문화 복합지구’를 구상한 것. 사업부지 5만 3066㎡에 31~43층 주상복합 4개동과 34층 업무시설 1개동 외 5층 규모 공공시설, 1만 7615㎡ 규모의 문화공간(용산파크웨이) 등이 들어선다.
우선 주상복합은 임대 197가구 등 1155가구 규모다. 변경안을 통해 주거비율이 70%까지 크게 늘어났다. 건물 1층은 면적의 20%가 넘는 공간에 공공 보행통로를 둔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규모 공원과 연계, 주거단지를 24시간 전면 개방하는 구조는 국내에서 없는 사례다.
공공 보행통로는 4구역에 조성되는 용산파크웨이와 연결된다. 이에 따라 주변에는 상가와 이벤트 공간을 마련해 공원과 함께 일대가 시민 쉼터이자 문화상업 공간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용산파크웨이는 용산역 전면 미디어광장(리틀링크·8740㎡)과 용산프롬나드(1만 4104㎡) 등 주변 공원과 연결할 예정이다. 그 경우 용산역 인근 공원은 총 4만㎡ 규모가 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합친 것(3만 2000㎡)보다 커진다. 공원길 길이도 용산역 광장에서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약 1.4㎞에 이른다.
또한 서울시는 제4구역에 지하 1층 지상 5층의 총 면적 1만㎡ 규모의 건물을 기부채납 받아 어린이·청소년 예술교육센터와 같은 문화복지시설로 사용할 방침이다. 용산4구역은 오는 9월 착공해 2020년 6월 준공이 목표다.
용산4구역뿐만 아니라 용산역 인근 다른 구역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4구역에 인접한 제5구역 역시 앞서 지난 3월 25일 사업승인 인가가 떨어져, 대지면적 6122.7㎡에 지하7층 지상 34층의 의료관광호텔이 들어선다.
국제빌딩주변 1구역은 아모레퍼시픽 본사 신사옥 건축이 한창이다. 사옥 내 뷰티 관련 복합 상가가 입주할 예정이다.
용산역 내에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이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으로 알려져 관광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아모레퍼시픽 사옥 내 뷰티 상가와 연계해 외국인들의 주요 관광코스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 전자상가 관광터미널 부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1730실 서부T&D 용산호텔 3개동이 건립 중이다. 오는 2017년 6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용산역 전면의 2·3구역 주상복합건물은 내년 하반기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와 아파트, 오피스텔은 분양이 완료됐고, 현재 상가 분양도 거의 끝나간다”고 설명했다.
용산역 개발사업이 완공되면 용산역 광장에서 시작해 미디어광장, 용산파크웨이, 용산프롬나드,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약 1.4㎞에 이르는 공원길이 조성된다. 사진제공=서울시
특히 용산역 전면의 2·3구역 주상복합건물 사이 한강로2가 404번지 일대 1만 2000㎡ 부지에는 지상공원과 지하광장 및 부대시설, 공용주차장이 들어선다.
공원지하에는 ‘리틀링크’라는 이름의 상점과 부대시설, 주차장, 지하광장 등이 조성된다. 지하 1층 지하광장은 스마트광장으로, 첨단 IT기기 및 시설을 통해 상권을 이룰 계획이다. 이어 지하 2층과 3층은 2만 4000㎡의 지하주차장이 들어선다. 개발사업 관계자는 “용산역 앞 도시환경 정비사업을 통해 주로 오피스텔이나 사무실이 많이 들어선다. 이에 따라 주차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감안해 지하주차장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용산역전면 리틀링크 개발 사업은 올해 연말부터 오는 2020년까지 진행된다. 사업비는 약 1000억 원으로 민간 자금을 유치해 충당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용산구는 지난 3월 31일 민간사업자 모집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업설명회에 참가 및 응모등록을 한 이에 한해 이후 용산구청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자격이 주어진다. 접수는 오는 6월 24일 오후 6시까지다. 용산구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제출된 사업제안서를 1차 서류심사, 2차 사업계획서 평가 등으로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추후 개별 통지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부터 용산 미군부대가 평택으로 이전이 시작되면, 신분당선 연장 개통공사가 시작돼 신분당선이 용산역까지 이어지게 된다. 신분당선 용산역사는 리틀링크 지하 3층 밑으로 건립된다. 강남에서 용산까지 바로 오는 교통편이 생기는 것이다.
용산역 인근 재개발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용산공원-리틀링크-면세점-화장품복합상가-용산호텔-의료관광호텔 등이 연계된 ‘문화의료관광벨트’가 완성되면 용산은 관광과 교통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