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마 후원설’ 회사도 입성 KT&G 독점 구조 붕괴
국방부로부터 심사권한을 위임받은 국군복지단은 매년 4월 20개의 담배 품종 가운데 하위 30%(4~5개)를 퇴출하고, 잔여분에 대한 신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국방부는 1975년부터 2006년까지 토종 브랜드인 KT&G와 수의계약을 맺고 ‘군용 담배’를 독점 공급하도록 허가했다. 경쟁 입찰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에도 KT&G는 ‘군용 담배’를 독점하고 있었다.
심사권한을 위임받은 국군복지단은 매년 4월 육해공군 소속 장교, 부사관, 병사 등을 심사위원단으로 꾸려 20개의 담배 품종 가운데 하위 30%(4~5개)를 퇴출하고, 잔여분에 대한 신규 입찰을 진행했다. 심사위원단은 군 계급 기준 대령·중령·소령으로 구성된 갑반, 중령·원사·상사로 구성된 을반, 원사·병장 등이 위원인 병반으로 나뉘었다. 이들은 담배의 맛(40%), 디자인(30%), 판매가격(30%)을 종합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4개 품목을 추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 심사를 통과한 두 외산 브랜드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사 배점이 신통치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12~2013 국군복지단 심사결과표’를 보면 ‘말보로 골드’의 2012년 심사 점수는 79.6점으로 평균치인 84.3점을 크게 밑돌았다. 세부적으로 갑반에선 28위, 을반에선 26위를 기록한 반면 병반에서는 3위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2013년에는 순위가 더 떨어졌는데 갑반에서 44위, 을반에서 40위, 병반에서 9위를 각각 기록했다. 당시 ‘말보로 골드’는 최종 심사 자격을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비우스 LSS’의 전신인 ‘마일드세븐 LSS’에 대한 심사 내용은 비슷했다. 2013년 입찰에서 ‘마일드세븐 LSS’는 갑반, 을반, 병반에서 각각 34위, 37위, 15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갑반과 을반에서 나란히 심사점수 1위를 기록한 품종은 KT&G의 ‘에세 수 1mg’였다. 이 상품에 대해 병반은 28위란 성적을 매겼다.
올해 국방부는 신분별 심사반을 확대해 각 반별 심사위원을 기존 7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객관성을 높이고자 했다”는 것이 국방부 주장이다. 두 외산 브랜드를 제하고 신규 입점을 예고한 2종의 담배는 모두 국산(‘레종 프렌치 블랙’, ‘보헴시가 슬림핏 브라운’)이다. 이들 담배 4종은 내달 1일부터 1년간 PX에 납품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군에 처음으로 납품을 하게 된 필립모리스 측은 지난 14일 “군의 결정을 환영하며 우수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 브랜드에 거부감이 큰 군 조직 안팎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애국심’, ‘국민 정서’ 등이 주된 이유다. 일본계인 JTI는 “사실무근”이라는 회사 측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KT&G 관계자는 지난 14일 “(군의 결정이) 아쉽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국군복지단 납품 심사를 통과한 담배 가운데는 외국산 브랜드인 ‘말보로 골드 오리지널’과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 제품은 내달 1일부터 1년간 PX에 납품될 예정이다.
KT&G가 잎담배를 수매하고 있는 연엽초 농가의 반발도 외면하기 어렵다. 지난 12일 KT&G 한 전직 임원은 “우리 담배 농가가 어려울 때 꼬박꼬박 연엽초를 사준 회사는 KT&G뿐”이라며 “군이라면 (시장 논리보다) 공익성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지난 14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담배회사의 잇단 소송이 이번 심사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앞서 필립모리스와 BAT(영국)는 각각 서울중앙지방법원에 ‘PX 납품품목 선정 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KT&G가 본 입찰 심사에서 가점을 받는 것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복지단이 담배가 전시기본품목(군수물자)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KT&G에 가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입찰에 성공한 필립모리스 측은 지난 14일 “소 취하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