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보단 ‘경제민주화’? 김종인 향후 행보 긴장감 속 주시
이번 총선 결과는 많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180석 확보’까지 점쳐졌던 집권 여당이 참패했기 때문이다. 과반 확보에도 실패한 데다 원내 제1당의 자리마저 야당에 내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민심이 이 같은 결정을 한 데는 공천 과정 등에서 보인 새누리당의 ‘집안싸움’과 오만도 크게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총선 결과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재계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친기업 정서와 반기업 정서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활성화법안으로 불리는 법안들이 국회 계류 중이다. 은행법 개정안을 반대해온 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면서 하반기 계획하고 있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야당이 호의적인 의사를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진 IT업계나 첨단업종 분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일부에서는 야당이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원조 경제민주화론자’ 김종인 대표가 과연 어떤 법안들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외쳤던 것들이 야당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재계는 우선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권력 지형도가 하루아침에 바뀐 터라 곧바로 어떤 행동을 취하기보다 정치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본 후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고위 인사는 “선거 직후부터 크게 영향받을 일은 없을 것 같아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기존 제도에 맞춰 추진해오던 사업들이 권력과 제도가 바뀌면서 중단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4·13총선 결과로 앞으로 경제 정책이나 법안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우선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됐으니만큼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노동개혁 4법, 서비스업발전법 등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원조 경제민주화론자’ 김종인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재계 관계자는 “경제 분야에 대한 정치권의 생각이 수정될 가능성이 짙다”며 “새누리당의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정책 실패가 지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야당이 이긴 데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해왔던 일부 의원들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으니 그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털어놨다.
재계 분위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관계자도 적지 않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정책 어젠더가 바뀌는 대선이라면 모를까, 그동안 총선 결과로 인한 영향은 미미했다”며 “다만 집권 여당이 원내 2당이 되고 여소야대 형국이 된 특별한 경우여서 여당이 추진하려던 일이 가로막힐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당의 승리 속에서도 오히려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경제문제였던 만큼 정치권이 하나같이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여당은 비즈니스프렌들리, 야당은 재벌 개혁이라는 잣대로 재단할 수 있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면서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대선 준비 체제로 들어설 텐데, 이 기간 동안 서로 경제문제를 속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야당으로서도 마냥 경제민주화만 주장하기는 힘들게 됐다”며 “특히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밝힌 사람이 많았던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대를 가질 만하다”고 전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