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2번 비례 3번’ 알고보면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전략적 투표
14일 오전,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선거 상황판에 당선 후보들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국민의당 전국 정당득표율은 26.7%다. 새누리당(33.5%)엔 미치지 못했지만 더민주(25.5)를 1.2%p차로 제치며 전국 정당득표율 2위를 차지했다. 창당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신생정당이 전국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당득표율만 놓고보면 국민의당이 거대 양당의 독점구조를 깨뜨렸다는 분석도 무리는 아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양당 구도를 깨야 한다는 안 대표의 메시지가 이번 총선에서 강력하게 먹혀 들어갔다. 국민의당에 대한 전국적 지지가 비례대표 정당득표율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선전을 ‘호남 자민련’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국민의당 지역구 의석수는 25석. 안 대표(서울노원병)와 김성식 당선인(관악갑)을 제외하면 지역구 의석 전부 호남권이다. 호남이 표를 몰아줬기 때문에 38석의 의석수 확보가 가능했다는 견해다.
다른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당이 기록한 지역구 의석수에 ‘숨은 ‘1인치’에 주목했다. 안 대표가 지난 14일 국민의당 마포당사에서 “정당 투표 결과가 여러 가지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 부분과 같은 맥락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국민의당이 지역구에 비해 정당투표가 많이 나왔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그 시각은 틀렸다. 오히려 정당투표에 비해 지역구 득표율이 덜 나왔다고 봐야 한다. 후보 경쟁력이 약해서 그랬다. 소위 ‘라인업’들이 좀 약했다. 예를 들어 김성식, 이 정도면 마음 놓고 찍을 수 있지만 생판 듣도 보도 못한 사람한텐 손이 잘 안 간다. 수도권에 비해 호남은 실제로 국민의당 라인업이 좀 괜찮았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국민의당의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정당득표율이다. 국민의당 수도권 정당득표율(서울 28.8% 경기27% 인천26.7%)은 27.5%로 더민주의 수도권 정당득표율(서울 25.9%․경기 26.8%․인천 25.4%)인 26.0%에 앞섰다. 더민주가 수도권 전체 122석 중 82석을 챙긴 반면 국민의당의 차지한 의석수는 단 2석. 무려 80석의 차이가 있지만 국민의당은 더민주를 제치고 새누리당(32.3%)에 이어 수도권 정당득표율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수치 앞에선 국민의당은 호남당이라는 일부의 시각은 무색해진다.
물론 새누리당이나 더민주 지지자들이 교차투표를 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국민의당 지지자들도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종훈 정치평론가의 설명이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지역 3번, 비례 3번 안 찍은 이유가 있다. 새누리당 독주에 대한 제동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들이 ‘둘 다 3․3을 찍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 결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예를 들어 김성식 김영환 문병호 후보 같은 경우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표를 줬다. 하지만 나머지 수도권 지역에선 교차투표를 통해 더민주에 표를 줬다.”
수도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도 무당파 유권자의 선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역대 선거에서 ‘스윙 보터(부동층)’ 역할을 맡았다. 더구나 수도권엔 전체 의석수의 절반이 걸려 있다. 안 대표가 14일 “지역별로 보더라도 우선 수도권에서 서울, 인천, 경기 모두 다 이제 제2당으로 만들어 줬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배경이다. 결국 ‘스윙 보터’들의 반란이 국민의당을 강력한 ‘캐스팅 보터’로 견인한 셈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양당 콘크리트를 제외한 사람들은 무당파는 언제나 유동적이다. 지금은 새누리당을 떨어뜨리려고 하는 유인이 워낙 컸다. 그래서 더민주 쪽으로 민심이 확 돌아섰다”며 “더민주가 좋아서 간 게 아니다. 새누리당에 매력적인 대권 후보가 나온다면 수도권 스윙 보터들은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더민주는 여전히 긴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