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멈춘 그곳, 한류 브랜드가 자란다
메콩강의 일몰(위). 아래는 꽝씨 폭포와 함께 우기에 더욱 아름다운 땃새 폭포. 정글 깊은 곳에 있는 맑은 옥빛 물가에서 관광객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메콩강과 칸강이 그림처럼 만나는 곳. 오래된 사원과 프랑스 콜로니얼 건축물들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마을입니다. 강변으로 이어진 아기자기한 이름 없는 골목들, 메콩강변의 노천카페에서 바라보는 일몰, 저녁에는 왕궁박물관 근처에 야시장이 섭니다. 4월, 이 나라에는 신년축제인 ‘삐마이 라오’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미얀마의 ‘띤잔 물축제’처럼 최고의 축제입니다.
라오스에는 한국의 여행자들이 즐겨보는 고급 여행 잡지가 있습니다. ‘Creation’입니다. 지난해 11월에 창간되어 라오스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자세히 다룹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도 곁들여 다루며 한국어 영어 라오스 3가지 언어로 읽을 수 있습니다. 맛난 한국식당과 한국의 식재료도 소개합니다.
왕궁박물관 부근의 야시장.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늦은 오후부터 밤 10시까지 소수민족들이 직접 만든 상품과 골동품을 판다.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이 잡지의 최근호에서 다룬 두 사람의 한국인이 눈길을 끕니다. 그 내용을 요약해 봅니다. 라오스 남부 참파삭주의 주도 팍세에서 1시간 거리에 팍송길이 있습니다. 그곳에 커피농장 ‘그린클럽’이 있습니다. 이 농장을 키우는 사람이 최한용 대표입니다. 해발 1200미터가 넘는 고원에서 약 150헥타르 규모의 커피농장을 일구고 있습니다. 고원의 밤추위는 뼈가 시릴 정도라고 합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유기농 커피로는 세계에서 단연 최대 규모입니다. 인도차이나에서 베트남이 세계 커피시장을 주도하듯 그는 라오스에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라오스에는 최고의 쌀 브랜드인 ‘짠사왕’(Chansawang)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한류 브랜드입니다. ‘Agriculture Sole’ 컴퍼니의 정찬운 대표. 그는 한국에서도 화려한 이력을 가진 엘리트지만 수도 비엔티엔 인근에서 쌀 도정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반동(Ban Dong)에 자리잡은 정미소. 넓은 창고엔 올해 수매한 벼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이 나라는 벼와 도정미 가격의 차이가 큽니다. 한국처럼 농협 같은 기관이 없어 추수기에는 벼값이 폭락하고 소비하는 시기엔 폭등합니다.
루앙프라방에서 20km 지점에 씨엥 롬 코끼리 마을이 있다. 칸강을 거슬러오르는 아찔한 재미를 선사한다. 오른쪽은 새벽에 골목마다 이어지는 탁발 수행 행렬.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벼를 수출하는 나라지만 도정미를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도정기술과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우수한 종자와 비료를 제공하고 가을에 수확한 벼를 미리 정한 가격에 수매하기에 농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농약도 쓰지 않고 품질도 좋아 올해 계약 재배면적은 1700헥타르에 이릅니다.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기까지 정 대표처럼 한국의 지식인들이 해외에서 홀로 농업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개발수입’을 목적으로 농업인구가 풍부하고 인건비가 싼 해외의 농업 이주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천하는 방법에는 아직 숙제가 많은 듯합니다.
여행자들에게 ‘라오스의 영혼’으로 불리우는 루앙프라방. 북부 산악지대에 자리잡은 이 도시에 관광 명소가 많이 있습니다. 우선 메콩강을 따라 떠나는 슬로보트입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을 만나는 평화로운 여행입니다. 뚝뚝이나 자전거를 타고 마을의 좁은 골목들과 사원을 돌아보는 산책도 해볼 만합니다. 저녁에는 타논 씨싸왕웡 야시장도 볼만합니다. 처음엔 소수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공예품들을 만들어 팔던 곳입니다. 이젠 대규모 기념품 시장이 되었습니다.
남쪽으로 35km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한 꽝씨 폭포와 우기에 아름다운 땃새 폭포. 깊은 정글 사이로 흐르는 옥빛 물속에서 수영도 해봅니다. 북쪽으로 25km 떨어진 빡우동굴은 메콩강 크루즈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석회암 절벽의 동굴 앞에는 메콩강과 우강이 고요히 만납니다. 씨엥롬(Ban Xieng Lom) 코끼리 마을에서는 9마리의 코끼리를 키웁니다. 이곳 코끼리는 칸강을 거슬러가는 아찔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코끼리와는 달리 투어가 끝나면 자신이 사는 정글로 돌아가 그룹지어 자유롭게 산다고 합니다.
루앙프라방의 강가. 내 마음에도 평화가 흐르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인지 라오스를 떠나는 여행자들은 순수한 자연과 아이들의 맑고 밝은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