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공개 무릅쓰고…법정공방 관전포인트 둘
지난 3월 23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현)는 성매매 브로커로 알려진 연예기획사 대표 강 아무개 씨(41)와 직원 박 아무개 씨(34) 등 2명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성매매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한 성매매 여성 네 명에겐 약식 기소 처분을 내렸다. 약식명령은 벌금·몰수형 대상 사건 가운데 사안이 무겁지 않은 경우에 서류 심리만으로 형을 내리는 처분이다. 약식명령을 거부할 경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한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네 명의 성매매 여성들은 대체로 혐의 내용을 인정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네 명 모두 약식 명령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실루엣.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이번 사건에서 유일하게 여자 연예인 A가 약식명령을 불복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까닭은 그만큼 검찰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검찰은 약식명령을 받은 네 명 가운데 누가 정식재판을 청구했는지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2013년 사건 당시 성현아가 약식명령에 불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상당한 파장이 일었음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정식재판 청구 이후에도 이니셜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정식재판이 시작되면 실명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첫 재판은 오는 6월 1일 오전 10시20분에 열린다.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으로 간 연예인은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화제가 됐던 유명 여가수가 아닌 또 다른 여자 연예인이라고 알려졌다.
# 성매매 여부 알았느냐가 최대 관건
정식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A가 성매매 여부를 알고 성매수남을 만났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앞선 성현아 사건에서 성매수남과 브로커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성현아에겐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성매수남이 성매매 목적으로 브로커를 통해 성현아를 만났을지라도 성현아는 성매매가 아닌 재혼 상대를 구하기 위해 성매수남을 만났다고 봤다. 따라서 A 역시 성매매 여부를 모른 채 남성을 만난 것이라면 충분히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1,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성현아와 달리 A는 성현아 관련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성매매 여부를 몰랐다’는 내용만 입증하면 1심부터 무죄를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성매매 사건에 연루된 한 여자 연예인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 씨(브로커)의 지인과 소개팅 형식으로 만났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그 대가를 브로커가 받았다는 걸 몰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성매수남과 성매매 목적이 아닌 소개팅 형식으로 만났다는 점을 입증하면 무죄가 가능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현아의 경우 당시 급하게 재혼 상대를 찾고 있었으며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혼을 한 당시 정황이 ‘재혼을 위한 만남’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번에 정식재판을 청구한 A 역시 이 부분을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노리개’ 스틸 컷.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선불금 개념에 따른 비자발성 입증도 변수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선불금 개념이다. 성매매 사실을 모른 채 소개팅으로 알고 성매수남을 만났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선불금에 의한 비자발적인 성매매’를 입증해야 한다.
브로커 강 씨 일당은 이번 해외 원정 성매매 사건에서 독특한 방식을 활용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자 연예인에게 먼저 돈을 빌려준 뒤 성매매를 알선한 것.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강 씨가 여가수 A에게 빚을 갚으라는 독촉과 함께 성매매를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 사이의 채무는 선불금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매 여성 보호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이 선불금에 대한 우려, 사법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성매매 업주를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중시한 것. 이로 인해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관련 채권을 무효로 하고 이로 인한 성매매 피해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었다.
따라서 정식재판을 청구한 A가 브로커 강 씨에게 돈을 빌린 뒤 이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빚 독촉과 함께 성매매를 강요해서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성매매가 빚 독촉에 의해 부득이하게 이뤄진 것이라면 ‘비자발성을 띤다’고 볼 수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A의 성매매가 비자발성을 띠고 있음이 입증될 경우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를 입증하는 것 역시 A의 몫으로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 관련 단체는 스스로 비자발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사법처벌을 받는 성매매 여성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