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 선배 넘으면 알아주겠죠?”
▲ 10년 연속 3할에 도전하고 있는 장성호. 특히 올해는 팀의 주장까지 맡아 명가의 재건을 이뤄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
언제나 2인자?
10년 연속 3할에 도전하고 있는 장성호가 3할을 치기 시작한 것은 1998년도였다. 그해 0.312를 쳤건만 스포트라이트는 장성호를 비켜갔다. 외국인선수제가 도입된 98년은 두산의 검은 곰, 타이론 우즈에게 조명을 뺏겼고 출루율 1위에 올랐던 99년에는 이병규 홍현우와 함께 외국인 최초로 30-30클럽(도루-홈런)에 가입한 당시 한화의 제이 데이비스 등 호타준족들에게 가려졌다. 2002년은 어떤가. 이승엽의 홈런 레이스에 야구팬들이 흥분해 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승엽이 일본으로 간 지금은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한 양준혁-김태균-이대호에게 밀린다. 급기야 지난 6월 9일, 삼성 양준혁의 잠실 두산전에서 2000안타를 달성한 이후로 사람들은 장성호를 ‘양준혁을 좇는 사나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4사구 800개를 돌파했는데, 큰 의미는 안 둬요. 양준혁 선배는 1200개에 육박하는데요 뭐. 요즘 여기저기서 양준혁을 좇는 남자라는 말, 자주 듣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99년 해태시절, 같은 팀이었던 양준혁 선배에게 배운 것도 많고 여러 가지 면에서 모범으로 삼고 있는 선배거든요. 그때는 그냥 보는 것 자체로도 큰 가르침이었죠.
외야수로 골든글러브 목표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규정타석과 해당 포지션을 시즌 동안 2/3 (84경기) 이상 소화해야 한다. 6월 14일 현재, 1루수로는 47경기, 좌익수로 11경기 선발 출전했고 앞으로도 좌익수로 나서야 할 장성호로서는 남은 68경기를 다 더한다 하더라도 골든글러브 필요충분조건을 채우기는 힘들다.
“사실 받고 싶긴 하죠. 하지만 1루수로도, 외야로도 규정경기가 모자랄 걸요? 어쩌면 김태균, 이대호 같은 쟁쟁한 스타들이 포진한 1루수보다는 외야쪽이 더 가능성 있을 지도 몰라요^^; 내년에는 외야수로 한 번 받아 보려구요!”
하지만 좌익수 수비가 익숙하지 않은 장성호. ‘수비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까지 한 장성호.
“핑계일 수도 있지만 농담 삼아 한 말이에요. 사실 뭐, 감독님도 기대 안할 걸요? 갑자기 자리를 옮겨서 연습량이 절대 부족하잖아요. 하지만 겨울에 훈련 바짝 할 거니까 내년부터는 수비도 기대해 주세요.”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최희섭이 기아로 입단한 게 5월 14일.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복귀 3경기 만에 부상을 입어 5월 29일엔 1군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최희섭 스트레스에 대한 장성호의 대답이다.
“최희섭 스트레스…. 솔직히 지금은 거의 없어요. 사실 처음 온다고 했을 당시에는 내 자리인 1루수를 내줘야하는 상황이라 좀 그랬는데 지금으로서는 불가피하죠. 빨리 돌아오길 기다리는 상황이고 팀의 고참으로서 수긍하는 쪽으로 정리했어요.”
팀의 고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예민한 질문을 던졌다. 이종범의 타이거즈가 서서히 저물고 있는 시점에서 게임리더인 장성호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본의 아니게 이 글을 쓴 6월 19일 화요일, 장성호는 KIA 타이거즈의 새 주장이 되었다).
“이종범 선배가 팀에 있고 또 언제 은퇴하실 지 모르지만 사실상 다음 바통은 제가 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최고참이 되면 어떻게 팀을 이끌어갈까 생각도 해보구요. 장성호 리더십이요? 일단 솔선수범이죠. 다른 선수들한테 하지 말라는 건 나도 안할 겁니다. ”
타이거즈 정신 되살린다
1996년 해태 타이거즈로 입단한 장성호는 82년 프로야구 개막 이후 97년까지 이어진 해태 왕조를 경험한 몇 안 되는 KIA 현역 선수 중 한 명이다. 특히 1997년은 해태 타이거즈가 통산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과 동시에 마지막 우승을 거머쥔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2001년 해태 타이거즈는 KIA 타이거즈가 되었다. 타이거즈의 통산 10승을 열망하는 타이거즈 팬들로서는 2005년 타이거즈 창단 이후 초유의 꼴찌에서 2006년 4위에 올라선 것으로 부족하다. 타이거즈 팬들은 타이거즈 정신을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끝물 해태 타이거즈도 경험하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KIA 타이거즈도 아는 장성호에게 타이거즈 정신은 무엇일까.
“타이거즈 정신, 그것은 이기는 거죠. 내가 경험한 해태 타이거즈도 이기는 팀이었고, KIA 타이거즈가 보여줘야 할 모습도 이기는 거죠. KIA가 지금은 바닥이지만 앞으로 팬들에게 보여줘야 할 정신은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10회 우승, V10을 KIA 타이거즈에서 이루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장성호의 모습에서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김은영 MBC라디오 아이러브스포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