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노무현’ 아닌 ‘김영춘’으로 불러달라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당선인은 “대권 도전 의사는 있지만 대한민국호의 경제와 안보 위기를 돌파할 정치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번 총선을 통해 김부겸 당선인과 함께 대권 잠룡으로 떠올랐다. 대권 도전의 뜻이 있나.
“정치인은 당연히 만들고 싶은 나라의 비전이 있다. 제가 책임지고 실행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경영하고 싶은 거다. 그런 꿈이야, 당연히 저한테도 있다. (목소리를 높이며) 제 자부심인지 자만심인지 몰라도,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것 같다. 하하, 경험이나 훈련도 많이 됐다. 하지만 정치를 시작하면서 ‘무엇이 되기 위한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총재비서로 정치에 입문해서 30년 동안 이 생활을 해왔다. 항상 느끼는 것은 무엇이 되고 싶어서 안달하는 사람은 자기 초심을 지키지 못하고 오염된다는 거다. 그런 경우 대부분 어느 순간 초심을 잃어버리고 욕망의 포로로 된다.”
―‘욕망의 포로’는 어떤 의미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권력을 추구하고 더 많은 세력과 자금을 만들면, 곧 욕망의 포로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욕했던 사람들과 손을 잡고, 자신이 부정했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많이 봤다. 자리에 대한 욕심만 남는 거다. 나중엔 결국 본인이 타락하는 걸 느끼더라. 저는 대통령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최선을 다해 실천하다보면, 그걸 인정해주는 국민들이 생기고 그 지지가 넓어져서 ‘네가 대통령 한 번 해봐라’할 때 제가 꿈꾸는 대통령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정치공학적으로 정당 안에서 대표가 되고 세력을 크게 만들어 줄을 서거나 그 과정을 이용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권을 잡기 위해 어느 정도의 세력화는 필요하지 않나.
“예를 들어서 친노가 우리 당 최대 파벌이라고 한다면, 제가 친노에 줄 서서 ‘문재인 다음엔 내가 해보겠다’고 할 수 있다. 정치공학적으론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길을 가지 않을 거다. 최대의 파벌을 만들어 그 힘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 대한민국호의 경제와 안보 위기를 돌파할 정치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차근차근 국민적 지지를 넓혀 나가고 그런 것들이 쌓이면 대통령이 되는 길도 열린다. 그렇게 해도 안 되면 하늘의 운명이다.”
―‘리틀 노무현 김영춘’으로 불리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만 정치인 노무현을 존경하진 않는다. 다만 그분이 지역주의와 끈질기게 싸워왔던 족적은 분명히 평가받아야 한다. 제가 부산에 돌아왔을 무렵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누군가는 다시 부산에서 이어달리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 전 대표도 정치를 안 한다고 할 때였다. 나라도 돌아가서 부산의 야당정치를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어달리기의 마음으로 부산에 돌아왔다. 하지만 ‘리틀 노무현’ 같은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저는 김영춘이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저를 연결 짓고 싶진 않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친노는 운동권’이라는 인식에 대해 “저도 운동권 출신이지만 운동권 출신이 무슨 천형의 낙인처럼 욕을 먹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엄밀하게 구분해야 한다. 친노와 운동권은 전혀 다르다. 친노 안에서도 운동권이 아닌 사람도 많고 운동권 중에 비노도 있다. (목소리를 높이며) 좌우지간 운동권이든 친노든 왜 그 이름으로 거기에 속한 사람들이 매도되고 욕을 먹어야 되는가. 상식적이지 않다. 비노나 비운동권은 좋은 사람들인가. 그런 식의 선악 구분은 잘못됐다. 운동권 출신들 중엔 훌륭한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일부가 욕을 먹을 수 있지만 그 사람 개인의 문제지 운동권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운동권으로 친노를 범주화해서 공격하는 소재로 삼지 말아 달라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버이연합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버이연합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부터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들이 많았다. 아직 언론에서 보도하는 수준이지만 여러 정황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의구심 차원을 넘어 진실이라고 짐작하는 국민들도 늘고 있다. 세상이 거꾸로 다시 되돌아간다고 할까. 만일 사실이라면 과거에 이승만 정권 당시 김창룡 특무대가 백색 테러를 하는 모습과 모양만 달라졌지, 비슷한 것이 아닌가. 이런 일들이 50년대 60년대 시대를 넘어 또 다시 재현된다고 한다면 국가적 비극이다. 국제적인 창피거리다. 박 대통령은 유신시대의 대통령처럼 군림해왔다. 그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유신시대로 거꾸로 되돌려 놓는 듯한 기시감을 주는 것이다.”
―김성식 당선인(관악갑)과 가깝다고 들었다. 국민의당과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의원과는 최근에도 연락했다. 부산 출신이라서 가깝게 지내는 건 아니다. 김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몇몇 의원들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에 같이 정치활동 해왔던 사람들이다. 그 시절에도 많은 대화를 했지만 지금 만나도 크게 변하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김 의원이 공심이 강한 정치인이란 거다. 말로는 국가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심을 가지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김성식과 김부겸 그리고 새누리당 안에서 개혁적인 몇 사람은 여전히 공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신뢰가 있다. 좋아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과 저는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다. 당에서 굳이 역할을 맡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선에서 물밑작업을 할 거다.”
부산=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