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하이브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해외법인들이 현지 레이블이나 플랫폼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특정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별도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엔터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사진=박정훈 기자#첫 투자는 케빈 메이어 공동창업 펀드
지난 6월 하이브가 미국에 ‘Overture Investment Inc.(오버추어)’라는 지주회사를 세웠다. 초기 출자 금액은 107억 원이며 하이브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 오버추어가 종속회사 ‘Overture 42 LLC(오버추어 42)’를 통해 투자를 집행하는 구조다.
눈에 띄는 점은 오버추어의 역할이다. 하이브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시장에 다수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레이블이나 팬 플랫폼 등 현지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법인이다. 반면 오버추어는 특정 사업을 영위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과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향후 펀드 출자뿐 아니라 지분 투자나 M&A(인수합병)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
첫 투자도 이미 이뤄졌다. 오버추어 42는 미국 벤처투자조합인 ‘Smash Capital Fund II L.P.(스매시 캐피탈 펀드 II)’에 2500만 달러(약 350억 원)를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509만 달러(71억 원)가량이 납입됐다. 나머지 약정액은 향후 캐피탈콜(투자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자금을 납입하는 방식)에 맞춰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펀드를 운용하는 스매시 캐피탈은 케빈 메이어 전 틱톡 최고경영자(CEO) 등이 2021년 설립한 투자사다. 케빈 메이어는 월트디즈니컴퍼니에서 시니어 선임 부사장(EVP)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지내며 디즈니+(플러스) 출시를 주도한 글로벌 미디어 업계 전략통이다. 하이브는 지난 4월 메이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영입할 당시 글로벌 플랫폼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투자와 전략적 제휴 과정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이브 2.0’ 타고 투자 영역 확장 전망
하이브는 지난 5월 ‘음악과 기술 기반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미션을 새롭게 제시했다. 사진=하이브 홈페이지 캡처하이브가 눈여겨보는 투자처는 전통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음악과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하이브는 지난 5월 ‘음악과 기술 기반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미션을 새롭게 제시했다. 2024년엔 새로운 경영전략 비전 ‘하이브 2.0’을 발표하고 기존 레이블·솔루션·플랫폼으로 구성된 3대 사업 영역을 음악·플랫폼·테크 기반 미래성장 사업으로 재편하기도 했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도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투자 영역을 넓힐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당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테크 기업이나 새로운 오프라인 경험 모델을 제시하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고삼석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K-엔터테크포럼 상임의장)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경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콘텐츠와 테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 팬들에게 끊임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광화문에서 열린 BTS 복귀 공연이 글로벌 OTT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중계된 것도 같은 경험을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공유 현실’이라는 콘텐츠 산업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점에서 테크 기업을 인수하고 오프라인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밝혔다.
스매시 캐피탈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이러한 방향과 접점이 있다. 스매시 캐피탈은 영국의 AI 음성 생성 서비스 스타트업 일레븐랩스를 비롯해 뉴욕에 기반을 둔 라이브 이벤트 플랫폼 피버에 투자했다. 사람들을 저녁 식사와 이벤트로 연결하는 소셜 플랫폼 타임레프트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올라있다.
지난 3월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오버추어를 통한 글로벌 투자는 전 세계 팬덤과 현지 사업 기반을 넓혀온 하이브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하이브는 일본·미국·라틴 아메리카·중국·인도에 법인을 세우고 현지 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레이블을 설립하거나 인수해 K-팝의 성공 방정식을 현지 시장에 적용하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을 추진해왔다. 2021년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미국 엔터테인먼트사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하이브의 해외 매출 비중은 2분기 말 기준 75%를 기록했다.
투자 확대가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이브의 테크 기반 미래성장 분야 투자가 매번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하이브는 490억 원을 투입해 AI 오디오 전문 기업 수퍼톤을 자회사로 편입했으나 적자가 이어지며 지난 7월 해산을 결의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2분기 IR 컨퍼런스콜에서도 본업 외 사업에서 추가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묻는 증권사 연구원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글로벌K-컬처경제포럼 회장)는 “미국에서는 조건이 맞으면 기업을 매각하는 경우도 있어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직접 인수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투자 이후 사업을 얼마나 건실하게 운영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이브 관계자는 “(오버추어 설립은)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적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고 답했다.
시장 성장세 기대 못 미쳐…큐브엔터, 웹3 신사업 자회사 ‘아더월드’ 매각
큐브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가 지난 3월 디지털 신사업 자회사인 ‘아더월드’ 지분 100% 전량을 엔터테크 기반 핀테크 기업 아이오로라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월 디지털 신사업 자회사인 ‘아더월드’ 지분 100% 전량을 매각했다. 아더월드의 웹3 기반 디지털 수집 플랫폼 ‘나 혼자만 레벨업 : 언리미티드’ 클로즈베타 서비스. 사진=아더월드 제공아더월드는 큐브엔터가 2023년 3월 30억 원을 투입해 설립한 회사다. 다양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웹3 플랫폼을 개발하는 사업을 펼쳤다. 웹3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탈중앙화를 통해 이용자가 데이터와 콘텐츠를 소유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인터넷 환경이다.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이 대표적인 활용 분야로 꼽힌다.
아더월드는 2023년 4월 카카오 계열 넥스트레벨스튜디오로부터 NFT 관련 유·무형자산, 인력 등 사업부 일체를 양수했다. 이를 통해 ‘나 혼자만 레벨업’, ‘두 번 사는 랭커’ 등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툰 26개의 웹3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웹툰과 K팝 아티스트 IP를 NFT 형태의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 팬들이 직접 수집·거래하는 웹3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아더월드는 순손실이 누적되면서 설립 2년 차였던 2024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5억 원이었다. 아더월드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각종 규제와 보안 위험으로 웹3 시장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큐브엔터 관계자는 “웹3 비즈니스 시장 불확실성과 아더월드의 사업 현황과 리스크, 추가 투자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삼자에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