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대출·부동산 규제 잇단 손질, ‘폐버스 주택’ 논란까지…민주당 청년위도 정책 수립 구조 지적
정부는 문제가 확인되면 바로잡는 ‘유연한 행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애초 설계와 숙의가 충분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금융·주거·자산 형성 분야에서 기존 혜택이 줄거나 규제 문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정책들이 계속 되고 있다.

주택금융에서는 지난해 6·27 집값 안정화 대책을 시작으로 고강도 대출 규제를 1년여간 이어가는 사이 청년·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난 호소가 누적되자 정부가 최근 기존 방침을 완화·보완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8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당초 1.5%에서 3% 수준으로 높였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과 신축 입주단지 중도금·잔금 대출 등은 금융회사 총량관리 목표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청년 등 실수요자에게 적정 수준의 주담대가 공급되도록 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청년의 자가·월세·전세를 지원하는 ‘청년 주거 지원 3종 세트’를 신설, 보금자리론의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완화하는 등 청년 실수요자 지원책도 추가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정책이 발표 직전 손질되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는 당초 지난 11일 ‘청년일자리 회복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미루고 보완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의 예산 사업이 얽혀 있어 추가 협의와 과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책 수정과 보완이 잦아지는 것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문제가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라도 국민이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거나 도리어 국민들의 삶에 피해를 준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모든 사안을 살피고 문제가 있으면 어떤 사항도 성역 없이 적극적으로 고치는 유연하고 능동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민생에 대한 인식 왜곡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권의 청년 정책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 하락이 우려된다. 최근 황희 민주당 의원은 폐기된 버스를 리모델링해 대학가 청년에게 단기 주거공간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정책위는 개인의 아이디어라며 선을 그었고 황 의원도 사과했다. 정부 정책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주거 문제에 민감한 청년층 사이에서 여권이 청년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느냐는 논란을 키운 상징적 사건이 됐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통상적으로 진보 진영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인식과 흐름을 정책에 반영하고 이들의 지지를 받는 편인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안정적인 미래와 관련된 정책들이 계속 바뀌면서 정부가 청년들과 호흡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 내부에서는 청년 정책 수립 구조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경종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새로운 청년지원 사업을 하나씩 늘리는 것이 아닌, 주거·일자리·자산형성 등 청년의 삶과 직결되는 영역부터 집행과 입법, 예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정책이 일회성 지원을 넘어 청년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