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방까지 빼앗길라’ 경계의 시선
중국 자본 가운데도 한국 시장에 이미 1조 원 이상을 투입한 ‘안방(安邦)보험그룹’이 ING생명의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부각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보도에서 <WSJ>는 “중국 시장의 ‘큰손’들이 한국 보험시장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며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는 오는 5월 말까지 관심 기업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WSJ>는 ING생명 인수 후보군으로 중국의 안방보험, 핑안보험과 함께 한국의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을 꼽았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한화생명은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으며 교보생명도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 두 회사는 “IB(투자)업계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걸로 아는데 인수에 공격적인 국내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IFRS4’ 도입에 맞춰 2020년까지 자본을 쌓기에도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FRS4는 보험업계에 새로 적용될 국제회계기준을 뜻한다. 보험계약상 지급 의무가 있는 보험금 또는 준비금을 부채로 평가할 때 ‘시가’가 반영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는 IFRS4가 도입될 경우 회계상 부채 규모가 커져 추가 자본 확보의 부담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생명보험협회가 집계한 ‘월간생명보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ING생명의 자산은 29조 8000억여 원, 보유계약 총액은 84조 8000억여 원이다. 자산 규모로는 업계 5위, 보유계약 규모로는 업계 7위다. 또 ING생명은 4978명의 보험설계사를 두고 있는데 이는 업계 5위에 해당한다. 민간 가입자의 90%가 보험설계사를 통해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영업력 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ING생명의 보험설계사 1인당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인 36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보유계약 총액 기준 업계 1, 2, 3위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각각 3만 2773명(623조 4000억 원), 2만 962명(317조 5000억 원), 1만 8118명(308조 8000억 원)의 전속 설계사를 두고 있다. 이들 회사의 자산 규모는 설계사 수에 비례하는데 삼성생명의 자산은 227조 원이며 한화생명은 100조 원, 교보생명은 87조 원이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이 세 곳이 ‘빅3’로 통한다.
자산 규모 4위는 NH농협생명이다. NH농협생명은 57조 7000억여 원의 자산과 129조 원에 가까운 보유계약 총액을 확보하고 있다. 만약 NH농협생명이 ING생명을 인수한다면 자산 총액에서 교보생명을 제치고 업계 3위에 오를 수 있다.
보험설계사 집단 충원도 가능하다. NH농협생명의 보험설계사 총원은 2168명에 불과해 영업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업계와 마찰로 취급할 수 없던 변액보험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 유인으로 꼽힌다. NH농협생명의 주력 상품인 ‘저축성보험’은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높은 매각 호가가 인수전 참여의 걸림돌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의 인수 가격은 2조 원대 중반에서 3조 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정부 영향 아래 있는 금융지주사가 써내기엔 부담스런 가격이다. 더불어 MBK파트너스가 ‘투기자본’이란 정치권의 비난을 받아왔단 점은 입찰에 일부 제한을 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투자업계는 중국 자본의 인수 의지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자본 가운데도 한국 시장에 이미 1조 원 이상을 투입한 ‘안방(安邦)보험그룹’이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동양생명에 이어 한국 알리안츠보험까지 인수하며 일약 국내 보험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난 1월 기준 알리안츠보험의 자산은 16조 6000억여 원, 동양생명은 23조 1000억여 원이다. ING생명까지 인수하면 안방보험 계열 국내 생명보험사(생보사)의 자산 규모는 7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더불어 이들 세 생보사의 보유계약 총액은 223조 원, 전속 설계사는 1만 2000명에 달해 업계 2, 3위를 위협할 수 있는 ‘몸집’으로 키울 수 있다.
ING생명의 인수 가격은 2조 원대 중반에서 3조 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업계 일각에선 포화상태에 다다른 시장 등 불확실한 업황을 근거로 중국 자본의 추가 유입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내부 지표는 시장의 통념과 다르다. <월간생명보험>이 펴낸 ‘2015년 생명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25개 생보사 가운데 20개 업체가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당기순이익은 3조 591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547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계약 금액 역시 395조 24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조 7605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ING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3048억 원, 수입 보험료는 4조 4995억으로 성장세가 뚜렷했다. 운용자산 이익률도 4.5%로 업계 평균(4.3%)보다 높았다. 이는 안방보험이 ING생명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안방보험은 ING생명 지분 인수가로 1조 6000억 원을 제시했지만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이를 거절했고 이에 안방보험은 모건스탠리를 통해 다시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ING생명 인수가 안방보험의 뜻대로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 23일 “현재로선 안방보험 외에 강력한 인수 후보가 없지만 금융당국 및 상위 3개 생보사의 견제가 변수”라며 “중국 자본의 진출로 기존 ‘빅3’ 구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에선 어떤 이유로든 최종 인수를 지연시킬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안방보험은 경영난에 직면한 알리안츠보험을 35억 원이란 ‘헐값’에 인수하며 ‘글로벌 투자전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안방보험의 ‘부실 회사’ 인수가 국내 금융지주사 설립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안방보험은 2014년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교보생명의 입찰 중도 포기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뒤이어 업계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할 수 있는 안방보험을 견제하기 위해 교보생명과 공조했다’는 설이 돌았다. 교보생명은 “그런 이야기가 있던 것은 맞지만 직접 들은 것은 아니며, 사실인지는 답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중국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안방보험의 영업 전략에 대해 “한마디로 폭넓은 해외 투자와 높은 수익률”이라고 말했다. 대량의 자본을 투입해 수익률 경쟁을 할 경우 국내 생보사로서는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ING생명 인수전에 ‘빅3’ 생보사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배경에 ‘의도적인 무시하기’가 깔린 것 같다”고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