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경영권 내놓으며 빚 2500억 떠넘긴 채 사옥 지킨 셈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한진해운 경영 악화에는 최 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경영책임을 회피한 채 알짜 자산만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이끄는 유수홀딩스의 최대 단일 유형자산은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이다. 이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2015년 말 기준 2022억 원에 달한다. 유수홀딩스가 대한항공에서 2500억 원을 빌릴 때 950억 원의 담보를 이 사옥으로 제공했다. 유수홀딩스가 빌린 2500억 원은 한진해운에 대출됐다.
그런데 유수홀딩스와 한진해운이 분리되면서 대한항공에 진 빚 2500억 원의 상환 의무는 유수홀딩스에서 한진해운으로 옮겨진다. 실제 돈을 쓴 곳이 한진해운이라는 이유다.
한진해운은 2014년 12월 빚의 일부인 300억 원을 상환한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2015년 한진해운이 보유한 자기주식 1380만 주, 상표권, H-Line 해운 주식 52만 6316주 및 해외부동산(감정가액 400억 원)을 새롭게 담보로 설정하면서 유수홀딩스가 보유한 여의도 사옥의 담보를 해지했다.
이후 한진해운은 2016년 2월 24일 발행한 무기명식 사모사채(신종자본증권)로 채무 형태를 바꾼다. 결국 대한항공은 유수홀딩스에 돈을 빌려주면서 잡은 담보를 고스란히 되돌려준 셈이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한진해운 경영권을 내놓으면서 빚 2500억 원을 한진해운에 고스란히 넘긴 채 여의도 사옥을 온전히 지킨 것이다.
유수홀딩스가 보유한 여의도 사옥은 장부가 2022억 원 가운데 1040억 원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 장기차입금 담보로 제공된 상황이다. 대한항공에서 담보를 풀어주면서 유수홀딩스는 약 1000억 원의 자금동원력을 더 갖게 된 셈이다.
지금의 유수홀딩스는 비록 덩치는 작지만 알짜다. 한진해운홀딩스 시절이던 2013년 말만 해도 유동자산 2조 원, 유동부채 6조 2000억 원으로 빚 부담이 엄청났다. 하지만 2015년 말 기준 유동자산 2297억 원에 유동부채는 851억 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100% 미만이다. 2013년 자기자본 7199억 원에 부채가 10조 원이 넘었던 상황과 비교하면 완벽한 환골탈태다. 최 회장과 두 자녀는 유수홀딩스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 재단법인 양현과 자사주까지 포함하면 실질지배력은 50%가 넘는다.
계열사들도 알차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싸이버로지텍이 매출 1173억 원에 영업이익 523억 원, 선박관리업을 영위하는 유수에스엠이 235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 32억 원을 기록했다. 화물운송업을 하는 유수로지스틱스도 3416억 원 매출에 75억 원의 이익을 내는 흑자회사다.
최 회장은 지난해 유수홀딩스에서 11억 22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또 유수홀딩스와 최 회장 일가는 올해 싸이버로지텍에서 13억 50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에 재직하는 7년 3개월간 월 평균 1억 1652만 원의 월급을 받았다. 게다가 2014년에는 퇴직금으로 57억 원을 받았다. 급여와 퇴직금으로 최 회장이 한진해운에서 받은 돈만 160억 원이다.
한편 최 회장 일가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이 발표되기 직전인 4월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인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이 시점에 한진해운 주가는 최고 341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매각량은 최 회장이 37만 569주, 딸 조유경·유홍 씨가 29만 8679주다. 시가로는 약 30억 원 수준이다.
최 회장 일가의 이러한 주식 매각은 사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것이라는 의심받고 있다. 한진해운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