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경문이

술도 한잔 못 마셨는데 감독하고 ‘꾼’ 다 됐어

	▲ 김경문 감독

야구대표팀 감독이자 두산 베어스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과 정해성 감독은 고려대 동기동창이다. 대학 1학년 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두 사람은 감독이 된 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자주 연락을 하며 절친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정 감독의 사임 소식이 알려진 날 김 감독은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해성아, 니 아니면 아무도 못 한다, 니 증말 용감하다 용감해!”라고 놀란 심경을 전달했다고.

“학교 다닐 때 경문이는 범생이었고 난 악동이었다. 그 때만 해도 경문이는 술도 한 잔 못마신 반면 난 늘 술을 끼고 살았다. 그러다 지도자 생활하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경문이에게 ‘이제야 네가 사람답게 사는구나’라고 말해줬다.”

정 감독은 한국시리즈 동안 계열사인 SK와이번스를 응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친구가 우승의 감격을 맛보길 기대했다고 털어 놓는다.

“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다고 하길래 축하한다고 했더니 경문이가 이렇게 말하더라. ‘내가 잘 해서가 아니라 서로 안 하려고 해서 어부지리로 맡게 된 것’이라고. 대학땐 ‘군자’처럼 굴었던 놈이 감독하고 나선 ‘꾼’이 다 됐다. (영국)가기 전에 얼굴 좀 봐야 하는데 지금 대표팀 훈련 때문에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이영미 기자 [e-mail]